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작 Jun 05. 2022

손톱이 빠르게 자란다.

바쁘고 가쁘다 그래도 기쁘다

무심코 두드리는 책상에서 경쾌한 소리가 나고 꽤나 유쾌한 둔탁함에 손을 올려 부쩍 자란 손톱을 바라본다. 언제 정리를 했었는지 기억을 더듬어보며 소심하게 들썩이며 달력을 한번 보니 어느덧 6월 이더라.

시간 참-


 




극심한 근육통을 참아가며 키보드에 양손을 올려 부동자세로 멍하니 앉아 있었다.

반쯤 감긴 눈으로 흐릿함과 약간 덜 흐릿함을 반복하며 손가락만 움직이며 열심히 쓰고 지우 고를 반복하는 휴일이다. 이상하리만큼 원하던 일들이 풀려가는 요즘. 그 덕에 이리저리 바쁜 요즘. 하지만 괜한 걱정에 잠 못 이루는 밤들을 반복적으로 보내는 요즘.

그런 요즘을 보내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단 한 번도 올라온 적이 없는 작품이라기에 오디션에 지원했었다.

지역(구)에서 진행하는 예술사업 중 2개를 지인과 함께 기획서를 쓰고 대본도 써서 지원했었다.


바라던 일들이 파도처럼 한 번에 휩쓸려 온 적이 있는가. 버겁기도 하고 부담스럽기도 하지만 기쁨의 물살의 지분율이 월등했기에 자신감으로 받아쳤다. 2차 오디션도, 예술사업 최종 면접도 약속하듯 연달아 일정이 잡혔다. 지정대사도 외워야 했고 최종 면접 PPT를 만들어서 PT발표도 해야 했었다.

우선순위를 나열할 수는 없지만, 지금까지 줄 곳 해왔던 오디션보다 해본 적 없었던 사업 발표 (PT)는 알게 모르게 부담 아닌 부담으로 다가왔다. 함께 진행하던 팀원의 사정으로 혼자 참석해서 발표해야 한다는 책임감이 오디션과는 다른 무게감과 모양이었다.


1. 오디션

어느 순간부터 마음을 조금 비우기 시작했다. 간절함을 내려놓은 것이 아니다. 간절함이나 목표는 언제나 항상 그 자리에 있다. 이제는 그저 즐겨보려 한다. 아주 즐겁게 하고 후련하고 준비한걸 다 보여주고 나와서 차돌 짬뽕 한 그릇 했다. 기분 탓인지 모르겠지만 이 날 짬뽕은 기가 막혔다.

 

2. 첫 번째 PT 발표

문제는 이거였다. 오디션과는 다르게 약간의 격식 있는 복장과 단정한 머리로 대기실에서 초조하게 기다리고 있었다. 프로젝트 팀명이 불려지고 면접장으로 들어가는 순간까지 떨림은 전혀 없었는데.........

들어가니 생각보다 더 사무적인 분위기와 전문화된 공기?라고 해야 하나... 정말 회사에 면접 보러 온 느낌?

등 뒤 에로는 커다란 스크린에 우리가 만들어 놓은 PPT 가 띄워져 있었고 앞에는 심사위원들과 그걸 기록하고 촬영하는 사람들이 주변에 가득했다.


'어? 나 지금 떨고 있는 건가?'


대학교 시절 교양과목으로 이런 PPT 발표 수업을 들은 적이 있었다. 굉장히 즐겁게 들었던 기억이 있었는데, 그 교수님에게 감사 말씀드리고 싶었다.

기억을 곱씹으며 하나하나 말하고 행동하는 것까지 되짚어 보며 건물 밖을 나왔던 것 같다.


3. 두 번째 PT 발표

첫 번째와는 다르게 부담이 조금 적었던 사업이기에 편한 마음으로 문을 열고 들어가서 정신없이 말하고 나왔다. 망. . 다. 이건 기대하지 말아야지라고 생각하며 건물을 벗어났었던 것 같다.


그 후 결과 발표들이 쏟아지기 전까지 잠을 푹 자본 적이 없었다.

오디션은 떨어지면 속상했을 것이고, 예술사업은 속상함+팀원에게 미안함.


발표는 순차적으로 나기 시작했었다.


1. 합격

2. 선정

3. 선정


Good-!

모든 미션을 클리어한 기분이었다.

후련했다.


그리고 한 번에 이 모든 것들이 함께 진행할 수 있을까 라는 잠깐의 우려만 있었을 뿐. 다가올 모든 것들이 기대가 되고 있다. 어제 촬영 탓에 온 몸에 근육통이 휴일을 지배하고 있지만 기분은 좋다.

몸이 힘들 뿐-

마음은 즐겁다-


글의 끝맺음을 맺고 손톱을 정리하려 한다. 순간순간의 느꼈던 즐거움들을 담고 담아 휴일에 거창하게 써 내려가고 싶었는데........... 온몸이 너무 쑤신다.


일기처럼 글을 쓰고 싶지 않았는데,

오랜만에 두드리는 키보드는 일기가 쓰고 싶었나 보다.


또각또각- 이리저리 예측할 수 없이 튀는 손톱처럼
우리의 인생도 여기저기로 튀어가고 있나 봅니다.
원치 않는 곳으로 가면 주워 담으면 되고, 정리하면 되잖아요.
손톱이나 인생이나, 어쩌면 비슷하네요.


작가의 이전글 법적인 관계와 혈연관계의 차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