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음악들

Chagall의 Magic Flute

샤갈의 노래-제3편

by 염진용


마르크 샤갈(Marc Zakharovich Chagall)의 말.. 말


"샤갈은, 오로지 샤갈만이, 은유가 성공적으로 드러나는 그림을 그린다."
- 앙드레 브르통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의 푸른색은 단순한 색채를 넘어, 그의 꿈·기억·영적 세계를 가장 강렬하게 담아내는 핵심 언어였다. 하지만 아내 벨라를 잃었을 때 푸른색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슬픔의 색이었다.


마르크 샤갈(Marc Chagall)의 초록색은 감정 스펙트럼에서 중간 지점, 즉 현실과 환상, 삶과 죽음 사이를 잇는 매개색으로 쓰였다. 새롭게 아내 바바를 만났을 때는 또 다른 기쁨의 색이었다.


앙드레 브르통(André Breton, 1896–1966)은 프랑스의 시인이자 수필가 그리고 초현실주의(Surréalisme)의 창시자로 다다이즘(Dadaism) 이후의 혼란스러운 예술적 흐름 속에서 ‘무의식의 자유로운 표현’을 통해 새로운 예술 운동을 정립하고자 했다.



모차르트(Mozart)의 마술피리(Die Zauberflöte)


샤갈-마술피리의 추억 1976



1966년 마르크 샤갈이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마술피리’(Magic Flute) 무대의 배경



샤갈이 작업한 발레 ‘알레코’ 4막에 등장하는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판타지’ 배경막.



달빛 아래의 알레코와 젬피라-제1막 1942

1942년 발레 ‘알레코’(Aleko)에 필요한 4개의 무대와 70여 벌의 의상을 디자인하는 것을 시작으로, 1945년 발레 ‘불새’(The Firebird), 1959년 무대장치와 의상을 디자인한 발레 ‘다프네와 클로에’(Daphnis and Chloe), 그리고 1967년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하우스의 위촉을 받아 뉴욕 링컨 센터 개막 시즌을 알린 오페라 ‘마술피리’(The Magic Flute) 공연 속 의상을 제작했다.




The Magic Flute – Queen of the Night aria (Mozart; Sabine Devieilhe)


Natalie Dessay - Queen of the Night - The Magic Flute - Mozart



꼼꼼히 들여다보며 들어보다


모차르트-마술피리
샤갈이 그려낸 장면은 오페라 '마술피리' 속에서도 가장 신비로운 순간을 떠올리게 합니다. 천장에 그려진 피리는 타미노가 손에 쥐고 여정을 시작하는 마법의 악기로, 그의 성장과 통과 의례를 이끄는 중요한 상징입니다. 나체의 여인은 타미노가 끝없이 갈망하는 존재, 순수한 사랑이자 이상적인 여성인 파미나로 보입니다. 꽃으로 둘러싸인 젊은 남성의 얼굴은 그녀를 향해 나아가는 타미노 자신을 닮아 있습니다.


모차르트 '마술피리' 제1막 타미노의 아리아 "Dies Bildnis ist bezaubernd schön” ("이 초상은 너무도 아름답네")와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타미노가 파미나의 초상화를 보고 처음으로 사랑에 눈뜨는 장면이다. 순수한 사랑, 이상향에 대한 갈망을 담아낸 아리아이다. 샤갈 그림 속의 나체의 여인은 이상적 여성 파미나(Pamina)와, 꽃에 둘러싸인 청년은 갈망하는 타미노(Tamino)와 절묘하게 겹쳐진다. 음악은 서정적이면서도 숭고하고, 영적 열망이 깃든 선율로 채워져 있다. 1막 후반 "Tamino mein, O welch ein Glück!" (“나의 타미노여, 오, 얼마나 큰 행복인가!”) 타미노와 파미나의 사랑의 이중창은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끌려가듯 노래하는 부분은 샤갈 그림의 낭만적이고 신비로운 색채와 어울린다.


Malin Hartelius, "Tamino mein, O welch ein Glück!"


제2막의 타미노가 마술피리를 손에 쥐고 불협화음 가득한 세계를 건너며 성장과 통과 의례를 경험하는 순간들 역시 샤갈이 강조한 피리의 언어는 '성장과 변용의 상징'과 맞닿아있다. 마술피리 연주 장면들 중 특히 2막은 피리 소리가 동물들을 평화롭게 만들고, 위기의 순간을 넘어가게 하는 부분은 샤갈이 천장에 그린 피리의 신비한 울림을 시각적으로 환기시킨다.


밤의 여왕은 몰락하고, 사라스트로(Sarastro)의 빛의 세계가 승리한다. 하지만 이 장면은 샤갈의 작품 속에서 느껴 볼 수 없는 아쉬움으로 남았다.


The Magic Flute – Dies Bildnis ist bezaubernd schön (Mauro Peter; The Royal Opera)


작품 속 아리아 명장면

타미노의 아리아: 〈Dies Bildnis ist bezaubernd schön〉- 파미나 초상화를 보고 사랑을 고백.
밤의 여왕 아리아: 〈Der Hölle Rache kocht in meinem Herzen〉- “지옥의 복수는 내 심장에서 끓어오른다”
타미노와 파미나의 이중창: 사랑과 헌신을 다짐하는 장면이 유명하다.



(Miscellany)


영화 '뷰티플 마인드'에서도 샤갈의 작품 '7개의 손가락'이 나온다. 영화 '노팅힐'에서도 샤갈의 작품 La Mariée(신부, 1950)가 나온다.


긴급구조위원회(ERC) 이야기

한나 아렌트와 샤갈. 샤갈 부부의 탈출 장면이 다큐 끝에 잠깐 나오는데 배우가 얼마나 닮았는지가 관건이었다. 매우 닮은 배우들이라 깜짝 놀라며 탄성을 질렀다.


한나 아렌트(Hannah Arendt 1906–1975)

'예루살렘의 아이히만'(Eichmann in Jerusalem, 1963) 나치 전범 아이히만 재판을 보고 쓴 책으로 유명한 철학자이다. 여기서 “악의 평범성(Banality of Evil)” 개념을 제시. 아이히만은 사악한 괴물이 아니라 비판적 사고 없이 ‘명령에 따르는’ 평범한 인간이었음을 강조했다.

2024 개엄사태에서 "나는 명령에 따랐을 뿐"이라는 별들의 말은 그의 철학이 얼마나 예리한 지를 다시금 느끼게 해 줬다.


전시회장 의자에 앉아서 샤갈의 그림 속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초승달과 같은 붓터치를 발견할 수 있다. 그만의 시그니처 스타일이라 감탄하며 나름 흐뭇했다. 대표작으로 '반달 모양의 연인들'(The Half-Moon Couple, 1951)을 들 수 있다.


에칭(Etching) 판화 작품 또한 많았는데 회화하고는 다른 섬세한 선에 대한 그의 집념을 엿볼 수 있다. "색채와 선(Color & Line)의 마술사"라고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조선지(韓紙)에 대한 체험도 이색적이었다. 아이들을 위한 전시라는 느낌이 들었다.


(Stained Glass: )

"유리에 물든인 그림"은 이미테이션(Imitation)이라서 그런지 틀(Frame)에 맞물린 그의 그림들이 어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의 작품 중 밝고 화려하고 큰 그림은 뉴욕과 파리에 직접 가서 봐야 하는 전시였다. 언젠가 직접 가서 보겠다고 다짐한다.




* 빨강 바탕에 하얀 글씨는 전시회 설명입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