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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작 Jul 29. 2022

라면 먹고 올래요?

혼라 하면 혼나

라면 먹고 갈래?
영화「봄날은 간다」 네이버영화 포토

어느 영화의 대사로 시작된 이 말은 많은 사람들 사이에서 농담 혹은 진담 같은 묘한 시그널의 대명사 중 하나가 되었다.


그렇다면 라면을 몇 개 끓여야 할까?

꼬들꼬들하게 해야 하나?

오동통하게 퍼지게 만들어야 하나?

계란을 넣어? 말아?

국물류? 비빔류?


물론 이미 집으로 들어왔다면, 저런 고민들이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은 기왕 먹는 라면이라면 맛있게 먹고 싶지 않는가. 질문과 목적의 본질이 무엇인지는 개개인마다 다르겠으나 누군가와 마주 보고 맛있는 걸 먹는다는 즐거움은 변함없는 공통점 일 듯하다. (혼밥 좋아하는 분들도 취향 존중합니다.)


무심코 라면을 끓였는데 너무 맛있었다. 이렇게 맛있는 라면을 혼자 먹고 있다니...라는 생각에서부터 꼬리에 꼬리를 물며 시작된 잡생각들이 설거지까지 이어지더니, 파워 물살로 후다닥-끝내고 키보드에 바로 앉아 힘차게 두드리게 되더라.  



'나 라면 먹었는데 너도 빨리 먹을 수 있는 라면 먹고 나와라. 커피나 한잔 하게.'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반경 1-2km에 지금 당장 만날 수 있는 사람이 없기에 패스-


좋아하는 라면 취향이 있다.

꼬들꼬들하고 계란을 풀지 않은 라면.


놀라운 건 방금 내가 먹은 라면은 계란도 풀었고 꼬들꼬들하지도 않았다. 근데 맛있다는 건?

내가 배가 많이 고팠거나. 내가 외로웠거나. 내가 라면을 진짜 잘 끓였거나. 결과는 이어붙이면 나오더라. 외롭고 배고픈 나는 라면을 진짜 잘 끓이는 사람이 된 것이다.

결국  잡생각의 문고리를 열고 마주하고 있던 게 겨우 자아성찰이라니.


슬며시-문을 닫고 하던 일이나 마저 하련다.


뜨거운 여름에 하는 잡생각은 온도만큼이나 열정적이구나.
「잡생각왕이 만든 기가막힌 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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