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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보다 영화 같은 영화

영화 <사마에게>

by 진작

세상이 나를 속이는 것 같거나 나를 과하게 위해준다는 느낌이 들 때 농담 삼아 친구에게 묻곤 했다.

"이거 '트루먼쇼' 아니지?" 그러면 리액션 좋은 친구는 주변을 둘러보는 척, 혹은 손을 벌벌 떠는 척 방송에 걸맞은 반응을 보여주곤 웃음을 터뜨렸다. 살고 있는 현실이 내 뜻대로 되지 않고, 그런 하루가 다수인 삶의 연속. 그럼에도 농담처럼 던질 수 있는 말과 반응하여 웃을 수 있는 순간에 잠시나마 꽉 막힌 현실의 틈에 실오라기 같은 바람을 불어넣어 본다. 뻔한 이야기지만 웃으니까 행복한 거라고. 오래된 말장난이지만, 우리 인생은 뻔한 게 아니라 fun(펀)한 거라고. 모든 긍정의 에너지를 긁어모아 하루를 살아보면 어떨까.




전쟁이 배경이 되어있는 공연 준비를 하다, 테이블 작업에서 나온 관련 영화들 중 연출님이 추천한 영화가 있었다. 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다큐멘터리로 담았다고 했다. 전쟁 중에 카메라를 들고 그 상황들을 찍고 저장하고 있었던 이는 누구일까 궁금했다. 그렇게 탄생한 영화는 <사마에게>.


g.jpg 영화 <사마에게>

시리아 내전 당시 한 도시 안에서 저항하며 포기하지 않고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이다. 이야기라고 말하자니 꾸며지거나 포장되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이건 꾸밈없는 다큐먼터리 영화이다. 페이크 다큐도 아닌 그냥 정말 다큐멘터리 영화. 그렇기에 좀 더 현실적으로 다가오고 누군가에겐 공포스럽게 다가올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추천해 준 이유를 명확하게 알 수 있었다.


자신의 딸 <사마> 에게 전해주고 싶은 옛날옛적이야기를 영상으로 담아 선물해 주는 듯하다. 전쟁은 늘 죽음이 따라다닌다. 그럼에도 죽음과 반대개념인 '탄생'도 존재했다. 그 안에서 사람들은 희망을 보고 힘을 낸다.

작은 것 하나하나에 소중함을 느끼고 살아가게 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 또한 그런 것들을 느끼고 있었다.


nnnnn.jpg 영화 <사마에게>


지금쯤 사마는 어떻게 살아가고 있을까. 그의 가족들, 친구들은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문득 궁금해지는 건 나뿐만이 아니겠지. 그리고 극한의 상황에서도 카메라를 놓지않는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만들어낸 이 영화에 박수를 칠 수밖에 없었다. 그 나라의 정치적 상황, 사회적 상황, 등등 모든 것을 정확하게 알고 느낄 수는 없지만 단순히 전쟁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면 이 영화를 추천해 줄 수 있을 것 같다.


rerere.jpg 영화 <사마에게> 포토


작은 평화 속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도 일어날 수 있는 일. 정의가 무엇인지 물어보는 사마에게 나는 과연 무슨 말을 해줄 수 있을까. 사전의 뜻대로 설명해 줄 순 있지만 현실에서 내가 느끼고 보았던 정의는 많이 달랐다고 말해줄 수 있을까. 그럼에도 우린 정의롭게 살아가야 한다 말하는 것은 또 맞는 것일까?


영화 한 편에 스스로에 대한 질문만 무수히 던져놓고 잠에 들었다.


잠이 깨고 나서 아침루틴을 끝내고 곧바로 책상에 앉아 글을 써 내려가기 위해 컴퓨터를 켰건만 영화의 잔상들을 되뇌고 답을 내려보느라 이제야 마무리되어 가는 것 같다.


참혹한 타인의 삶에서 위로를 얻는 나의 하루가 아닌. 그럼에도 행복을 찾아 웃는 사람들을 보고 힘을 내서 살아가고 싶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모두가 그랬으면 한다. 적어도 오늘 하루만큼은 불쑥 생겨버린 휴일을 선물로 받아들이고 즐거운 하루로 만들 수 있는 건강한 생각들로 가득 채워지길.




명언, 명대사, 철학 등등
힘을 주는 말들은 많이 존재한다.
그전에
그것을 받아들이고 행하는 내가 존재하길.
그다음엔
그런 세상이 존재해 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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