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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힝맨 Jun 24. 2021

무엇이 스타트업을 스타트업답게 하는가?

스타트업이란 무엇인가?

1. 드디어 올 것이 왔군…!


  입사 후 첫 런칭을 마치고 기운이 쪽 빠져있습니다. 굉장히 간단한 일이었다고 생각했는데, 이외로 고전해서 스스로 스타트업의 방식에 완전히 고착된 것은 아닐까, 이렇게 일해도 괜찮은 것일까, 다음에는 어떻게 해야 더 잘할 수 있을까를 생각하며 반성 중입니다만… 드디어 올 것이 왔습니다.  


2. 가장 쉬우면서 가장 어려운 주제, 스타트업


 네, 드디어 스타트업에 대한 이야길 할 때가 왔습니다. (일 못하는 사람의 변명을 들어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개인적으로 가장 쉬운 주제면서 가장 어려운 주제이기도 합니다. 스타트업에 대해 이야기하라면 3일 밤낮으로 할 자신은 있는데, 그게 중요한 것인지, 공유될 만한 것인지, 그리고 어디까지 설명해야 하는지 판단이 서지 않기 때문입니다. 친구들의 평가에 따르면, 스타트업과 사랑에 빠지고 회사와 연애하는 남자였기 때문에 냉정한 판단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봐 친구. 회사란 그런 것이 아니야. 실제 한 스타트업 CTO인 친구의 말.)


 그럼에도 냉정하게, 이 회사에서 도움이 될만한 것들만 추려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우선 스타트업이 일하는 방법을 이야기하기 전에 스타트업이란 어떤 회사인가가 필요할 듯싶습니다. 왜 그렇게 일하는지 이유를 알아야 하니까요. 


 우선 제가 이야기할 3가지 기준을 먼저 볼까요? 저는 세 가지 요소가 스타트업을 스타트업답게 만든다고 보고 있습니다.  


1) J커브 성장을 목표로 한다.

2) 매출, 이익금, 적자를 신경 쓰지 않고, 기업가치에 관심을 둔다.

3) 퍼스트 무버, 퍼스트 펭귄으로 시장을 선도한다.


 그럼, 각 기준을 하나씩 보도록 할까요!


  3. J커브 성장을 목표로 하는 회사


 제가 정의하는 방법이 아니라 보편적으로, 일반적으로 스타트업을 정의하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실리콘벨리에서 초기에 사용하던 방법으로, 초기 기업, 창업은 모두 스타트업이다. ‘기업을 만들어가고 있다’라는 인식만 있으면 모두 스타트업이다. 그리고 한국식 방법은 EXIT와 J커브를 목표로 하는 기업형태다라는 두 가지 방법입니다. 그러나 한국도 점차 실리콘벨리의 기준으로 옮겨가고 있는 편인데, 이는 한국의 투자 환경, 스타트업 문화의 성숙도 등이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보는데, 중요한 이야기는 아니니 지나갑니다.


 실리콘벨리의 기준에 따르면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같은 기업을 스타트업으로 정의해도 무리가 없어요. 실리콘벨리의 정의에 따르면 동네의 구멍가게, 슈퍼 등도 스타트업이 됩니다. 하지만 좀 이상하지요? IT가 아니라서가 아니라, 저번에도 말씀드렸듯 우산을 팔아도 스타트업이 될 수 있거든요. 실제로 좋은 예가 블랭크 코퍼레이션입니다.


 마약 베개를 팔고, 브랜드를 만들어 내는 블랭크 코퍼레이션은 스스로를 스타트업이라 칭하고, 외부의 평가도 스타트업으로 봅니다. 이유는? 아까 말씀드린 J커브를 목표로 하는 기업이라 그렇습니다. 


출처 : [스타트업이 일하는 법] 편집


(유의: 죽음의 계곡, 데스 밸리의 정의도 조금씩 다를 수 있어요! 그리고 링크의 내용이 제가 논할 스타트업이 일하는 법이긴 한데 좀 다른 내용이 될 거 같아요.)


 노란색 그래프가 원본이고 붉은 J가 제가 이해를 돕기 위해서 추가한 부분입니다. 노란색 그래프 만으로 J자로 안 보이실 거 같아 추가했습니다. J커브를 추구한다는 말은 BEP(손익분기점)을 넘을 때까지 극심한 손해를 감수하고, BEP를 지나 급격한 성장을 한다는 의미입니다. BEP를 지날 때까지 투자가 유치되어야 하겠죠. 


 하지만 이렇게 이야기하면 어느 기업이나 마찬가지입니다. 처음부터 이익금을 남기는 프로젝트는 거의 없습니다. 대기업이나 동네 구멍가게나 BEP를 지나기 전까지는 이익을 남길 수 없고, 손해라는 것은 똑같지요. 대기업의 초기 투자나 구멍가게가 대출을 받듯이요. 다만 그 정도가 극심한 차이(성장의 각도)를 가진다라는 점과 매출보다 ‘기업가치’를 중시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4. 매출이 0원인 회사, 적자를 신경 쓰지 않는 회사


  카카오나 쿠팡을 예로 보면 쉽습니다. 카카오는 실제로 런칭 후 1년 이상 매출이 0원인 회사였고, 쿠팡은 50조 기업가치, 1조를 넘는 매출에도 불구하고,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거든요. 앞에서 언급한 블랭크도 이익금을 남기지 못하고 있음에도 유망한 스타트업으로 투자유치에는 전혀 어려움을 겪지 않고 있어요. 이런 회사들은 아예 ‘매출’이나 ‘이익금’을 사업의 기준으로 삼지 않아요. 일반적으로 기업의 정의를 영리, 이익을 목적으로 하는 조직이라고 정의하는데, 스타트업은 이 정의에서 완전히 벗어나 있지요. 앞서 말씀드렸듯, 회사와 서비스의 운영을 통해 이익을 만들려는 것이 아니라 EXIT(이하 엑싯)를 목적으로 하는 회사라 그렇습니다. 


 엑싯은 흔히 ‘출구전략’이라고 말하는데, 쉽게 이야기하면 기업의 매각, M&A, 주가 상장 등을 말해요. 창업자 본인의 전략에 따라 달라지죠. 그래도 간단히 이야기하자면, 창업자가 초기에 서비스를 만들어 놓고, 이를 운영할 기업에 파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매출과 이익에 관심이 없는 겁니다. 운영할 기업(그러니까 대부분 대기업이 되겠죠?)에게 매각을 하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고 서비스의 운영은 대기업에 맡긴다 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IPO, 주가 상장도 마찬가지인데요. 기본적으로 스타트업은 창업자가 지분을 가지고 있다가 시리즈(투자 단계, 위에 표에 시리즈 A, 시리즈 B라고 적혀있지요?)가 진행될수록 자신의 지분을 매각하는 방식으로 기업이 커져요. 이는 시리즈가 진행될수록 기업평가가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창업자는 기업평가가 오른 후 투자자에게 지분을 매각하는 식으로 수익을 만들어 내죠. 


 이 때문에 스타트업에서는 스톡옵션이 중요해집니다. 함께한 직원이 스톡옵션을 가지고 있으면 이 시리즈 단계에 따라 지분을 매각할 수 있어요. 스타트업에서는 이를 ‘어디까지 함께할 것인가?’라고 표현하기도 해요. 스타트업은 성장에만 관심을 가지지, 운영에는 관심을 가지지 않기 때문에 자신이 어떠한 단계의 인재인가를 고려해요. 그리고 기업의 성장을 따라갈 수 없거나, 운영 단계에 이르면 자신의 능력을 더 잘 쓸 수 있는 곳으로 이직합니다. ‘세계적인 서비스/기업을 만드는 것과 세계적인 서비스/기업을 운영하는 것은 다르다’라는 표현을 사용해요. 지난번 언급한 프라이머의 창업자 권도균 대표도 이니시스를 매각한 이유가 자신은 세계무대에서 싸울 인재가 아니라는 판단 때문이었다고 말합니다. 또 애플도 좋은 예가 될 수 있을 것 같아요.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역량으로 세계적인 기업이 되었지만, 실제로 애플의 시가총액 최고가는 지금의 CEO인 팀 쿡에서 달성했는데요. 이는 팀 쿡이 생산관리에 뛰어난 커리어를 쌓은 것과 관련이 있다고 보고 있어요. 


 지금은 스타트업처럼 느껴지지 않을지 몰라도, 애플, 구글, 아마존은 고작 50년을 넘지 못한 기업들이에요(이익을 남기지 않고 투자한다는 아마존은 꼴랑 26년!). 100주년이 넘은 IBM이 있고, 삼성 80년, 소니 75년을 생각하면, 그들을 발밑에 둔 애플, 구글, 아마존(포브스에서 매년 발표하는 ‘브랜드 파워 랭킹’ 중 2020년)의 성장은 충분히 놀라운 것이죠. 그래서 이들을 아직까지도 ‘스타트업’이라고 말하는 게 아닐까 합니다.


 이를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무엇을 기업가치라 하는지, 기업가치는 어떻게 평가하는지가 필요하고, 스톡옵션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필요하지만 생략할게요. 스타트업은 매출, 이익금보다 엑시스 시 평가받을 수 있는 벨류, 기업 가치(평가하는 방법과 기준은 매우 다양하지만)를 중시한다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5. 덩치도 스타트업의 기준은 아니다. 퍼스트 무버, 퍼스트 펭귄

 

 자, 이렇게 이야기하면 한국의 일반적 기준에 따라 스타트업을 분류한 것 같습니다. 그러나 이 기준으로 이야기하면 (제가 좋아하는) 애플,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을 스타트업이라 할 수 없어요. 스타트업을 정의하는 마지막 기준으로 퍼스트 무버, 퍼스트 펭귄을 꼽으려 해요. 앞에 두 기준은 사실 ‘중소기업’과 스타트업을 구분하는 기준이라고 보시면 될 거 같아요. 중소기업은 스타트업처럼 가파른 성장을 위해서 높은 리스크를 감수하지 않아요. 안정적인 매출을 바탕으로 천천히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하죠. 하지만 엄청난 매출을 가진 기업들을 기준으로 하면 이야기가 또 달라져요. 앞서 이야기했듯, IBM, 삼성, 소니는 대기업이지만 애플, 구글, 아마존은 스타트업이라고 이야기했지요. 이 차이는 퍼스트 무버냐 아니냐의 차이 같아요.


 가장 좋은 예는 애플의 스마트폰 개발과 삼성의 스마트폰 개발이 될 거 같아요. 애플에서 스마트폰을 개발하고, 삼성은 1년 후에 스마트폰 개발에 들어갔는데요. 당시에 삼성이 많은 비판을 들었지만, 지금 결과론적으로 삼성은 좋은 전략을 취했다고 봐요. 또 이는 삼성이 가장 잘하는 것, 자신들의 장점을 명확히 알고 있었다고 봐요.


 삼성이 가장 잘하는 것은 시장 성숙기, 기술 혁신 17%(가장 서비스에 적합하게 풀어낸 링크라 인용합니다. 사실은 라이프 사이클, 생애주기 이론에 기반해요.)를 잡아낸다는 점이에요. (점점 산으로 간다… 돌아올 수 있을까.) S커브라는 이론을 바탕으로 하는데 S커브 자체는 아주 다양한 분야에 쓰이니 생략하고, 아주 간단하게만 요약하면 기술 혁신이란 다른 기술로 대체되는 것이고, ‘다른 기술로 대체되는 초기 17%까지는 시행착오를 겪고 비용이 투입될 수밖에 없다.’ 정도로 이해하시면 될 거 같아요. 그러니까 피처폰에서 스마트폰으로 넘어가는 기술 혁신이 일어나고 있었는데, 삼성은 17%까지 시행착오와 비용을 겪지 않기 위해서 애플이 17%에 다다르길 기다렸고, 애플의 시행착오를 모두 확인한 뒤 스마트폰 개발에 들어갔다.라는 의미입니다.


 실제로 애플이 겪은 시행착오였던 멀티태스킹과 두 손가락을 이용한 확대 (정확히는 동시에 두 위치 터치 시 발생했던 문제들) 기능 등을 삼성은 겪지 않았어요. 스마트폰이 나올 때부터 제공한 아주 기본적인 기능이지만, 실제로 애플이 개발할 때는 시행착오를 겪은 부분이에요. 삼성과 애플의 특허 전쟁의 이유 중 하나이기도 하며, 어떻게 보면 카피캣이라고 할 수 도 있겠죠? 그래서 ‘카피캣을 막는 노력은 스타트업의 숙명'일지도 모릅니다.

 

 자, 정리를 해보죠. IBM, 삼성, 소니는 퍼스트 무버로 움직이기보다 사용자/시장/기술 성숙도가 충분히 생긴 이후 시장에 진입하는 전략을 가진다. 그리고 이 전략은 초기 투자 비용, 매출과 이익금, 리스크 관리 등을 기준으로 봤을 때 매우 합리적이고 안정적인 전략이다. 한편으로, 그런 리스크를 감수하고 성장한 스타트업을 인수하는 것이 리스크와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길이 될 수 있다(엑싯이 성립할 수 있는 이유).


 애플, 구글, 아마존은 퍼스트 무버로 얼리어답터들과 함께 사업을 움직이고 시장을 형성한다. (이게 애플의 BX라고 볼 수도 있겠죠?). 그러나 무수히 많은 프로젝트를 말아먹고(뜨근한 국밥 한 그릇 말아먹듯이), 실패하는 큰 리스크를 가진다(구글). 그럼에도 불구하고 퍼스트 무버로 시장을 정의하고, BX를 독점하며, 기업가치를 끌어올린다(애플). 그렇기에 이익금의 규모는 커지지 않더라도, 기업가치는 가파른 성장을 하고 있다(아마존). 한편으로, 퍼스트 무버이기 때문에 시장의 독점이 가능해지고, J커브 성장이 가능한 것이기도 합니다.


 6.   그래서 누가 옳다는 거야…?


 그동안 제 글을 읽어오셨다면 아시겠지만, 어느 쪽도 정답이라고 말하지 않겠습니다. 심지어 흑백으로 딱 나뉘어 있는 것도 아니죠. 이 세 가지 기준 외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준도 있겠죠. 그저 이해하기 쉽고 구분하기 좋은 기준을 적용해서, 큰 맥락에서 그런 경향성을 가진다라고 설명드리는 것뿐입니다. 제 개인적으로는 두 가지 방식 모두를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단지 저는 스타트업을 좋아했었다, 사랑했었다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어쩌면 담보로 잡을 청춘이 있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죠.(그렇게 청춘을 날리고 빨리 삭았다.) 그러나 스타트업의 현실이 그렇게 이상적이지 않음을 깨닫고 스타트업에 대한 마음이 식어버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타트업의 장점이나 일하는 점은 분명히 참고할 만하다고 생각합니다(왜 이래 구질구질하게!). 그렇기에 여러 가지 형태로 대기업에서 수용하고 있지요. 가장 적극적인 형태는  삼성 C랩 같은 사내 벤처일 겁니다. 매출이나 이익금을 생각하지 않는 창의적인 아이템이 많이 나오고 있죠. 한편으로는 직무 단위 팀이 아니라 서비스/프러덕트 단위 팀제, 직급이 없고 의사 결정권자만 두는 형태의 팀도 스타트업을 이식한 것이라 볼 수 있을 겁니다. 왜 이것이 스타트업에서 이식된 것인지는 스타트업이 일하는 방법에서 다시 이야기하기로 해요! 


7. 어라…? 이 산이 아닌가벼…?


 처음에 제목은 [스타트업이 일하는 법, 너와 내가 합의하면 모든 게 가능한 회사들]로 시작했는데 쓰고 보니 스타트업에 대한 설명으로 너무 길어졌습니다. (결국 지금 왜 일을 잘 못하는지 변명하지 못했어!) 스타트업을 개괄하고 일하는 방식에 대해 쓰려고 했는데, 분량 조절 실패입니다. 다음 주에 진짜 스타트업이 일하는 법으로 돌아오겠습니다. (맛있는 건 아껴먹어야 합니다.) BX에 대한 자세한 이야기도 얼른하고 싶은 주제이고, UI/UX에 대한 재밌는 이야기, 좋은 기준을 만들고 선순환을 만들어가는 회사들의 이야기도 하고 싶습니다. 자꾸 할 이야기가 늘어나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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