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텔라 블레이드, 내가 일하는 방식을 돌아보며
저를 사랑에 대한 에세이 작가로 알고 계실지 모르겠습니다.
오랜만에 시리즈와 관계없이,
커리어에 대한 작은 소고 하나를 적어보고 싶습니다.
사실 it에 대한 이야기로 브런치 작가에 선정되었고,
it에서 일하는 기획자, 프로덕트 매니저, 프로덕트 오너로 일해왔습니다.
최근 회사를 그만두고 쉬면서 글을 쓰고 있는데,
오늘은 오랜만에 it와 커리어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습니다.
요즘 스텔라 블레이드라는 게임을 재밌게 했습니다.
1년 전에 플스로 출시된 게임이었는데,
이번에 PC 게임으로 나오게 되어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단순히 재미로 접근했지만,
저에겐 정말 커리어에 중요한 일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스텔라 블레이드의 디렉터 김형태 님은 개인적으로
애증의 대상었습니다.
인생에 가장 영향을 끼친 게임을 꼽으라면 저는 창세기전을 꼽습니다.
김형태 님은 창세기전의 메인 원화 디자이너로 업계에 알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디자이너를 넘어 시프트업이라는 회사의 대표이십니다.
이제는 30년 차 게임 개발자로 자신을 소개하는 분입니다.
하지만, 창세기전에 대한 취급은 안타깝습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IP였기에ㅡ
오히려 공정하게 바라보지 못했다는 점은 알고 있었습니다.
사실 김형태 님의 IP도 아니고, 저작권 같은 여러 가지 문제가 있겠죠.
하지만 김형태 님을 좋아했던 팬으로,
창세기전과 데스티니 차일드는 안타깝기 그지없습니다.
IP로 생명력이 완전히 끝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게 너무나 안타까워서, 아까워서
유명하고, 영향력 있는 김형태 님의 탓으로 돌린 셈입니다.
그래서 김형태 님은 제 팔로잉, 트래킹 목록에서 좀 멀어졌습니다.
하지만 스텔라 블레이드에서 장인 정신이 느껴졌습니다.
플스판으로도 충분히 장인정신이 느껴졌을 겁니다.
순수하게 게임만으로 재밌는 게임, 즐거운 게임이었으니까요.
하지만 PC라는 디바이스의 이해도, 그리고 최적화...
게임이라는 도메인을 넘어,
제품을 만드는 입장으로 정말 존경하는 마음이 일었습니다.
좋은 게임을 만드는 것과
PC 최적화는 다른 부분으로 보는 제작자가 많습니다.
업계 평균을 생각해 봐도,
이런 최적화는 존경받아야 할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해했습니다.
원화가, 디자이너가 아니라 게임 개발자, 디렉터로
자신을 소개하는 이유를요.
그래서 김형태 님의 인터뷰도 몇 개 보게 되었습니다.
종합적인 감상을 요약하자면... 너무 부러웠습니다.
자신의 게임에 대한 자신감, 그런 게임을 만들며 행복해하는 모습,
회사를 만들며 지킨 철칙과 철학...
그래서 PC 최적화의 퀄리티가 당연하게 느껴졌습니다.
각 직무가 하나의 게임을 만들고 있음을 공유하게 하기 위해
어떤 방법들과 노력을 했는지도 알 수 있었으니까요.
게임 안에서만 노력하는 것이 아니었습니다.
모든 것이 저의 이상 속의 모습이었습니다.
그래서 그저 저런 분이 한국인이고, 한국에서 회사를 운영해주고 있다는 것에
감사함 외에는 어떤 것도 의미가 없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죠.
그리고 저를 돌아봤습니다.
내가 서비스를 만들며 행복했던 건 언제였지?
나는 내 서비스를 위해 무엇을 희생했지?
같이 일하는 사람을 배려한다는 핑계로 얼마나 많은 타협을 했지?
그리고 그 결과로 행복하고 인화가 넘치는 팀은 만들어 냈나?
온통 후회와 부끄러움, 그리고 어쩔 수 없는 부러움뿐입니다.
스스로, 평가와 안타까움을 느낄 자격이 있었는가를 되새깁니다.
지금 저는 새로운 회사를 찾고 있고,
솔직히 말하면, 그다지 좋은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문제에 대해 직접적인 원인보다 구조적, 맥락적 원인을 중심으로 사고를 하고,
과거로부터 쌓은 긴 맥락에 기반해 일하는 사람이라
일반적인 사람에게 고집이 강하고,
같이 일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보이기도 한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타협을 중시했는지도 모릅니다.
지금도 이력서를 쓰며 얼마나 타협을 해야 하는가가 고민합니다.
나를 정직하게 드러낼 것인가,
그리고 나도 저렇게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회사를 찾을 수 있을까...
이런 것들이 고민인 것이죠.
사실 요즘 글쓰기도 비슷한 연장선에 닿아있습니다.
챗GPT는 좀 더 보편적이고 쉬운 문장, 사람이 더 다가오기 좋은 글을 쓰라 권합니다.
하지만 한사코, 저는 낯설고 다층구조의 글을 고집하고 있습니다.
평이한 방법으로 글을 쓰면
저는 평범한 직장인의 글쓰기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할 겁니다.
누구나 쉽게 다가올 수 있는 글보다는 다가오긴 어렵지만 깊이 남는 글을 선택했습니다.
마찬가지로 애매한 결정을 하지 말고,
나를 드러내는 커리어 패스를 찾는 게 현명한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제가 정말로 좋아하는 말이지만 지키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말이 하나 있습니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
-영화감독, 봉준호
가장 개인적인 것을 세계적인 것으로 만들기 위해
조금 더 단호해져야 하는 것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