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힝맨은 분노를 참지 못했다.
월요일 아침이면 지난주에 발행된 기사나 칼럼 등을 추려서 간단히 첨언하여 사내에 공유합니다. ( IT 기사 큐레이션 봇 힝맨 )
그런데 한 사설에 너무 화가 나서 (분노를 못 참고) 이 글을 쓰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쓰는 도중 기사가 내려갔네요… 문제를 드디어 인식한 듯싶습니다. 글을 쓰기 전에 스크린샷을 찍어 놓은 것은 다행인데, 기사 내용이 날아가 버려 기억에 의존해 글을 쓸 수밖에 없었습니다만, 꼭 하고 싶은 이야기라 작성합니다.
[사설]“무제한 무료”라더니 갑자기 수십억 내라는 구글의 속임수
링크를 클릭하셔도 기사는 삭제되었습니다. 그래도 일단 링크는 남겨둡니다.
기사가 내려가 간략히 요약합니다.
1) 구글은 클라우드 비용이 무료라 홍보하여 국내의 많은 대학들이 클라우드 서비스를 사용했다.
2) 몇 년이 지난 지금 구글은 100TB만 무료로 선언했다.
3) 서울대 등 주요 대학은 8000TB를 사용하기 때문에 고작 1~2%만 무료고 이제 년간 수십 억 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4) 구글은 이 외에도 탈세의 혐의가 있으며, 앱 스토어를 통한 개발사 착취를 하고 있다.
5) ‘악마가 되지 말자’라던 창업 이념을 잊은 것 아닌가?
1. IT 서비스는 마치 무료로 제공되어야 하는 것처럼 말한다.
8000TB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 구글이 지불하는 비용은 전혀 생각하지 않는 듯싶습니다. 오히려 그동안 무료로 사용한 것을 감사히 여겨야 하는 것이고, 만약 이전을 해야 한다면 이전 비용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대한민국 사회는 아직도 IT 서비스가 무료로 여겨지고, 특히 게임은 과금하는 것을 바보처럼 여기는 분위기가 있으며, 문화 콘텐츠도 무료로 즐기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광고조차 달 수 없는 클라우드 서비스는 대체 어디서 돈을 벌어야 할까요? 클라우드 서비스에 과금을 요청한 구글이 비판받아야 하는 것일까요? 사용하는 서비스에 돈을 지불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비판받아야 하는 것일까요?
2. 그래서 대체할 수 있는 인프라와 서비스는 있고?
대체할 수 있는 인프라, 서비스가 대한민국에는 있는지 묻고 싶습니다. IT 강국이라 부르짖는 대한민국에서 세계적인 대학임이 분명한 서울대가 사용할 클라우드 인프라가 구축되어있지 않다는 점은 부끄럽지 않나요? 더 나아가 구글의 클라우드 서비스를 대체할 수 있는 수준을 갖춘 대한민국의 클라우드 서비스는 있나요? 있다면, 서울대는 왜 굳이 구글을 사용했을까요? 이것이 무료로 유인한 구글의 문제일까요?
구글의 창업 이념이 ‘악마가 되지 말자’라는 것은 굉장히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그러나 이제 변경되어 ‘올바른 일을 하라’로 변경되었는데요. 이 배경은 2018년 구글이 펜타곤 AI 산업에 뛰어들면서입니다. 구글을 비판하려면 차라리 이런 것으로 비판할 일이지, 무료 서비스로 소비자를 유인한 것을 비판하는 것은 그다지 좋아 보이지 않습니다. 창업 이념을 변경해 가며 군수산업에 뛰어든 것을 비판하는 게 악마가 되지 말자는 이념을 잊어버렸다는 점을 훨씬 세련되게 비판하는 것 같습니다. 초기에 무료 서비스로 공급하던 서비스를 유료 서비스로 변경한 것이 악마라고 불릴만한 일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대학도 서비스를 사용하고 비용을 지불하는 게 당연한 기업이니까요.
더 나아가 탈세나 앱스토어에 대한 비판도… 저는 대한민국에 한계라고 봅니다. 여태 구글이 세금을 내게 조치하지 않은 정부와 로컬 마켓에 관심이 부족한 현황을 비판해야지, 이게 구글의 부도덕함을 탓할일인가 싶습니다. 쉽게 부도덕을 탓할 것이 아니라 제도와 환경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봐요.
4. “오직 한 없이 가지고 싶은 것은 높은 문화의 힘이다” - 김구
제가 비판하고 싶은 것은 사실 이 기사가 아닙니다. 대한민국에 깔려있는 문화적인 배경이 저런 기사가 나오게 했다는 점을 비판하고 싶은 것이죠. 굳이 디테일하게 이야기하자면, 1. 여전히 IT 서비스를 무료라는 인식 그 자체. 그리고 이게 기사로 나올 만큼 떨어지는 인식 수준과 낮은 IT 서비스의 이해도. 2. 대한민국은 구글과 같은 서비스를 대체할만한 서비스를 만들 수 있는 문화와 환경이 갖춰져 있는가?입니다.
한 발짝 더 나아가 구글의 창업이념이 변경되었다는 것을 이야기한 것은 사실 흥미를 끌기 위함도 있었지만, 이런 것을 알고 있다는 자랑이 아니라, 이념 변경을 반대하고, 구글 ai 파트의 직원들이 줄지어 퇴사하고 있다는 점을 이야기하고 싶어서입니다. 이것이 과연 구글만의 문제일까요? 구글이라는 기업의 혁신도 개인적으로 부럽지만, 회사의 결정에 반대하는 성명문을 내고, 비전과 일치하지 않으면 과감하게 퇴사를 결정할 수 있는 문화 자체가 형성되어있는 미국의 실리콘벨리가 부러운 겁니다. 이런 문화가 갖춰져 있기 때문에 구글 같은 서비스가 미국에서 만들어진 게 아닐까요? 아마존, 구글, 페이스북 같은 회사들은 대체 왜 미국에서만 나타나는 것일까요?
여전히 IT 서비스는 무료라는 인식을 가지고 구글을 비판하는 대한민국에서 대체 언제쯤 저런 문화를 갖추게 될 수 있을지… 아득하기만 합니다. (아마 그것 때문에 화가 나고 분노를 참지 못했던 것이겠죠.) 대한민국에서 구글을 다니는 사람이 구글이 창업 이념을 변경하고 군수산업에 뛰어들었기 때문에 퇴사한다 라고 말하면 어떨까요? (아니 고작 그것 때문에 퇴사한다고? 배가 아직 덜 고팠구나? 호강에 초치네. 벌써부터 귀에 아른거리는 이야기들.) 혹시, 저만 저런 목소리가 들리나요?
높은 문화의 힘은 아래로 흘러듭니다. 쉽고 흔하게 하는 말이지만 인식의 수준이나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는 문화에 대해선 간과하고 있는게 아닌가 싶어요. 실리콘벨리의 높은 인식 수준과 문화가 대한민국에 조금씩 흘러들고 있는 것은 분명한 사실로 보이고, 대한민국도 이런 높은 문화의 힘을 가지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 것이 아닐까 싶어요.
IT에 대한 이해도가 너무나 낮은 듯싶어 누가 작성한 글인가 (설마 IT 기자겠어?) 확인하려고 열심히 기고자를 찾았으나… 다행히도(?) 기고자는 찾지 못하고 한 줄 댓글만 찾았습니다. (IT 기자였다면 더 낙심했을 거야.)
저는 왜 이렇게 긴 글을 썼을까요? 촌철살인의 댓글과 7개의 좋아요… (이것이 바로 재능의 한계인가?!) 주제의 타이밍을 놓칠까 걱정돼서 급하게 써봤어요. 이 글 때문에 작성했던 글의 순서와 다르게 업로드가 되는데… 앞으로 고려해서 편집하도록 하겠습니다. (안물 안궁, 안 물었어 안 궁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