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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가끔-어쩌다-뛰다 보니.

2025 포레스트 런 [10km 달리기]

by 진작

내가 생각하는 우리 '인간'이라는 존재는 생각보다 강한 듯하면서도 의외로 약한 것 같기도 하다. 지금까지 살아온 인생에서 경험하고 관찰하며 내린 결론이다. 물론 더 살아보며 조금씩 수정해 가며 매 순간 다른 결과들을 제출하곤 하지만. 검토해 주는 이도 채점을 해주는 이도 없더라도 끊임없이 인간탐구를 이어 갈 생각이다.

나 또한 인간이기에 나를 바라보고 나를 비춰가며 연구하는 거지. 보통 나는 이것을 고찰이라고 부르지만 어쩌다 이 고찰이 가끔은 성찰로 바뀌게 되는 것인지. 알아가다 되돌아보면 늘 후회이며 반성뿐인 것 같기도 하지만, 어찌 길이 하나뿐이겠는가. 고찰이든 성찰이든 찰지게 살아가고 있다는 거니까. 생각보다 강하면서 약한 우리는 인간이니까. 언제나 우월한 시간과는 다른 존재이니까. 쫓기다가 쫓다가, 그러다 또 역전하길 반복하며 살아가는 인생에서 인정할 건 인정하며 나아가야지. 우월할순 없어도 우직할순 있잖아.(좋은 쪽으로-)




너무나도 당연한 운동이라 생각 들었기에 이것까진 유행이 될 거라 생각 못했는데.


세상에 살다 살다 '러닝'이 붐이 될 줄이야. 어릴 적 우린 조금씩 뜀박질을 하며 자라왔다. 기억은 없지만 처음 손을 털고 두 발로 일어서 아장아장-걷기 시작했을 때 온갖 환호와 박수를 받았을 영광의 순간을 잊어버렸다는 게 너무나도 슬프다. 그때의 기억을 더듬어 다시 한번 기쁨을 만끽하기 위해 걷기의 한계를 넘어 속도라는 것을 내기 시작하였고 이윽고 뜀박질을 시작하였다. 생각보다 역사 깊은 우리의 뜀박질(달리기)은 상당히 뿌리 깊은 운동 중 하나 일 것이다.


규칙적이진 않지만 엇박자로라도 반복적으로 운동을 하곤 했다. 조금씩 빨라지는 달리기에 흠뻑 흘린 땀이 꽤나 엄청난 성취감을 불러일으켰다. 이젠 유행이 되어버린 러닝은 대회 하나 신청하는 것도 전쟁이 되어버렸다. 그냥 혼자 뛰어서 기록을 재면 되지 않는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뭐랄까... 설명하기 어렵다. 돈을 지불하고 참가하는 대회가 뭐랄까... 나의 한계를 깨 주는 묘한 매력을 가져다준다. 그리고 요즘은 행사의 취지마저 좋은 것들이 많다. 고르고 골라 참가비를 나무 심는 곳에 쓴다는 포레스트 런에 성공하게 되었다.


이건 '성공'이라 말해도 될 것이다. 뛰기도 전에 이미 5000명 참가자 명단 안에 들었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요즘 세상엔 그렇다. 앞으로 얼마나 더 어마무시한 성취감을 주려고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신청 그 자체만으로도 벌써 숨이 헐떡-거려지는 듯하다. 그렇게 대회 일정에 맞춰 스스로 러닝페이스를 끌어올렸다.


많은 인파 속에 신발에 붙어있는 기록칩을 보며 잘 부탁한다 인사하고 카운트다운에 맞춰 앞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생각해 보면 간단한 운동 아닌가. 뒤로 뛰라는 것도 아니고 옆으로 뛰라는 것도 아니다. 평소 하듯이 앞으로 열심히 뛰라는 것이다. 심지어 열심히 하는 건 나의 장기가 아닌가. 세상이 말대로 쉬운 거면 얼마나 좋을까. 모두가 알겠지만 앞으로 뛰다 보면 숨이 차고 힘이 빠지고 속도가 느려진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걷게 되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고 시간은 지치 않고 앞으로 무섭게 치고 나가게 된다. 그럼 기록은 처참할 것이고 스스로에 대한 원망과 미움으로 반성과 후회의 시간을 보내겠지. 천만다행인 건 속도가 느려질 뿐 멈추거나 걸어본 적은 없다. 천만다행에 천만다행인 건 시간을 이길 수 없다는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나 스스로 다짐했던 약속을 지켜보고자 뛰었다. 4분 페이스를 놓치지 말자. 이 시간만큼은 잡고 가자.


KakaoTalk_20250521_164548647.jpg 2025 <포레스트 런> 10km 기록

약속을 지켰다.


그래서 나온 결과. 45분 08초. 예상했지만 역시나 상쾌하고 기분이 좋았다. 이 맛을 사람들이 알아버렸으니 유행이 안 되는 게 이상하다는 걸 알게 되었다. 나만 알고 있는 줄 알았는데 말이야.


적당한 만족 속에서 꿈틀거리는 '욕심'이라는 녀석이 9초만 일찍 들어오지라고 잔소리를 해댔다. 그랬으면 44분이라는 기록으로 남겼을 텐데라고. 욕심에게 귀여운 꿀밤 한 대 먹여주며 오늘은 한계를 이긴 것에 대한 축하만 하자 타협했다. 극적 타결까진 아니지만, 적절한 악수 타이밍이었다.


늘 강하다고만 생각했다. 불쑥 찾아오는 나약함에 늘-이었던 나의 강함은 가끔으로 변해갔고 가끔-은 어쩌다로 바뀌어 갔다. 그럼에도 약함을 부정하지 않았던 이유는 인정하고 개선해 나아갔기 때문이 아닐까.

어쩌다 강했고, 가끔 강했다가 결국은 늘 강해질 수도 있는 나 일수도 있으니까.


10km를 뛰는 동안 멈추지 않고 앞도 보고 바닥도 보고 옆도 보고 뒤도 한 번씩 돌아보며 뛴 자신에게 칭찬하며. 앞으로 더 뛸 나에게 응원하며-



같이 좀 갑시다.
뭐 그리 바쁘다고,
소리 없이 달려갑니까.

: 소리 없이 쫓아오시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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