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에서 주님을 뵙습니다
어제 내린 비로
땅이 촉촉해졌다.
정원을 돌보기 좋은 날이다.
편한 옷을 입고 모자를 눌러쓰고
호미를 들고 마당에 나갔다.
한동안 들여다보지 못했더니
잡초가 마당 곳곳을 메우고 있었다.
호미로 콕, 콕.
뿌리까지 찍어내며 생각했다.
마당이 이렇게 넓었었나.
좀 더 자주 들여다볼걸.
언제 다 끝내지.
잡초는 늘 생명력이 강하다.
뽑아도, 또 뽑아도
어느 틈엔가 다시 자리를 잡는다.
그리고 방심한 사이
자기가 주인인 양
주변의 잔디를 말려 죽이며 퍼져 나간다.
오 주님,
이게 제 마음밭 같습니다.
매일 들여다보며 뽑아냈어야 할 것들을
방심한 채 내버려 둔
제 마음 말입니다.
잡초를 뽑을 때마다
생각들이 함께 뽑혀 나온다.
주님이 기뻐하지 않으셨을 말들,
생각들과 선택들, 나의 태도와 눈빛들
생각나는 것마다 회개가 나왔다.
잡초가 뽑히듯 나에게서 뽑혀 나가길
저절로 기도가 되었다.
오늘은 유독
딸을 나무랐던 내 모습이 떠오른다.
꼭 그런 식으로 말해야 했을까.
왜 그 순간
주님께 지혜를 구하지 않았을까.
물 한두 번 마시고
화장실에 다녀오고
점심을 먹는 시간을 빼고는
꼬박 한나절을
마당에서 보냈다.
잡초를 하나하나 뽑으며 회개하고
말씀을 들으며 새로운 영적 씨앗들을 심었다.
온전한 침묵 속에서 하나님께 집중했다.
허리는 아프고
손마디는 욱신거렸지만
마음은 한 곳에 모였다.
이것이 온전한 예배였음을 깨달았다.
호미는
내 마음을 일구시는
성령님의 도구였고
주님은 방심했던 내 마음의 상태를
잡초들을 통해 보여주셨다.
보이는 세계는
보이지 않는 세계의 그림자라는
구절이 떠올랐다
오늘 이 정원에서 호미를 들고 서서
내 영적 상태를 보여주시고
회개의 기도와 함께 새 마음을 주신
주님께 찬미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