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를 불렀고, 나는 갔다

by 스윗퍼시먼

처음엔 단순한 연결이었다.

추천을 받았고,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왔다.

“잠깐 뵐 수 있을까요?”

그 말은 면접이라기보다 유혹에 가까웠다.


회장의 목소리는 낮고 침착했다.
조건은 다 들어줄 수 있다고 했다.
그 순간 나는 ‘꽤 괜찮은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하지만 그 부드러움은 마치 길들인 침묵 위를 걷는 것 같았다.
낯설고도 불안했다.


며칠 뒤, 나는 그 회사에서 예의 있게, 그러나 빠르게 사라졌다.

입사와 동시에 채택되었고, 그보다 먼저 불편함이 감지되었다.
그리고 그 불편은 조용히 나를 밖으로 밀어냈다.


퇴장하는 날, 나는 메시지를 남겼다.

“감사했고, 최선을 다했고, 잘 되길 바랍니다.”

말은 예의였지만 내 안에는 묵음의 진심이 남아 있었다.


며칠 후, 다른 전화가 다시 울렸다.
“그게...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 말을 듣고 알았다.
나는 퇴출된 게 아니었다.

내가 판을 흔들었던 것이다.


그날 이후로, 나는 조금 더 나를 바라보게 됐다.
누가 나를 불러서 갔던 게 아니라, 내가 나를 증명하려고 갔던 거였다.
그리고 결국, 내가 나를 데리고 돌아온 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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