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 3: 불과 재>
쇼츠나 릴스 같은 숏폼영상들이 주를 이루면서 사람들이 긴 영상을 보는 게 힘들어지기 시작했다고들 한다. 회차가 긴 드라마나 긴 러닝타임의 영화를 버거워하는 사람들도 심심치 않게 주변에 더러 있는 편인 것 같다.
나 또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보게 되는 짧은 영상들을 보고 있는 나를 알아차리는 순간 최대한 그 속에서 벗어나려 애를 쓴다. 그리고 반성하는 시간을 갖는다. 나쁜 건 아니지만 왠지 그 속에 지배되고 싶지 않은 마음이랄까. 스스로를 질책하고 성장하기 위해선 그러면 안 되는 거라고. 자신에게 관대하지 못한 딱딱하고 두꺼운 잣대를 세워둔다. 곰곰이 생각해 보니 난 나한테 잔소리를 제일 많이 하는 것 같다. 짧게 짧게 잔소리하는 법도 배워야 할 텐데 말이야.
기다리는 영화가 개봉했다. 좋아하는 팝콘이 있어서 가능하면 가급적이면 그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려 한다.
마침 그 영화관에서 개봉 전 예매를 하면 포스터를 준다는 이벤트를 진행했다. 어차피 볼 건데 미리미리 예매해서 두근두근 설레는 마음 더 일찍 느껴보았다. 잔요동 같은 기대감이 예매부터 관람일까지 둥둥-거리기 시작했다.
요즘은 영화가 끝나면 검색하게 되는 쿠키여부를 먼저 작성해야 할 것만 같다. 혹여나 돌고 돌아 나의 글을 보게 되는 사람이 생긴다면, 이 글은 영화의 내용을 알려주거나 그 안의 숨은 뜻들을 분석해 주는 글이 아닌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평과 감정을 나누는 공간 속에 떠다니는 활자에 불과하다고. 그럼에도 이 글을 여기까지 읽어 내려갔다면 가장 궁금해할지도 모르는 쿠키 여부를 지금이라도 알려드려야 소중한 시간을 절약하는 길 일 것만 같아서. 혹여나 계속 내려 읽어 내려간다면 소중한 시간을 모르는 타인과 어색하지만 의미 있는 감정의 공유정도로 기억하는 건 어떨까. 절약보단 좀 더 좋은 시간이 될 수도? (아닐 수도 있고...)
어쨌든.
쿠키영상은 존재하지 않는다.
<아바타 3>는 정말 훌륭했다. 아바타를 본 주변 지인들에게 어땠냐는 질문을 꼭 했다. 재밌었다는 사람이 절반이었다면 그냥 그랬다는 사람이 그에 반. 그리고 기대보단 아니었단 사람이 또 그에 반.
하지만 난 너무나도 재밌었다고 흔들리지 않는 편안한 침대처럼 신나게 떠들어댔다. 시작부터 느껴지는 기술의 발전. 그래픽에 휘둥글해지면서부터 전작들을 회상하며 괜히 내가 엎어 키운 자식처럼 뿌듯함을 느끼며 시작했다. 그런데 어찌 이게 재미없을 수 있겠는가. 적어도 나에겐 연말 최고의 영화가 아닐까.
눈을 뗄 수 없는 전투씬에 팝콘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주머니 없는 니트에 들어가는지. 영화가 끝나고 일어나 보면 알겠지만. 맛 좋은 팝콘이 입안을 가득 채워주면 아바타는 눈과 상상력을 가득 채워주고 있었다.
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참 나쁘다. 따뜻한 기사나 아름다운 인류애가 담긴 모습들을 볼 때면 참 세상 살만하다 싶다가도 아바타를 보고 나니 인간이 존재하는 모든 것들 중 가장 악한 건 아닐까 싶다. (나도 인간이거늘... 참...)
담겨있는 메시지가 워낙 많은 영화다 보니 당연히 영화의 시간은 엄청나게 긴 편이다. 무려 3시간이 훌쩍 넘어 대략 3시간 20분 정도이다. 개인적으론 어떻게 지나갔다 모를 정도로 재밌게 보았지만.
이후 흥행에 따라 4,5 가 제작 된다는 이야기도 있고, 이미 4는 만들고 있다는 말도 있고. 뭐가 진짜 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바타를 기다리며 보는 한 사람으로서 5부작으로 깔끔하게 마무리되는 아름다운 이별을 기대해 본다. 직업이 직업인지라 보는 내내 배우들의 고충이 그려질 수밖에 없었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장면은 배우들의 모션캡처를 통해 만들어졌다고 한다. 올여름 모션캡처배우 일은 한 적이 있었는데, 재미는 있었지만 평소 하는 연기와 미묘하게 다른 부분들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조금 걸렸던 것 같다. 아무튼. 대단하다. 같은(?) 동종업계(?) 유사업계(?) 사람으로서 박수와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아바타 봤어?"
요즘 만나는 사람마다 한다는 말이 이것이다.
봤다는 사람이 있으면 맞장구치며 영화에 대해 이야기를 줄줄-하다가 흥미가 떨어지면 주토피아 2는?이라고 물어보곤 한다. 12월에 본 영화 2편이 나에겐 전부였나 보다. 아름다운 연말이다. 참-
끝으로 한 줄 요약하고 마무리하려 한다.
"저... 혹시... 아바타 보셨어요?"
아이씨유
나는 편의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