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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작 Jul 23. 2022

0. 문과생 문수와 이과생 이수

개똥 같은 질문과 찰떡같은 답변

우리가 왜 친해졌을까?




과학을 좋아하면 이과반으로 갔었고, 문학을 좋아하면 문과반으로 갔었다.

이게 우리가 기억하는 학창 시절 이분법적 반 나누기 방식이었다. 더 정확하게 기억해보자면 좋아하는 것을 따라간 친구보다 싫어하는 것을 피해 간 경우가 더 많았던 것 같다. 과학이 좋아서 이과반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사회분야 과목이 싫어서. 딱히 문학을 좋아해서 문과반으로 향한 것이 아니라, 수학이 싫어서.

그때는 좋아하는 것을 찾아가기보단 싫어하는 것을 피하는 게 우선이었다. 선택의 이유야 각자에게 있겠지만 정말 원하는 꿈을 찾아 반을 선택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취업에 유리하거나 직업의 선택의 폭이 넓은 쪽으로 가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지금 와서 이유가 뭐가 중요하겠나. 뭐- 선택은 자유니까?




글쓰기를 좋아했던 문수는 문과반으로 갔다.

과학을 좋아하던 이수는 이과반으로 갔다.

둘은 처음으로 다른 반이 되어 본 것이다. 운명이라면 운명이거늘- 모든 학창 시절을 같은 반으로 지내며 친해질 수밖에 없는 명분 아래 흐름대로 그렇게 둘은 가장 절친한 친구가 되었다. 반이 달라졌다고 해서 둘의 우정 또한 멀어지기에는 함께한 시간이 너무나도 많았다.


달라도 너무 다르다.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도, 세상을 마주하는 자세도.

어쩌면 그래서 더 가까울 수도-


처음이었다. 종이 울리고 각자 다른 교실에서 신발을 갈아 신고 만난이 제법 어색해 보였다. 어색함도 잠시 여전히 말이 많은 문수는 이수에게 어땠냐는 질문을 던졌다. 이수는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그냥 뭐- 그랬지."


성의 없어 보이는 대답 같아 보이지만 문수에게는 만족스러웠다. 대답해줬으니까 말이다.

언제나 이수는 필요한 말만 한다. 무심코 전화해서 할 말만 하고 끊은 우리네 엄마처럼.


둘은 어떻게 친해졌을까? 단순히 같은 반이라고 모두가 친해졌다면 시간이 흘러 어른이 되어서 결혼을 하게 되면 예식장을 가장 큰 애매랄드 홀을 예약해야 할 것이다. 생각해 보면 참 우습다.



똘망똘망한 눈에 생각 많은 귀여운 어린 문수는 궁금한 게 생겼다.




"똥은 왜 똥 색이야?"




가깝게 앉아 있던 친구들에게 물어봤지만 다들 비웃거나 무시하기 바빴다. 수업시간 내내 똥 색깔은 왜 똥색인지에 사로잡힌 채 멍-하니 시간을 흘러 보냈다. 종소리가 울리고 멍-하니 있던 문수를 툭 치며 한심하게 바라보는 이수.



"우리 몸속에 담즙 때문이야. 음식물이랑 만나면 그런 색깔이 나와. 보통 건강하다면 말이지."



잘난척하고 싶은 마음은 아니었을 것이다. 문수가 답답해 보였을 수도 있고, 어쩌면 연민에 가까운 마음일 수도 있고. 어쨌든 시원하게 답을 말해주고는 자리를 일어서는 이수를 급하게 다시 앉히는 문수.



"그럼! 왜 담즙은 초콜릿색이야?"


"담즙이 초콜릿색이라는 게 아니라, 담즙이랑 음식물이랑 서로 만나서 반응하면..."



이수는 당황스러웠다. 질문에 꼬리에 꼬리를 물릴 거라는 생각에 과감하게 꼬리를 잘라버렸다.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려는 이수의 발목을 잡는 문수의 당당한 말투가 거슬렸다.



"난 알 것 같은데?"



흠칫- 놀라서 설마 하는 마음으로 고개를 돌렸다. 불안했다. 설마 문수가 자신보다 더 똑똑한 건 아닐지. 본인도 몰랐던 것을 시원하게 설명해주면 어쩌지 라는 불안감에 휩싸였다.



"그건 바로..."


'꿀꺽-'


"그건 바로... 우리가 맛있는 걸 먹었기 때문이지! 그래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초콜릿색으로 나오는 거야. 변기도 맛있게 먹으라고. "



황당했다. 문수의 대답뿐만 아니라 마치 진짜 정답인 것처럼 당당하고 순수하게 말하는 그의 표정이 더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이수는 3초 정도 문수를 바라보고 자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3초 뒤 이수는 어이없이 웃고 말았다. 피식-


그 누구도 대답해 주지 않았던 문수의 질문에 유일하게 답해준 이수. 그렇게 둘의 첫 대화는 똥이었다.

그 이후 문수는 궁금한 것들이 생길 때마다 이수에게 찾아갔고, 이수는 귀찮으면서도 말도 안 되는 질문에 꼬박꼬박 대답해주곤 했다. 이러니 친해질 수밖에 없지 않은가.


수업이 끝나고 집으로 가는 길에 문수는 고사리 같은 손으로 주머니를 뒤적뒤적하더니 옆에 있던 이수에게 무언갈 건넸다.



"이거 먹을래?"


"뭔데?"


초콜릿


문수와 이수는 세상 둘도 없는 단짝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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