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문을 열었을 때
익숙하지 않은 정적이 흐르고 있었다.
낯설어서 되려 안전해 보였다. 책상, 단정한 메모지. 그리고 작은 화분, 그 뒤의 사람, 상담사
이 자리까지 오는 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걸렸는지 그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었다.
사실 나는 이 자리에 오지 않기 위해 꽤 오랫동안 노력했다. 정신과 의사의 권유도, 상담사의 추천도 모두 나를 이 문 앞으로 데려왔지만 나는 번번이 돌아섰다.
‘내가 환자라고 생각하나?, 그래도 그 정도는 아닌데…’
불쾌함과 거부감, 자존심과 부끄러움이 뒤엉켜 내 발목을 잡았다. 하지만 결국 왔다. 나도 지쳤다는 증거였다.
상담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잘하셨어요. 아주 잘하고 계신 거예요. 다른 분들과 비교해도 훨씬 침착하고 냉정하게 잘 대응하셨어요."
그 말은 분명히 칭찬이었다. 하지만 내 속은 이상하게 불편했다. 나는 환자가 아니다. 나는 정의를 말하고 싶은 사람이다. 억울함을 기록하고 싶은 사람이다. 그래서 그 '잘하셨어요'라는 말은 "그래도 살아남았잖아요"처럼 들렸다.
나는 그런 말이 듣고 싶었던 걸까?
한참을 멍하니 있다가 문득 깨달았다. 어쩌면 나는 '칭찬'이 아니라 '확인'이 필요했던 것이다.
"당신 잘못이 아니에요."
그 한 문장. 그것이 지금껏 그 어떤 도움보다 절실했던 말이었다.
이후 몇 차례 상담을 받으며 나는 흥미로운 걸 하나 알게 되었다. 상담까지 오는 사람들도 다양했다. 각자의 삶을 살아오던 사람들이지만, 입을 열면 다들 같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제도가 너무 느려요.“
"정작 필요한 순간엔 아무것도 막아주지 못해요.“
"가해자는 모든 권리를 보장받는데, 나는 왜 이리도 많이 설명해야 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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