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 원짜리

이날 생전 줏은 게 백 원짜리 하나

by 김진

'백 원을 쥔 손이 얼마나 자신 있었을 텐가.'


땡볕이 아스팔트를 달구고, 열기가 발끝에서부터 온몸을 타고 오르던 오후. 그 뜨거운 숨결 사이로 한 점의 은빛이 눈에 스며들었다. 백 원짜리 하나가 검은 길 위에서 태양열을 흡수하고 있었다.


발견과 동시에 몸이 먼저 반응했다. 허리가 숙여지고, 손이 뻗어나가고, 손가락이 그 작은 원을 움켜쥐는 일련의 동작들. 그리고 저절로 입에서 쏟아지는 말—'이 날 생전 줏은 게 백 원짜리 하나냐.'

동전이 손바닥을 지졌다. 아스팔트가 품었던 모든 열기가 그 작은 금속 원반에 응축되어, 살갗을 통해 혈관 속으로 스며들었다. 뜨거움이 손목을 타고 올라와 가슴까지 번져나갔다. 한동안 그 열기를 온몸으로 받아내며 서 있었다. 백 원짜리를 손에 꾹 쥐고, 그 작은 무게와 온도를 느끼고 있었다.


겨우 바지 주머니에 넣고 나서야 마음속 작은 목소리가 들렸다. 이걸 내가 꼭 주웠어야 했나. 그러고 보니 기껏 내가 백 원짜리 하나에 연연하다니. 주머니에서 다시 동전을 꺼내 들었다. 손바닥 위의 그것은 여전히 뜨거웠다. 허공을 향해 힘껏 던지는 폼만 잡고는 결국, 마트로 향했다. 아이스콘을 사먹는데 보탰다.


차가운 아이스크림이 목구멍을 타고 내려가며 동전의 열기를 식혔다.


다음부터는 줍지 않으리. 줍지 않으리.


아니야, 주워서 도서관 2층 자판기 커피를 빼서 마시는데 보태리.


시간을 30년 전으로 돌린다면, 백 원을 쥔 손이 얼마나 자신 있었을 텐가. 그때 그 손은 떨리지 않았을 것이다. 망설이지도 않았을 것이다.


아마 내가 백 원짜리 하나하나 주워서 담뱃값 모으던 시절, 그 본능이 작동한 것이라는 생각이 번개처럼 스친다. 기본 열다섯 개는 모아야 했을 그 시절. 손바닥에 쌓여가던 동전들의 차가운 무게.


지금 이 손바닥 위의 뜨거움과, 그때 그 손바닥 위의 차가움. 30년이라는 시간이 금속 하나에 서로 다른 온도를 입혔다.


백 원짜리 홀대하지 말자.


그 작은 원 안에는 시간이 흐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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