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 없이 떠나기 (LH 집 구하기)
훌훌-털어버리고 새롭게 시작하는 거야. 그럼 되는 거지. 세상 조금 살다 보니 죽으란 법은 또 없는 것 같으니, 조금 더 힘내서 살아봐야지. 세상 미련한 게 미련을 두는 일 같으니 난 미련 따위 두지 않고 떠나련다.
가끔 미련한 것 같긴 한데...
어쨌든.
세상 아주 조금 더 살아가보려고 하는 자기 최면이니까, 나는 미련 없이 떠나 새로운 곳으로 간다.
어설픈 자기 최면에 콧방귀가 나지만 그래도 이게 지금은 최선인 것 같다. 레드썬-
자가 없는 청년에게 이사란 피할 수 없는 숙명이다. 피할 수 있는 사람도 몇 있긴 한데, 나는 피할 수가 없다.
피할 수 없다면 즐기라 했던가. 즐겁진 않지만 즐거운 척하고 살아가고 있는 요즘이다.
살고 있는 곳이 전세에서 월세로 바뀐다며 이사를 감행할 수밖에 없는 선택을 하게 되었다. 지금 형편에 월세라면 상당히 부담스러울듯하니 과감하게 떠나기로 했다. 6년 동안 전세금 한번 안 올려주셨으니, 그것에 감사히 살고 떠나려 한다. 그렇게 나는 집을 구하기 시작했다.
나는 LH 청년전세임대 다.
요즘 전셋집을 구하기도 어려운데, LH 전세가 가는 한 집을 찾기란 여간 쉬운 일이 아니다. 각오 잔뜩 하고 11월을 시작하게 되었더랬지. 각오는 일주일 만에 바사삭-치킨 마냥 빠삭해져 가루가 되어버리기 일보직전이었다. 나와 같은 상황의 청년이라면 이 글에 어느 정도 공감하며 끄덕끄덕-이며 읽어 내려갈 테지. 나 또한 그랬으니 말이다. 암요 암요- 이해합니다. 하지만 어쩌겠습니까. 우린 집 없는 청년인걸요. 힘내서 구해봐야죠.
먼저 재계약을 하지 않는다는 내용증명을 작성해서 현 집주인과 LH에게 등기를 보내야 했다.
내용증명이라는 네 글자는 이상할만치 부담스럽다. 사실 협의 된 내용을 집주인과 LH에게 작성해서 보내는 것일 뿐인데 이게 뭐라고 긴장되는 것인지.
그리고 집을 구하기 시작했다. 최대한 살고 있는 지역구를 벗어나지 않으려 동네부터 시작해서 조금씩 넓혀나갔다. 현재 살고 있는 동네는 재계발 지역이라 LH 계약이 불가능하다 했다. 어쩔 수 없이 넓혀진 나의 시야.
전화도 돌리고 방문도 해보고. 50군데는 넘게 찾아가고 연락을 취하고 연락처를 남겼던 것 같다. 어쩌면 그 이상일수도. 그렇게 지켜갈 무렵 겨우겨우 LH가 가능할 법한 집 2개를 볼 수 있게 되었다. (두근두근!)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
내가 추구하는 집의 리스트들을 간략하게 정리하자!
우선 나는 역세권이길 포기했다. 그저 수영장이 가깝고 뛸 수 있는 장소만 가깝다면 그걸로 만족. 물론 역이랑 가깝고 주변 상권이 훌륭하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그리고 또 하나. 나는 6년 전 도배장판 지원을 활용했다. 그리하여 이제 입주할 집에서는 LH에서 도배장판을 지원받을 수 없게 되었다. 그렇다면 비교적 상태가 좋은 집이길 바라는 수밖에 없다. 사실 자가 없는 청년에게 도배장판의 상태만 좋아도 어느 정도 선택함에 있어 시간이 적게 드는 건 사실이다. 그만큼 관리가 잘 되었고 깔끔한 이미지를 심어주기 때문에!
과정 속에 흔들리고 흔들렸던 나의 감정들을 나열해 적어 놓아 봐야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이 글은 하소연하고자 하는 글도, 정보 전달을 하고자 하는 글도 아니기에. 오직 지금의 나에게 하루 성취감을 채워줄 작은 선물 같은 시간 속에 글이라고나 할까?
봤던 집 2곳 중 1곳을 선택하였다.
어느 청년전세임대 커뮤니티에서 그런 글을 본 적이 있었다. 지금 현재 LH청년 전세임대 1순위 분들이 새로 뽑혀 집을 알아보고 있을 것이고 이제 수험생들이 집을 알아보러 다닐 것이며, 은행전세대출은 막힌 곳이 많고. 그럼 점점 때아닌 경쟁자들만 늘어나게 되니 하루빨리 부지런히 집을 알아보라는 어느 한 부동산업자분의 글을 보게 된 것이다. 일정 부분 크게 공감하게 되는 시기와 내용들이었다. 그리하여 3-4일 간 폭풍 고민과 주변 상권을 둘러보며 결정을 하게 되었다. 선택을 했다고 해서 이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LH 청년 전세임대는 집을 알아보고 구하는 게 가장 극상 난이도에 속하기에 이 단계를 넘겼다면 9부 능선을 넘은 듯한 느낌이 드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방심은 금물!
계약까지 할 일이 조금 있다.
LH가 선정한 각 지역구의 법무사를 통해 집에 대한 권리분석을 신청하고, 그것이 통과가 되면 계약이 진행된다. 물론 계약을 진행함에 있어 계약 날짜를 맞추는 것 또한 중요하다. 무려 4명이 만나 계약을 진행하기에 상당한 시간이 흘렀던 것으로 기억한다.(어렴풋이 떠오른 6년 전 기억... 아련하다...)
그중 현재 난 권리분석을 끝내고, 다음 주에 집 계약을 하러 간다. 나와 부동산중개사님, 집주인, 법무사님.
이렇게 4명이 만날 수 있는 날짜와 시간, 장소를 정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는 이사를 준비하고 지금 집과 작별을 준비한다.
추억 한가득이지만 지긋지긋했던 옥탑을 벗어나 처음 오게 된 나의 집. 품어줘서 고맙고 살게 해 줘서 고맙다.
집주인분한테 하는 말 같지만 절대 아니다. 집한테 하는 말이다. 더군다나 난 쉽게 반말하지 않는다.(오해 X)
머물던 곳을 떠나게 되는 순간은 언제나 늘 슬프다. 후련한 것도 있지만 묘하게 남아버린 기억들이 곳곳에 깃들여져 있는 듯하다. 잡을 수 없어 챙길 수 없지만, 담을 수 있기에 기억하려 한다. 좋은 사람 만나길 바라며-
다시 만날 순 없겠지만, 우연히 지나가게 된다면 멀리서나마 스치듯 인사하고 가련다. 잘 지내고 있구나-
짐을 정리하다 보니 발견된 묵혀진 추억들.
이걸 어쩌나 하고 망설이다 과감하게 보내준다.
님을 정리하던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