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벚꽃이 피면> 도고 나리사 글그림, 황진희 옮김 / 길벗어린이
온 세상이 분홍빛으로 물들고 있습니다. 봄이 왔다는 증표이지요. 봄은 그 자체로 마음이 편안해지는 계절입니다. 봄을 생각하면 푸른 하늘, 따뜻한 햇살, 부드러운 바람, 사람들의 환한 미소가 저절로 떠오르거든요.
특히 벚꽃이 활짝 피어난 날에는 평소와 다른 하루가 펼쳐집니다. 고개 숙인 채 핸드폰만 보며 걷던 사람들도 오랜만에 고개를 들어 벚나무를 올려다보며 사진을 찍고, 앞만 보며 바쁘게 달려가던 사람들도 잠깐 걸음을 멈춰 한숨을 돌립니다.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존재만으로 행복과 여유를 선물하는 벚꽃에게 그저 고마울 따름이에요.
요즘 같은 날에 딱 어울리는 그림책 <벚꽃이 피면>을 소개합니다. 이 책은 아이들과 함께 읽어도, 어른 혼자 감상하기에도 좋아요. 책이 크~고 길~거든요. 세로 230mm, 가로 310mm라서 책을 펼치면 가로로 아주 길어지는데, 덕분에 황홀한 봄 풍경화를 만끽하기에 제격이랍니다.
총총총, 또각또각, 종종종, 자박자박.
3월 중순의 월요일 아침, 언제나처럼 모두 역을 향합니다.
"조금 서둘러야겠어." 그녀의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수학 시험은 정말 싫어." 여자아이는 느릿느릿 걷습니다.
"큰일 났어, 지각이야." 남학생이 바쁘게 달려갑니다.
다음날도
총총총, 또각또각, 종종종, 자박자박.
외투를 입은 사람들이 앞을 보며 걸어갑니다.
어제와 똑같은 아침 풍경 같지만, 어제와 달라진 점을 발견하셨나요?
나뭇가지 끝을 좀 보세요! 봄이 오고 있다고요!
벚나무는 봄을 준비합니다.
붉은 갈색의 작은 싹이 부풀어 연둣빛이 되고,
연둣빛 꽃눈에서 연분홍 꽃잎이 얼굴을 내밉니다.
점점 봉우리가 벌어지더니
다섯 장의 엷은 꽃잎이 피어났습니다.
벚꽃이 피면 새들이 가장 먼저 날아듭니다.
"삐삐 삐삐."
막 피어난 꽃봉우리에서 동박새가 부리로 꿀을 빱니다.
"삐요 삐요."
직박구리도 큰 소리로 노래하며 날아옵니다.
벚꽃 가루로 얼굴이 노래졌습니다.
"짹짹 짹짹."
참새는 꽃을 통째로 따 꿀을 빨고는 휙 떨어트립니다.
그나저나, 이렇게 아름다운 그림으로 아이들에게 꽃이 피는 과정과 새가 꿀을 빠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니! 자연에 관한 호기심이 퐁퐁 솟을 것 같아요.
그다음 월요일도 총총총, 또각또각, 종종종, 자박자박.
늘 그랬던 것처럼 오늘도 모두 역으로 향합니다.
"어, 꽃이 떨어져 있네."
여자아이가 걸음을 멈추고 참새가 떨어트린 꽃을 줍습니다.
느릿느릿 걷던 여자아이가 가장 먼저 봄이 왔음을 알아챘네요! 그 옆에 주머니에 손을 꽂고 있는 할아버지도 벚나무를 바라보고 있고요. 역시 '봄'은 마음이 여유로운 사람에게 먼저 찾아오는 법입니다.
그리고 벚꽃이 만발한 금요일 아침. 역으로 가던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춥니다.
"벌써 봄이네!"
한 아저씨가 사진을 찍습니다.
"벚꽃이 피면, 왠지 가슴이 두근거려."
그녀가 고개를 들어 벚꽃을 봅니다.
주말이 되었습니다. 거리는 사람들로 붐빕니다.
타코야키 가게 아저씨는 손을 멈출 틈이 없을 만큼 바쁩니다.
올해는 드디어 '마스크 없이' 벚꽃 축제를 즐길 수 있다고 해요. 아마 곳곳에 이런 풍경이 펼쳐지겠죠?
여자아이가 누워서 벚꽃을 바라봅니다.
"우와, 분홍빛 천장이다."
우와... 이 장면은 직접 보셔야 합니다. 가로로 길게 펼쳐진 '분홍빛 천장'이 정말 아름답거든요.
저희 조카는 흐드러지게 핀 벚꽃을 보며 "우와, 팝콘 같다"라고 했었어요. 30년 넘게 산 어른도 '분홍빛 팝콘 천장'을 어서 보고 싶습니다.
저녁 무렵, 비가 내리고 바랍이 붑니다.
쌩~ 쌩~ 후두둑 후두둑.
밤이 깊어지자 비바람이 더 세졌습니다.
왜 항상 벚꽃이 만발하고 나면 비가 내리는 걸까요? 자연의 법칙은 애석하지만, 짧기에 더욱 소중하고 아름다운 '봄'입니다.
벚나무는 벌써 다음 준비를 합니다.
가지 끝에서 작은 이파리가 얼굴을 내밉니다.
이파리가 커집니다.
총총총, 또각또각, 종종종, 자박자박.
4월 중순의 월요일 아침, 늘 그랬던 것처럼 모두 역으로 걸어갑니다.
"조금 서둘러야겠어."
그녀의 발걸음이 빨라집니다.
한바탕 축제가 끝나고 나면, 무슨 일이 있었냐는 듯 우리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옵니다. 매일 똑같은 길을 똑같은 표정으로 걸어가지요. 하지만 괜찮습니다. 우리의 마음속에, 머릿속에, 사진속에 그날의 추억이 진하게 새겨졌으니까요. 그날의 따뜻함과 선선함은 우리가 다시 나아갈 힘이 되어주고, 그날의 설렘과 기쁨은 다음을 기약하는 희망이 되어줍니다.
3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 한 달을 담은 이 책은 뒤표지까지 완벽합니다. 앞표지에서는 온 세상이 분홍빛이었는데 뒤표지에서는 어느새 초록빛으로 한가득해졌네요. 마지막 책장을 덮은 지금, 제 마음은 여전히 달뜹니다.
이대로 끝내기 아쉬우니 벚꽃 사진 명소를 추천합니다. 제가 매일 걷는 산책길에 있는 카페 '연남동 벚꽃집' 앞인데요. 카페 이름처럼 벚꽃 맛집입니다. 올해도 프사를 건져보겠습니다. 룰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