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많은 IT 기업은 네이버를 욕할까?
Landing page란 말 그대로 랜딩을 목적으로 하는 페이지, 하나의 목적을 가지는 페이지라고 다들 알고 계실 겁니다. 홈페이지와 굳이 비교를 하자면, 홈페이지의 경우 다양한 목적을 가지고 있는데 반해, 랜딩페이지의 목적은 하나입니다. 예를 들면 회사 소개 홈페이지의 경우, 회사도 소개해야 하고, 연혁도 들어가고, CEO 인사말도 들어가고, 사업 범위와 목적, 브랜드 하이어 라키, 제품 소개까지 일반적으로 포함됩니다. 하지만 랜딩 페이지를 예로 들면, 제품의 이용, 혹은 사용자의 액션만을 목적으로 합니다.
이러한 단순함 때문에 보통 마케팅 프로모션 페이지로 많이 기능하고, 마케팅 목적으로 많이 활용됩니다. 각종 분석을 하기가 쉽거든요. 마케팅은 보통 종합적으로 설계되기 때문에 각각의 채널, 콘텐츠에서 분석을 하기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랜딩페이지를 최종 도착점으로 하게 되면 유입 트래킹을 통해 어떠한 채널, 콘텐츠로부터 접근했는지 알기가 쉬워집니다. GA가 제공하는 트래킹 기능을 이용해서요. 더 나아가 단축 url을 따로따로 형성해서 배포한다면 더 세세한 트래킹이 가능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는 일반적인 관점에서의 랜딩 페이지이고, 제가 오늘 말하고자 하는 것은 초기 실리콘벨리의 대부분의 스타트업이 이 랜딩 페이지를 통해 설립되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스타트업은 2005년 이후로 설립된 it 기업이라는 점을 전제로 하겠습니다. 왜 하필 2005년이냐? 미국의 (전설은 아니고) 레전드급 인큐베이터인 Y 콤비네이터가 설립된 해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Y 콤비네이터는 스타트업 투자사, 인큐베이터로 많은 스타트업에 투자하고, 인큐베이팅을 했습니다. 그래서 초기 창업자들에게 교육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요. 이 프로그램에 랜딩페이지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Y 콤비네이터는 스타트업이 자신의 서비스 가설을 확인하기 위한 가장 저렴한 방법으로 랜딩페이지를 꼽습니다. 여기서 흥미로운 점은 ‘실제 서비스는 없다’는 것입니다.
사람이 가장 솔직한 순간은 언제일까요? 이미 정답을 알고 계시는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습니다. 바로 검색창 앞입니다. 검색어를 입력하면서 거짓말을 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가장 적합한 검색어를 입력하기 마련이니까요. 그리고 이것이 랜딩페이지의 역할입니다.
그러니까, 스타트업은 랜딩페이지로 가상의 서비스를 만들고, 그리고 검색어를 통해 여기에 접근할 수 있도록 서비스가 해결할 수 있는 니즈를 상세히 포함합니다. 그리고 콜 투 액션 버튼을 설정합니다. 그런데 이 콜투 액션을 눌렀을 때, 접근자는 현실을 (퍼뜩!) 깨닫게 됩니다. 세상에 그런 서비스는 없다는 것을요. 사실 우리는 스타트업이고, 이런 서비스를 만드려고 한다. 실제로 이런 서비스가 출시된다면 당신의 이메일을 통해 알려주고 싶다. 네, 사실 이 랜딩페이지의 접근자는 속은 겁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서비스를 꼭 쓰고 싶은 사람이라면 이메일을 남기게 됩니다. UI에서 시작해 BX를 형성하기까지에서 언급했듯이 이를 통해 팀에 합류하기도 하고, 자기가 키운 서비스가 되도록 응원하고, 도움을 주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스타트업 팀은 랜딩페이지를 통해서 두 가지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1. 이렇게 많은 검색 유입이 있었다는 것은 사람들의 니즈가 존재한다는 것이다! 2. 서비스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접근자의 n%가 이메일을 남겨주었다. 즉 이 서비스의 충성고객이 n%나되고, n명의 사용자는 서비스가 출시되자마자 확보할 수 있는 고객이며, 이런 응원과 도움을 주시는 분들도 존재했다!
이 정도면 대강 왜 가장 싼 증명 방법인지를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서비스가 없더라도 이과정을 통해 가설을 확인한 것이니까요. 흔히 말하는 시드머니는 이 정도 과정으로 충분히 받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Y 콤비네이터 프로그램에 포함되어 있어요. 자 그럼 Y 콤비네이터의 프로그램을 잠깐 살펴볼까요?
1) 9 비즈니스 모델 캔버스를 그리고, 서비스 가설을 확립한다.
2) 랜딩 페이지를 만든다.
3) 랜딩 페이지가 가설을 확인할 수 있도록 마케팅을 실행한다.
4) 랜딩 페이지를 통해 수집된 정보를 바탕으로 시드머니를 유치한다.
5) 유치한 시드머니로 제품의 최소 기능 제품(MVP)을 만든다.
여기까지가 Y 콤비네이터의 프로그램이에요. 보통 시드머니를 유치하는 단계에서 대부분의 팀이 걸러지겠죠? 그리고 실제로 만들어낸 MVP에서 실제 회사가 되는지 안되는지가 결정됩니다. MVP를 만들어낼 수 없는 팀도 이 단계에서 걸러지겠죠. (MVP도 스타트업에서 아주 중요한 개념인데요. 이건 스타트업이 일하는 방식에서 다시 설명하게 될 거 같아요. 일단 링크를 참고해주세요!)
그렇다면 이게 단지 미국의 이야기냐? 그렇지 않습니다. 역시 한국에서 레전드급 투자사 프라이머(스타트업이 일하는 방법에서 또 언급될 겁니다. 여기서는 결제 대행 서비스인 이니시스를 개발해서 매각한 대한민국 1세대 투자자... 정도로 기억해주세요.)가 이 프로그램을 수입해왔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제가 마지막으로 경험한 프라이머의 엔턴쉽인 2018년까지도 유지됐습니다. Y 콤비네이터의 실제 강연 영상을 번역해놓고 보는 것을 권장하기도 합니다. (들통 나 버린 출처!).
자, 드디어 부제인 ‘네이버는 왜 IT에서 욕먹는 기업이 되었을까?’입니다. 오늘도 흥미 돋는 이야기까지 (노잼을 넘어) 오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프라이머가 랜딩페이지를 통해 가설을 확인하라고 가르치지만, 실제로 랜딩페이지를 통해 가설이 확인된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왜일까요?
마케터분들이나 개발자 분들은 아마 답을 알고 계실 겁니다. 네이버는 웹 표준을 지켜서 랜딩페이지를 만들어도, 검색 상단에 노출시켜주지 않거든요. 미국의 스타트업들은 ‘가장 적합한 검색어를 바탕으로’ 노출시켜주는 구글 덕에 랜딩페이지가 중요했다고 할 수 있지요. 그나마 최근에는 네이버도 웹 표준을 지킨 문서를 상단에 올려주고 있긴 한데, 이것조차 눈 가리고 아웅입니다. 네이버는 ‘사이트(웹문서)’가 가장 상단에 노출되는 경우는 거의 없거든요. 굳이 파워링크까지 언급하지 않더라도요.
일단 네이버는 검색어마다 노출되는 영역 순서가 다릅니다. 최근에 view로 바뀐 블로그일 수도 있고, 지식인일 수도 있고, 뉴스나 사전이 될 수도 있습니다. 네이버에서는 검색어마다 가장 많이 접근하는 텝을 상단에 노출한다고 하는데, 사실 그렇다고 보긴 어렵습니다. 증명은 꽤 간단합니다.
네이버에 접속하시고, ‘서울역 맛집’을 검색해 보세요. 그리고 view탭으로 이동하신 뒤 밑에 결과들을 대강 기억하신 다음 뷰탭을 유지한 상태로 ‘서울역 맛집.’이라고 다시 검색합니다. 분명히 같은 결과 혹은 비슷한 결과라도 나와야 할거 같은데, 다른 결과가 나오죠? 이 정도면 ‘검색 논리가 일정하지 않다, 네이버가 자의적으로 검색 결과를 조정하고 있다’라고 결론을 내려도 될 거 같습니다. 이번에는 구글에서 해볼까요? 크게 다르지 않은 검색 결과를 보실 수 있을 겁니다.
어떤 분은 네이버의 알고리즘이 구글보다 좋은 것이 아니냐?라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그런 부분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사람이 개입해 검색어에 더 적합한 콘텐츠를 보여주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지금에서야 공정해진 편이고, 네이버에서도 인정하고 노력하고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궁금하신 분은 그리핀 프로젝트를 알아보시면 될 거 같습니다. 링크는 짧은 기사로 프로젝트 목표인 ‘공정하게 노출되도록 노력할 것’을 보여드리기 위해 인용합니다.) 초기의 네이버는 더 심했습니다. 그래서 많은 IT인들이 ‘네이버는 정치적이다(가치중립적이지 못하다)’라고 말하는 것이고요. 실제로 정치 관련 이슈 쪽으로 이야기하면 더 이야기는 더 심각해지지만, 여기서는 IT에 관련된 이야기만 정리하는 것으로 해요.
그럼 많은 스타트업들이, IT인들이 네이버를 욕하는 이유는 대강 설명이 될 듯싶습니다. 검색 시장의 70%를 점유하고 있는 네이버가 공정하게 서비스를 보여주지 않았었으니까요. 지금은 토스가 브랜드 광고를 걸고 있는데, 불과 1~2년 전만 해도 브랜드 광고를 하지 않았고, 최상단에 노출되지 않았어요. 카카오의 고집도 볼만합니다. 카카오의 각각의 서비스들, ‘카카오톡’, ‘카카오 T’, ‘카카오페이지’ 같은 것을 검색해보세요. 브랜드 광고가 전혀 노출되지 않는 걸 확인하실 수 있으실 겁니다. (브랜드 광고 자체가 공정하지 않다고 볼 수 있어요. 사용자가 원하는 검색 결과는 당연히 그 서비스일 텐데, 여기에 광고를 붙여야만 상단에 올려주겠다 라는 의미일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상단에 노출되기는 한데, 이 역시도 몇 년 전에는 상단에 자리를 내주지 않았습니다. 이런 이슈를 ‘검색권력’이라고 말하고, 최근에는 많이 부각되어서 고쳐지고 있습니다만, 시장의 고착화(더 이상 사람들이 앱스토어에서 신규 앱을 검색해보지 않는 현상)가 이루어지고 있는 이 시점이라는 점이 안타깝지요. (이미 너무 오래된 논제라 자세한 설명은 생략!)
그렇기 때문에 프라이머에서 랜딩페이지를 아무리 강조해도, 이 방법으로는 팀을 걸러낼 수 없었어요. 예를 들면 ‘배달앱’, ‘청소 대행 앱’ 이런 식의 검색어에 맞춘 랜딩페이지를 만들어도 검색이 되지 않았거든요. 거기다 특수할 수밖에 없는 브랜드, 회사 이름으로 해도 네이버는 쉽게 최상단을 내어주지 않았죠. 그래서 과정 중에 고객 인터뷰 10명을 프로그램에 넣었습니다. 이건 원래 Y 콤비네이터의 프로그램에는 없던 내용이죠. 물론 이건 아주 기본적인 프로그램으로 인큐베이터인 프라이머가 스타트업 팀들에게 알려주기 위해서, 즉 교과서식이고 실제로 프라이머의 파트너가 되는 사람들은 다른 숙제를 풀었거나, 자신들만의 방법으로 증명해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배달의 민족도 프라이머 출신인데, 랜딩페이지를 증명할 수 없었기 때문에 동네 배달 전단지 500부를 들고 와 증명을 했다고 해요. (그러니까 랜딩페이지 만들 시간에 발로 뛰어!)
그럼에도 여전히 BX가 뛰어난 여러 기업에서 랜딩페이지를 활용하고 있습니다. 또, 그럼에도 불구하고 네이버는 나쁜 기업이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네이버에 대한 이야기도 언젠가!). 검색어야 말로 가장 니즈에 관련이 깊고, 예상하지 못한 유입 검색어는 서비스 키워드를 잡는데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그래서 서비스 유입과 개선에 여전히 유용합니다. 물론, 네이버가 전혀 SEO가 안 되는 것도 아닌 점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유료 BM인 파워링크가 가장 강력하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지만요!)
카카오가 가장 대표적인데요. 카카오톡, 카카오 t 등 서비스마다 개별적인 랜딩페이지를 가지고 있고, 토스와 배달의 민족도 회사와 서비스를 구분해서 랜딩페이지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BX를 구체적으로 둘러보면서 다시 언급하겠지만, BX의 핵심은 ‘하나의 메시지를 던진다’는 겁니다. 여러 개의 메시지를 던지면 의도한 방향과 다르게 BX가 형성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그래서 [하나의 서비스 = 하나의 BX = 하나의 목적을 가지는 랜딩페이지]라는 구조를 선호하게 된 것이라 봐요. 이 방식이 서비스가 제공하고자 하는 본질에 접근하기 쉬운 구조이고, 랜딩페이지 유입 검색어를 통해 상정하지 못했던 BX나 키워드를 발견할 수 있으니까요. 분할되어 있지 않다면, 어떤 서비스에 접근하기 위해 이 키워드를 사용했나 알기 어렵겠죠? 무엇보다 목적을 하나로 좁히면 본질을 흐리는 다른 것들을 걷어 낼 수 있다는 점을 무시할 수 없다고 봐요. 어쩌면, 무엇을 보여줄지 보다 무엇을 보여주지 않을지가 더 중요한 것일지도 몰라요.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 외국 서비스가 더 분할된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서비스의 목적이 다르다면 다른 앱으로 쉽게 넘겨준다고 생각해요. 구글은 제공하는 무수히 많은 서비스를 개별적인 앱을 통해 제공하고 있고, 페이스북은 충분히 합칠 수 있어 보임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과 페이스북 메신저를 각각의 앱에서 따로 제공하고 있지요. [하나의 목적(니즈)은 하나의 서비스로 대응한다]라고 해석할 수 있지 않을까요?
이는 하나의 앱으로 트래픽을 끌어오려는 한국과는 대비되는 개념이에요. 카카오는 그 중간 지점, 타협을 하고 있다고 보고요. 개별적인 서비스 앱이 만들어지고 있지만, 그래도 이미 카톡은 채팅앱이라는 본질을 많이 벗어나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고 있어요. 또 링크를 브라우저로 넘겨주지 않아서 링크와 톡을 동시에 볼 수 없죠. 사용성을 포기하고 트래픽을 선택했다고 보는데요. 여태까지 논해왔던 카카오의 또 다른 모습으로 대한민국 태생이라는 게 드러나는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g메일은 브라우저로 넘겨주는데 카톡은 안 넘겨줘!라고 2년 전까지 이야기했는데 요즘엔 g메일도 그냥 엽니다. 이건 대체 왜 그랬을까…?)
대기업이 항상 고민에 빠지는 것은 이 부분이 아닐까 해요. 대기업이라면 어찌 됐든 하나라도 강력한 BX를 가지고 있기 마련이고, 이 브랜드 파워를 이용하고 싶은 욕구가 있으니까요. 예를 들면 메로나 딸기맛, 곰표 팝콘처럼 원래 브랜드와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이는데도 브랜드에 편입시켜 론칭하기도 하죠. 하지만 기존의 BX를 벗어나 새로운 BX를 형성하는 방법도 있을 수 있어요. 대표적으로 애니콜과 갤럭시를 나눈 삼성을 예로 들 수 있겠네요.
결과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카카오가 가장 좋은 UX 전략을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싶어요. ‘카톡’을 통해 얻은 강력한 카카오 BX를 활용해 카카오가 앞에 붙는 서비스 네이밍을 하고, 각각의 서비스는 또 서로 다른 BX를 형성하고 있으니까요. 그리고 이걸 잘 녹여낸 것이 카카오 서비스들의 랜딩페이지라고 생각해요.
결국 하고 싶은 이야기는 서비스를 정의하는 브랜드 전략은 다각도로 고려되어야 한다는 보편론, 그리고 IT는 UX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UX와 BX를 일치시켜 하나의 니즈에 하나의 앱, 하나의 브랜드에서 론칭하는 것이 좋은 것 같다.라는 의견을 내놓고 싶었습니다. 머티리얼 디자인과 같이 일관된 BX를 형성하려는 노력도 중요하겠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