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지옥철

비용절감 안전불감에 기대지 마시오

by 지무

그날도 출근길 지하철은 분주했다. 걷는 이보다 뛰는 이가 많았다. 천장에 부착된 모니터는 지하철이 곧 도착 예정임을 알렸다. 디리리리리. 지하 깊은 곳에서 전자음이 들렸다. 나도 뛰었다. 그렇게 출근 전쟁이 시작됐다.


승강장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 있었다. 짧은 줄을 찾아 뒤쪽으로 민첩하게 움직였다. 대기줄이 없는 곳에 섰다. 곧바로 2명이 뒤에 줄 섰다. 지하철이 미끄러지듯 들어왔다. 천장 모니터엔 후속 지하철 표시가 없었다.


끼이익~ 철컹. 스크린도어를 한참 벗어나 지하철이 멈췄다. 안에 있던 사람들도 멈칫거렸다. 천천히 후진하더니 지하철 문이 열렸다. 그래도 중심을 맞추지 못했다. 스크린도어와 지하철 문이 두 뼘이나 어긋나 있었다.


'초보 기관사가 운전하는 모양이군.'


이미 지하철은 만원이었다. 특히 지하철 출입문 근처에 사람들이 많이 몰려 있었다. 다행히 한 명이 설 수 있는 공간이 보였다. 얼른 올라탔다. 뒤에 있던 건장한 덩치의 한 청년과 중년의 아주머니도 몸을 밀어 넣었다. 공간이 없어 보였지만, 막무가내였다. 뒷걸음치는 사람들의 미간이 일그러졌다.


문이 닫히나 싶더니, 다시 열렸다. 누군가의 가방이나 옷이 끼인 모양이다. 항상 있는 일이라 승객들은 미동도 하지 않고 출발을 기다렸다.


다시 문이 닫히고, "덜컹"거리는 소리와 함께 육중한 지하철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흔들리는 객차 속에 사람들은 한 발자국씩 움집이며 자리를 잡았다. 마치 체 위의 모래가 앞뒤로 흔들리며 고루 펴지는 것 같았다.


내리는 사람 없이 몇 정거장을 지나니 지하철 출입구는 금방 콩나물시루로 변했다. 그 속에서도 사람들은 휴대폰에 집중하고 있었다.


끼이 끼이. 지하철이 회전구간에 들어섰다. 사람들이 한쪽 방향으로 휘청거렸다. 손잡이 없이 그냥 서 있기 힘든 구간이다. 어떤 이는 다른 사람 뒤꿈치를 차고, 몸이 서로 부딪히는 사람도 있다. 사과하는 사람도, 크게 화를 내는 사람도 없다. 그냥 "어!"라며 약간의 놀라움만 표시한다.


끼이익 끼익. 얼마 달리지 않아 지하철이 속도를 줄이더니 멈춰 섰다. 앞 열차와의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 잠깐 정차한다고 안내가 흘러나왔다. 기관사의 얇은 목소리는 너무 차분해 힘이 없게 느껴졌다.


곧 다시 출발한 지하철은 직선구간에 들어섰다. 객차 사이를 가로지르는 문이 모두 열려 있어 저 멀리 첫번째 칸도 보였다. 지하철은 본격적으로 속도를 올렸다. 승강장에서 지체된 시간을 만회하려는 것 같았다. 시잉 시잉 경쾌하게 내달리는 지하철 소리를 들으며 잠깐 눈을 감았다.


얼마나 지났을까. 갑자기 쿵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끼이익 끼이익 쇠 깎는 소리가 고막을 찢었다. 몸은 객실 앞쪽으로 쏠리며 몇 바퀴를 뒹굴었다. 손잡이 없이 객차 안에 서 있던 사람들은 순식간에 넘어지며 앞칸을 향해 쏟아졌다. 앉아 있던 사람들도 앞쪽으로 쏠리면서 일부는 복도로 튕겨 나왔다.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다른 사람에 끼인 팔은 힘이 없었고, 다리 역시 극심한 통증을 호소했다. 휘어진 허리 뒤에선 신음 소리가 들려왔다. 가슴을 파고드는 통증에 몰려왔다. 숨이 쉬어지지 않았다. 어디에 부딪혔는지 머리에선 피가 흘러내렸다.


아비규환 그 자체였다. 객차를 가득 채운 사람들이 한 곳으로 쏠리며 한 덩어리가 되어 버렸다.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았다.


'...'


"으아악!" 소리를 지르는 순간 눈이 떠졌다.


다행히 꿈이었다.


정말 꿈속에 나올 법한 이야기다. 하지만 만원 지하철을 탈 때면 이런 끔찍한 상상을 하게 된다.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이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그런 지하철의 안전에 대한 불감증이 만연한 것 같아 더욱 불안감에 시달린다. 만약에 출근길 지하철이 급정거를 하게 된다면, 몇 명은 다치고 몇 명은 사망할 것이다.


지하철 출입문에 '비용절감 안전불감에 기대지 마시오'라는 문구가 붙기 시작했다. 지하철 노조에서 붙인 모양이다.


1인 승무제는 정말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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