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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힝맨 Apr 18. 2024

곧 마흔, 사랑이 우습다

쉰 개의 계절은 변태를 안전한 남자로 만들었다

서른 아홉, 곧 마흔.

드디어, 기어코, 하릴없이, 

사랑이 우스운 나이가 됐다.


사랑하는 너를 잃고, 쉰 번이 넘는 계절이 바뀌었다.

아니 실은 내 것이었던적이 단 한 번도 없었으므로

사랑하는 너, 사랑하는 여자를 잃은 것이 아니라,

여자라는 카테고리를 빼았겼다고 해야하겠지.

반려라는 개념으로, 미래를 꿈궜던 여자란 당신 하나 뿐이었다. 

그리하여, 남자와 여자를 구분하지 않는 경지에 도달했다.

여자라는 카테고리를 빼았겼으므로 너무나 당연한 것이지만.


생각해보면 나는 

씹선비치고, 꽤나 음흉한 남자였다.

변태라고 불려도 나는 당당했다. 남자가 여자 좋아하는 것이 뭐 어때서?

실로 나는 변태가 맞았을 것이다.

너의 입술이 얼마나 달콤할지 수 천, 수 만 번을 상상했다.

스스로 놀랄만큼 나는 너의 속살을 궁금해했다.

벗겨보고 싶지 않으면, 이성 간의 사랑이 아니라 말했고,

너를 너무나 벗겨보고 싶은 것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벗겨보고 싶었던 여자가 달리 있었기는 했던가?

아니, 잠시나마 분홍빛 설렘을 느껴본게 언제였더라...?


노래 속 가사처럼 사랑이 우스운 나이까지 단숨에 흘러가길 기도했다.

쉰 번의 계절이 까마득했던거 같았는데 되고보니 의외로 단숨에 흘렀다.

쉰 개의 계절은 음흉한 변태가 안전한 남자가 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

... ...

... ... ...


아아 이리저리 변명해봐도,

곧 마흔이라는 나이에도 사랑이 우스울 수는 없는 것 같다. 

사랑하는 여자가 없어도, 설렘을 느낀 여자가 없어도,

사랑이라는 단어는 여전히 나를 뒤흔드는구나.


사랑이 우스운 것이 아니라

사랑을 잊은 척하는 지금의 내가 우스운 것이다.

태양만치 타오르던 감정은 재 하나 남기지 못했고,

마르지 않을 것 같던 눈물조차 쥐어짜내도 한방울이 나오지 않는다.

내 사랑은 이토록 싸구려였던가.

너의 이름, 사랑해 같은 짧은 세 글자도 시처럼 느껴지던 내 사랑이

쉰 번의 계절 속에 흔적하나 남지 않았으니, 그저 우스울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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