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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힝맨 Apr 06. 2023

다시 퇴사 앞에서

비담박무이명지 비영정무이치원

최근 퇴사를 결정했다.

이래저래 쓰고 싶은 이야기들이 있다.

내가 만들던 프러덕트,

프러덕트를 통해 만들고 싶었던 세상,

그리고 쓰디쓴 좌절에 대한.


하지만 그건 오로지

남 탓과 상황 탓, 그리고 핑계로 점철되어 있겠지.

그러기 전에 자신을 돌아봐야 할거 같다.




夫君子之行 靜以修身 儉以養德

(부군자지행 정이수신 검이양덕)

무릇 군자의 행실은, 고요한 마음으로 몸을 닦고 검소함으로써 덕을 기르는 것이다.


非澹泊無以明志 非寧靜無以致遠

(비담박무이명지 비녕정무이치원)

마음에 욕심이 없어 담박하지 않으면 뜻을 밝힐 수 없고,

마음이 안정되어 있지 않으면 원대한 이상을 이룰 수 없다.


夫學須靜也 才須學也

(부학수정야 재수학야)

무릇 배울 때는 반드시 마음이 안정되어 있어야 하며, 재능은 반드시 배움을 필요로 한다.


非學無以廣才 非志無以成學

(비학무이광재 비지무이성학)

배우지 않으면 재능을 발전시킬 수 없고,

뜻이 서지 않으면 학문을 성취할 수 없다.


淫慢則不能勵精 險躁則不能治性

(음만즉불능여정 험조즉불능치성)

마음이 방자하고 오만하면 정밀하고 미묘한 이치를 깊이 연구할 수 없고,

조급하고 경망하면 자신의 본성을 제대로 다스릴 수 없다.


年與時馳 意與歲去 遂成枯落 多不接世

(년여시치 의여세거 수성고락 다불접세)

이치를 제대로 밝히지 못하고 본성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하는 사이에 나이는 시간과 함께 달려가고, 의지는 세월과 함께 사라지면서 마침내 가을날 초목처럼 시들어 갈 것이다.


悲守窮廬 將復何及

(비수궁려 장부하급)

그때 가서 곤궁한 오두막집에서 슬퍼하고 탄식해 본들 어찌할 것인가?


제갈량, 계자서




비담박무이명지 비녕정무이치원

담박하지 않으면 밝을 수 없고,

고요하지 않으면 멀리 갈 수 없다.


제갈량의 지향점을 보여주는 말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아들에게 전하고자 한 것이고.

한자로 거창하게 계자서라지만,

그냥 아들에 대한 당부의 글, 편지다.

거창하게 누굴 보여주려고 쓴 것이 아니라,

소박하게 아들을 가르치는 내용이다.


IT인으로 스티브 잡스, 빌게이츠, 제프 베이조,

이해진을 언급하지만

사실 가장 큰 롤모델은 제갈량이다.


제살량, 안 될 것을 알면서도 자신을 불태운 사람.

鞠躬盡瘁  死而後已

(국궁진췌 사이후이)
몸을 굽혀 모든 힘을 다하며 죽은 뒤에야 그만둔다.


그의 태도를 본받고 싶다.

다른 사람이 이해를 하건 못하건,

나의 삶은, 나의 삶만은 그래야 한다.

되든 안 되는,

조금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보고 싶다.

죽은 뒤에야 그만둘만큼 노력하는 삶을 살고 싶다.


어떻게 살아야 그를 본받을 수 있을까.

그 핵심이

非澹泊無以明志 非寧靜無以致遠

비담박무이명지 비녕정무이치원이 아닐까.

제갈량이 아들에게 바라던 소박한 마음,

그것을 삶의 나침반으로 삼아야 하지 않을까.

고 고요하게 뜻을 밝히고 원대한 이상을 향해

한 걸음씩 나아가야 제갈량 같은 삶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지금까지 그렇게 살려 노력했다고 생각한다.

사실 남들의 평가가 훨씬 중요한 것이겠지만,

최소한 나는 이런 삶을 살려 노력했다고 말하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나는 너무 이기적인 것이 아닐까.

담박하고 고요한 마음이 맞을까.


방자하고 오만하여 나를 통제하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나는 남을 알아주지 않으면서,

나를 좀 알아달라고 미친 듯이 소리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원망하는 마음만 가득하여 진실된 모습을 보지 못하는 것은 아닐까.


조금 내려놓고, 담박하고 고요한 마음부터 찾자.

그렇지 못한다면 시간과 함께 의지는 쇠하고 가을날 초목처럼 시들어 가겠지.

그리곤 결국 곤궁한 지경에 놓여,

긴 장탄식으로 자신을 변명하겠지.

남 탓과 변명이 가득한 삶만이 남겠지.

그런 삶을, 받아들일 수 있을까.


다시 뜻을 밝히고, 원대한 걸음을 걸을 수 있도록

담박하고 고요한 마음부터 찾자.

조급한 마음, 원망하는 마음부터 놓아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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