집으로 출근합니다

채용 노무사의 비애

by 지무

노무법인에는 두 가지 스타일의 노무사가 있다. '사무실'에서 야근하는 노무사와 ''에서 야근하는 노무사.


그래서일 것이다. 퇴근길 풍경이 일반 회사와는 사뭇 다르다. 6시 퇴근자들은 아무 말 없이 조용히 나간다. '고생하시라, 수고하시라, 내일 봅시다' 등 어떤 인사말도 없다. 부지불식 간에 사라진다.


사무실에 남아 있는 노무사들도 인사말을 기대하지도, 기다리지도 않는다. 퇴근해서도 일을 하니 집으로 가나 사무실에 있으나 별반 다를 바가 없는 셈이다. 굳이 한다면 "잠깐 집에 갔다 올게요"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싶다.


여기엔 전문직이 갖는 직업적인 특성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노무사의 경우 통상 위임계약을 맺고 업무가 진행되기에 다분히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성향이 강하다. 물론 채용 노무사는 근로계약을 맺고 일을 하지만, 업무 자체는 근로계약이 아닌 위임계약 특성을 갖고 있다.


제2의 삶에서 칼퇴를 다짐했기에, 사무실이 아닌 집에서 야근하는 노무사가 되었다. 퇴근길에 아내에게 보내는 카톡 메시지도 '퇴근합니다’에서 ‘집으로 출근합니다’로 바뀌었다. 여기에 아내는 험악한 이모티콘으로 응답했다.


근로기준법 제50조 제2항에는 1일의 근로시간은 8시간을 초과할 수 없다고 되어 있다. 워라밸을 위해선 반드시 지켜져야 하지만, 현실에선 거의 불가능한 조항이다. 포괄임금제를 통한 연장근로와 탄력근로, 선택근로, 간주근로, 재량근로, 유연근로 등 다양한 근로시간 제도가 1일 8시간 근무를 비웃는다. 이 조항만 온전히 지켜질 수 있다면 워라밸은 자연스럽게 따라올 것이다.


워라밸은 일과 생활의 조화를 말한다. 굳이 숫자로 표현하자면 8,8,8 정도가 될 것이다. 직장인은 8시간 근무, 8시간 생활, 8시간 수면. 학생은 8시간 공부, 8시간 생활, 8시간 수면. 대통령 직속 '팔팔팔 위원회'라도 생기면 좋겠다.


하루 8시간만 근로하는 직장인은 과연 몇 명이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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