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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ogi Sogi Sep 06. 2020

요가 + 석이

요가하는 남자 석이

코로나가 장기화됨에 따라 집에 있는 날이 늘어가고 있다. 헬스장도 문을 닫고 요가원도 문을 닫아버린 현 상황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매일 집에서 빈둥빈둥 대고 있는 나날들이 유난스러워 잠들지 못하는 늦은 새벽 브런치에 가입을 하고 이렇게 펜(?)을 꺼내들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일기를 쓰듯이 첫번째 글을 써보고자 한다.


마음에 생각들이 엉켜있는데 정작 그 생각들이 무엇인지 알지 못할 때, 글을 쓰는것은 나에게 늘 좋은 해결책이 되어 주었다. 사랑에 빠져 누군가에 대한 생각으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그런 날이나, 마음 속에 무거운 고민이 있는 그런 때, 혹은 무기력에 빠졌을 때 등등, 생각해보면 내가 글을 쓰는 행위는 보통 고민이 있거나 무언가 좋지 않은 감정들에 지배를 당할 때 주로 활용해왔던 것 같다.


오늘 또한 마찬가지다. 사실 이런 감정은 주기별로 나에게 찾아오는데 최근 몇주(넓게는 2-3주, 좁게는 1-2주)정도 우울감을 동반한 다운된 감정들에 계속 지배를 받아왔다. 팬데믹이라는 지금의 상황, 긴 장마, 경제적인 고민, 진로 및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 등등 요인은 정말 다양하고 많겠지만 이런 부분들에 대한 논의는 오늘 말하고자 하는 부분과는 조금 거리가 있기 때문에 논의하지 않겠다. 다만 말하고 싶은 부분은 이런 감정들은 어린시절부터 주기적으로 나에게 찾아왔었고, 난 이 감정에 맞서기 위해 요가를 시작했었다는 것이다.


2021년이 몇개월 남지 않은 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인데... 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남자인 내가 요가를 한다고 하면 "뭐? 남자가 요가를 해? 그거 여자가 하는거 아니야?"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간혹 있곤 했다(많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제법 있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면 "요즘은 남자도 요가 많이 해요," 라고 대답을 했고 그 이전에 사실 나는 그냥 요가가 너무 좋았다. 요가는 남자의, 혹은 여자의 운동이다, 라고 정의를 내리기 이전에 나는 그냥 요가가 참 좋았다. 처음 요가를 접했을 때 되지도 않는 동작들을 낑낑대며 하면서도, 한밤 중 자취방에서 어두운 무드등만을 켜놓고 사바사나(송장자세)를 할때는 세상 누구도 부럽지 않은 고요함과 편안함을 느끼곤 했었다.


처음에는 홈트로 몇개월, 이후부터는 요가원에 등원을 하며 요가 수련을 이어나갔고 지금은 요가가 어느덧 일종의 삶의 일부로 자리잡았다. 지도자 자격증을 따고 지금은 요가강사로서 활동까지 하고 있으니 말이다.


그런데 최근 위에 대한 의문이 내 안에서 떠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왜 요가를 좋아하게 되었을까'에 대한 조금은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질문이. 이는 아마 내가 강사직을 하면서부터 싹이 튼 질문인것 같은데 수련생들, 특히 요가에 대한 열정이 아직 자리잡지 않은 분들을 지도할 때 그런 의문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 사실 생각해보면 요가란 누군가에게는 그저 '여자가 하는' 운동, 혹은 스트레칭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운동으로 비춰질 수 있는 주제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앞으로의 글들은 이런 내 물음에 대한 대답을 찾아가는 글들이 될 것 같다. 사실 지금 입장에서의 나의 모습은 조금 불안정하다. 여태껏 단단하다고 여겨왔던 어떤 부분(가령 '요가 = 내 destiny♥이자 엄청난 것')이 흔들리고 그 위에 선 내 자신도 같이 흔들리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위에 대한 의문이 점점 표면화되면서 진로에 대한 회의적인 고민을 굉장히 많이 했었다.) 그렇기에 나는 답을 찾기 위해 고민하고 그 고민들의 결과물을 이곳에 차례차례 기록할 생각이다. 내 마음이 심란하고 앞이 뿌연 안개처럼 느껴질 때마다 글을 쓰는 행위가 일종의 빛이 되었듯 이번에도 글의 힘을 빌리면서 말이다.


내 앞에 놓인 길이 어떤 방향으로 나를 인도할지 알 수 없지만 그래도 기꺼이 걸어보고 싶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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