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을 기다릴 때는 차를 넘치게 따른다

호의의 세 번째 표현

by 스토리텔러

"어떤 사랑을 했으면

사랑을 용인, 배려라고 말해요?

너무 수동적인 거 아니에요?"


여자는 짝사랑을 완벽한 사랑이라 주장하는 남자에게

사랑은 동적인 것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었다.

그저, 남자의 과거가 궁금했을 뿐이다.


남자는 대답 대신 웃었다.

자신의 과거를 궁금해한다는 거 자체가 신호였다.

그리고, 치기 어린 과거를

웃으며 이야기할 수 있을 만큼,

성숙해졌다고 생각했다.

실은, 여전히 치기 어렸지만.


"음... 저는 짝사랑만 하는 사람인가 봐요.

예전에도 매일 나 혼자 하는 사랑을 했죠."


남자도 하루가 사계절 같은 사랑을 겪었었다.

사랑했다가 미워했다가 다시 사랑하는.

하루에도 마음이 몇 번씩 바뀌는.

그걸 견디기 위해...


"그때는 뭘 해주면,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했어요.

선물도 준비하고, 편지도 쓰고..."


남자는 여기까지는 그래도 괜찮았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핸드폰에 화상을 입을 만큼 전화를 하다가,

연락이 안 되면 초조함을 이기지 못했죠.

갑자기 찾아간다거나, 집 앞에서 몇 시간씩 기다린다거나...

그런 걸 사랑이라며 하곤 했죠."


여자는 놀라웠다.

지금의 남자로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었으니까.


"... 그거 좀 무서운데요?"


남자는 웃었다.

여전히 치기 어렸으므로.


"생각하기 나름 아니에요?

낭만적이라고 해주시죠! 얼마나 멋진 남자예요?

진심을 다하고,

그 사람이 날 좋아하게 만들고 싶었던 거죠."


여자는 기가 막히다는 듯이 말했다.


"그거 쌍방이면 괜찮지만, 일방적이면 스토킹인 거 같은데?"


"맞아요. 저는 상대방을 볼 줄 몰랐어요.

그걸 말해주면, 너도 그랬잖아, 그러는 너는 다 잘하는 줄 아냐

이런 식으로 반응했어요.

상대의 입장은 생각해보지 않았죠.

어쩌면 제 사랑을 증명하려고 했지, 정말로 사랑하지 못했던 거 같기도 해요."


여자는 생각했다.

처음에는 그게 좋을지 몰라도,

그건 꽤 숨 막히는 일일 거라고.

나를 보지 않는 사랑은 얼마나 피곤하던가.

그런 사랑은 꽤나... 폭력적이 아닐까.

여자가 생각하는 동안 남자는 말을 이었다.


"바라보는 방향을 맞추는 게 참 어렵더라고요.

어떤 사람은 저의 그런 사랑을 부담 스러 했고,

어떤 사람은 처음에는 그런 제 사랑이 좋다고 했어요.

사람은... 사랑은... 뭔가 이렇다는 결론보다

어디를 봐야 하는지 알아야 하는 거 같아요."


여자는 남자의 고통을 이해했다.

여자는 빈 남자의 찻잔에 페퍼민트 차를 따랐다.

남자는 페퍼민트 차를 한 모금 마셨다.

잠깐이었지만, 숨이 좀 트이는 느낌이다.

사랑도 이렇게 해야 하는 거겠지.

남자는 말을 이었다.


"하지만 그게 유지하기 쉽지 않더라고요.

그 사람도, 나도 여전히 사랑했지만,

서로 견딜 수 없는 무언가가 생기면

사랑하더라도 헤어지더라고요.

그래서 견딜 수 없는 게 무엇인지 알고,

견딜 수 없는 상황까지 가지 않게 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게 됐죠."


남자는 차를 다시 한 모금 마셨지만

말을 잇지는 않았다.

여자가 기다리지 못하고, 남자를 재촉했다.


"그래서요?"


남자는 평소에 장난기를 회복했다.


"그래서 지금은 기다리고 있어요."


여자는 남자의 장난기를 눈치챘다.

짐짓, 눈치를 채지 못한 척

찻잔을 가리키며 말했다.


"차는 충분히 따라 드린 거 같은데요?"


남자도 오늘의 고백이 결과로 이어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아직 우리의 관계는 충분하지 않아도 괜찮다.

그래서 남자는 계속 빙글거렸다.


"충분히가 아니라, 넘치게."


넘치는 사랑은 피곤하다고 했는데,

넘치는 사랑을 받고 싶다는 건가?

그건 아닐 거다. 지금 남자는 넘치지 않고,

적당하지만 충분한 표현을 하고 있으니까.

여자도 장난으로 받았다.


"저번에 라벤더차 테이블에 흘려서 알바가 눈치 주지 않았어요?"


여자는 장난기만큼이나 차를 넘치게 따랐다.


"아이참 더 기다리라고 하면 될걸 왜 또 사고를 치세요?"


"넘치게 따르는 거 잘하는 사람이잖아요? 처음도 아닌데"


여자는 라벤더 차보다 훨씬 더 많은 차를 흘렸지만,

왠지 페퍼민트 차는 코를 찌르지 않는 거 같았다.

결국 테이블이 흠뻑 젖었고,

두 사람은 연신 죄송하다는 말을 연발했다.

그럼에도 두 사람은 꽤나 즐거운 듯했다.



사랑은 용인 — 다시보는 2화

넘치는 사랑은 부담스러워 — 다시보는 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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