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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작 Oct 23. 2021

나 홀로 삶에 (에어쇼)

Seoul ADEX 2021

서울에 살면서 안 가본 곳안 해본 것이 너무 많다.

차근차근 하나씩 해보려 한다.


나 홀 무언갈 하는 것에는 생각보다 많은 용기가 필요했다.

혼밥도 잘하고, 혼술도 잘하는데.

혼자 여행을 가본 적 있던가.


주식을 하는 중

누리호가 발사되기 전.

우주항공 관련 주에 들어간 적이 있었다.

그렇게 우연히(?) 자연스럽게(?)

아니. 그냥 '어쩌다'라고 말하는 게 맞을 것 같다.


'에어쇼'가 한다길래.

티비로만 봤었지 실제로 적은 없었기에

상당한 구미가 당겼다.

누군가 같이 갈까 고민해봤지만,

흔쾌히 불평불만 없이 알겠다고 할만한 사람이 생각나지 않았다.

(동네 친구가 없을 뿐. 친구 많음.)


며칠 전 인터넷으로 표를 예매하고 나서부터

오늘까지 두근두근. 소풍 가는 기분이 들었다.


어? 이거 혼자 놀러 다니기 괜찮은데?


아침 일찍 항공 패션으로 입고

지하철에 몸을 담아 1시간 정도 모란역으로 향했다.

이거 챙기고 입장하기까지...

1시간 30분 동안 줄 섰다.


1시간 30분 동안 혼자서 줄 서있기란,


어? 같이 갈 사람을 찾아볼걸 그랬나...


살이 적당히 익어 갈 때쯤 입장!

생각했던 것보다 엄청 크고 볼거리가 다양했다.

화목한 가정과 애틋한 연인들이 가득했다.

에어쇼 보러 왔다가

요즘 잔뜩 타고 있던 가을. 겨울만 증폭시켰다.


큰 전시장을 다 둘러보던 중-

내가 들어간 종목의 회사를 보고

잠시 두 눈을 감고 비나이다 비나이다.

이러려고 간 건 아니지만! 겸사겸사.


탱크, 비행기, 헬기 등등 저마다 사진 찍기 바빴다.

나도 바쁘고 싶었지만,


사진 한 장만 찍어 주실 수 있을까요?


이 말이 왜 이리 힘들었을까.


혼자 다니는 사람 있으면 부탁하려 했는데

안보였다.

그냥 눈이 부셔서 못 찾았다고 핑계를 대보련다.


당찬 걸음으로 구경을 다 하고

배가 고파졌다.

줄이 가장 짧은 타코야끼를 사서

평지에 엉덩이를 깔고 앉아 맛을 음미하려는 찰나.

'에어쇼'가 시작되려 했다.

사람들이 하나둘씩 빠른 속도로 모이기 시작했다.

타코야끼를 3개 정도 먹었을 때는 이미 많은 사람들이 주변에 서있었다.


나 홀로 여행 연습하는 건 쉬운 게 없구나.

타코야끼 먹는 모습 구경하러 온 사람 하나 없는데,

왜 허겁지겁 먹었을까.



이거다.


허겁지겁 먹은 보람 풀 충전.


눈부심 참아가며,

어깨의 뻐근함을 참아가며,

건진 소중한 나의 영상들.


집에 와서야 알았다.

오늘 참 뜨거운 하루였구나.

새빨갛게 달아오른 얼굴이 말해주고 있었다.


지붕 하나 없는 활주로에서 몇 시간을 돌아다니고 서있었는지.



다음 달에는 어디를 갈까.

다음 달부터는 1박을 도전해봐야겠다.


어릴 적,

일기 마지막에 꼭 이렇게 적었던 것 같다.


참 재미있는 하루였다.




#나 홀로 삶에.

2021.10.23

서울 2021 ADEX

모란역 서울공항

살 다 탐

총 줄만 2시간(입장+타코야끼)

그래도 에어쇼 good!

다음에는 나도 사진 찍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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