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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진아 Nov 27. 2023

많이 추워요? 맥주 한 잔 콜?

콜!


"저 다음 주 용산 가는데 영화 보실?"




그날은 1월 초, 한참 추운 겨울날이었다. 드럽게도 재미없는 영화를 보자고 했다.

용산 CGV에서 만났다. 


"뭐 좀 먹을까?"


"아~ 딱 마침 배고팠는데"


만나자마자 너스레를 떠는 녀석을 보니 역시 재밌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 그럼 이쪽으로 가야 돼. 여기가 식당이 많거든"


이 말과 함께 돌아서는 순간 누군가 갑자기 날 불렀다.


"진아야!!!!"


"어? 어? 뭐야!!"


절친이었다. 죄짓은 것도 아닌데 뭔가 들킨 이 느낌은 뭐지?

이 생각이 들자마자 친구는 물었다.


"너야 말로 뭔데 뭔데!!"


"진짜 아니야 진짜"


나는 순간 당황해서 일단 아니라고 했다. 주어도 없이 무조건 아니라고 했다.

친구와 짧은 인사를 나누고 뒤돌아 보니 그런 내가 웃겼는지 용현이는 뒤에서 웃고 있었다.


"웃기냐?"


"저 아무 말 안 했는데요"




밥도 먹고 커피 한 잔 사서 영화를 기다렸다.

영화를 기다리면서 그동안 어떻게 지냈는지 썰(?)을 풀고 또 풀었다.

왜 편안한지 모르겠지만 참 편안했다. 영화가 우리 대화보다 재미가 없었다.


영화를 보고 나오니 꽤 늦은 시간이었고 우리는 약간의 아쉬움을 느끼고 있었다.

밖으로 나오니 차디찬 겨울바람이 쌩쌩 불었고 나는 덜덜 떨었다.


"많이 추워요? 맥주라도 한 잔 할까요?"


"오~ 좋지. 근데 이 시간에 안 다녀봐서.. 문을 연 곳이 있는지 모르겠네."


"제가 찾아볼게요. 많이 추우면 이거 벗어드릴까요? 저는 별로 안 추운데"


"어후 아니;"


"아님 말고~"


2초 정도 다시 벗어달라고 할까 싶을 정도로 추웠다. 매섭게 추웠다.


맥주 집을 찾았다며 뛰어갔다. 맙소사. 마감시간이란다.

눈물이 앞을 가렸지만.. 어쩔 수 없이 나왔다.



숨을 쉴 때마다 콧구멍이 얼 것 같은 추위였는데 우리는 용산역 앞을 빙 둘러 걸었다.

춥다고 징징 거리면서도 내가 왜 편안한지 계속 생각하게 되었다.

택시를 불렀고 그렇게 각자 집으로 갔다.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알게 모르게 '익숙함'이라는 단어가 떠올랐고, 단순하게 익숙함 그 이상 이하도 아니라는 결론에 스스로 다 달았다.


우리는 그 이후 8개월이 지나고 나서 다시 만나게 되었다.




"용현, 나 웹 뮤지컬 공모전을 해야 하는데 장르가 재즈 힙합이야. 어느 정도 내가 스케치는 했는데 편곡 좀 해줄 수 있어?"


갑자기 하게 된 웹뮤지컬 공모전. 재즈는 익숙했지만 힙합이 익숙지 않았고 힙합 하는 친구들과 음악을 하는 용현에게 SOS를 쳤다.


"좋아요. 가지고 오세요."


그렇게 우리는 매주 같은 시간에 보게 되었다. 매주 만날 수밖에 없었던 뮤지컬, 그 뮤지컬은 우리의 시작에 불을 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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