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글자의 시
당신을 위한 시는 하나도 잣지 못했습니다
나는 평생을 시인이길 바랬고,
사랑하는 당신은 좋은 소재였습니다.
당신을 위한,
당신을 사랑한다는 시를
무척이나 자았습니다.
씨실과 날실을 엮듯,
사랑한다는 고백들이 모이면
하나의 시가 될 거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건 시가 되지 못했습니다.
내 사랑을 알아달라는 울부짖음이었겠지요.
당신을 정말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 사랑을 알아달라는 어리광이었겠지요.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게 돼서야,
단 한 줄의, 단 한 연의 시도 못 잣게 돼서야
비로소 시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저 세 글자면 충분했습니다.
당신에게 차마 하지 못한 사랑해란 세 글자,
남몰래 불러보던 당신의 이름 세 글자.
이런 것들이야말로 시였음을 깨닫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