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대표 노무사의 점심시간
20년 이상 근무한 부대표급 노무사들과 점심을 먹으러 갔다. 젊은 노무사들과 달리 익숙한 음식을 먹는다. 순댓국, 설렁탕, 감자탕 등등. 가끔씩 반주도 한잔씩 걸치는 낭만도 있다.
그날은 평소와 달리 사무실 지하에 있는 중국집으로 향했다. 손님이 많았다. 맛집 같아 보였다. 나 포함 3명이 자리에 앉았다. 한 명은 자장면, 한 명은 짬뽕을 먹고 싶어 했다. 나는 볶음밥을 주문할 요량이었다.
갑자기 한 명이 다른 한 명에게 자장면 먹기 좋은 날이라며, 자장면을 권했다. 그러자 다른 한 명이 고개를 돌려 나를 보더니, 다 같이 자장면을 먹자고 했다. 난 볶음밥을 먹겠다고 하니, 여기는 자장면을 잘한다며 재차 권했다. 메뉴를 통일하고자 하는 분위기가 강하게 느껴졌다.
"아~ 그래요? 그럼 자장면이 얼마나 맛있는지 한번 확인해 보죠. 허허허."
약간의 당혹스러움과 함께 메뉴를 자장면으로 바꾸었다. 시대가 어떤 시대인데, 메뉴를 하나로 통일시키는지 의아했다. 새로운 조직 문화를 접하는 것 같아 일단 관찰하는 기분으로 흐름에 따르기로 했다.
주문한 지 3분만에 자장면이 나왔다. 그냥 자장면 맛이었다.
그렇게 점심 식사는 10여분만에 끝났다.
이유가 궁금했다. 사무실로 올라가는 길에 슬쩍 말을 꺼냈다.
"메뉴를 통일한 것은 10년만에 처음이네요. 여긴 메뉴를 통일시키는 문화가 아직도 남아 있나 봅니다."
그러자 메뉴 통일을 주도한 당사자가 대답했다.
"메뉴를 통일시키면 음식이 빨리 나와요. 빨리 먹어야 빨리 사무실로 돌아가서 일을 하잖아요. 하하."
너무도 태연한 대답에 놀라움과 실망감이 동시에 몰려왔다. 20년 넘게 일해온 베테랑 노무사가 점심 메뉴를 통일시킬 정도로 업무가 많다는 것이 놀라웠고, 식사를 단순히 음식을 먹는 행위로 인식하는 것이 아쉬웠다.
신입 직원은 포커페이스(Poker Face)가 필수! 실망감은 빼고 놀라움만 살짝 담아 물어봤다.
"이렇게 점심 시간도 줄여가며 일하는데, 금융치료는 확실히 받고 있는거죠?"
"..."
다음엔 부대표 노무사의 연봉을 꼭 확인해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