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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힝맨 Jul 23. 2021

세 글자의 시

당신을 위한 시는 하나도 잣지 못했습니다

나는 평생을 시인이길 바랬고,

사랑하는 당신은 좋은 소재였습니다.


당신을 위한,

당신을 사랑한다는 시를

무척이나 자았습니다.

씨실과 날실을 엮듯,

사랑한다는 고백들이 모이면

하나의 시가 될 거라 믿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건 시가 되지 못했습니다.

내 사랑을 알아달라는 울부짖음이었겠지요.

당신을 정말로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내 사랑을 알아달라는 어리광이었겠지요.


당신을 사랑한다고 말할 수 없게 돼서야,

단 한 줄의, 단 한 연의 시도 못 잣게 돼서야

비로소 시를 알게 되었습니다


그저 세 글자면 충분했습니다.

당신에게 차마 하지 못한 사랑해란 세 글자,

남몰래 불러보던 당신의 이름 세 글자.

이런 것들이야말로 시였음을 깨닫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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