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진아 Dec 18. 2023

초등학생의 재즈 피아노 레슨은 어떻게 하냐면요.

절대 어린이 레슨을 하지 않겠노라 다짐했던 수많은 이유가 있다.


그중 한 가지는 내가 정이 많아서 인데, 아무래도 조카들이 많다 보니 어린아이들에게 마음이 쓰이는 건 어쩔 수 없는 것 같았다.

대학 때 오랜 시간 학원에서 수요일 특강 강사로 재즈 피아노를 가르쳤던 적이 있다. 햇수로만 7년이었다. 

그때도 고작 일주일에 한 번 보는 아이에게도 정을 느껴서 그 아이가 갑자기 이사를 간다거나 학교를 옮기게 되어 학원도 옮긴다는 얘길 들으면 한동안 아이를 보고 싶어 했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는 아이에게 너무 많은 사랑을 주려 한 것 같아서 내 마음을 감추게 되었다. 그게 선생으로서 잘하는 건지는 모르겠고.


그러다 클로이재즈를 운영하고 나서는 한참 동안 어린이를 받지 않았다. 정드는 것도 무서운데 개인 레슨을 어린이에게 한다는 건 나에게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문의가 올 때마다 거절을 하는 것도 곤욕이었다.


"죄송합니다. 초등학생은 받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중학생은 받지 않습니다."

"죄송합니다. 만 19세 이하는 받지 않습니다."


그러다 문득 주변에서 내게 '체르니를 가르치지 않는 것이 얼마나 메리트 있는 일인지 생각해 봐' 라며 나에게 미션 (?)처럼 던져주었다.


당연히 부정적인 생각이 앞선다.

-우리나라는 아직 체르니 100, 30, 40, 50 이렇게 정통을 따르는 교육 방식이 더 많이 소비되지 않나? 


긍정적인 생각도 곁들인다.

-체르니는 동아시아에서만 많이 소비되긴 하지. 내가 쓰는 스탠더드 한 미국 교재를 보면 마음이 요동치겠다.


결국 Kids Jazz를 오픈했다.


아이들이 재즈를 배우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오히려 아이들은 스펀지 같이 미친 듯이 흡수했다. 게다가 어릴 때부터 영어에 노출이 많이 된 아이들은 가르치는 것보다 더 많은 걸 알아 오기도 했다.


문제는 학부모였다. 좋아 보여서 신청했지만 애가 뭘 하는지 부모님이 알 길이 없다는 거다.

책은 온통 영어에 애가 쓴 노트를 봐도 모르겠다는 것이다. 방법이 있나 뭐. 수업에 부모님을 참여시킨다. 이건 선택사항이 아니었다.


수업을 한 시간 가득 채워 듣고 나면 의문을 가졌던 학부모님들은 하나 같이 말씀하신다.

"선생님 정말 수고 많으시네요..."


어린이들에게 재즈는 즐길 수 있는 음악이어야 하기 때문에 아이가 멜로디를 치면 나는 베이스를 연주해 준다.

아이가 베이스를 치면 내가 그 위에서 즉흥연주를 한다.

학교에서 배운 동요에 코드를 붙이고 같이 연주하며 노래한다.

교재에는 종종 코드가 없다. 그러면 같이 어울리는 베이스 음을 찾고 코드를 쓴다.

또다시 연주하고 노래한다.


이게 재미없을 수가 없다. 하지만 선생님이 못하면 진행이 불가한 수업 방식이다.


"초등학생의 재즈 피아노 레슨은 어떻게 하냐면요."라고 설명했던 내가 

"같이 수업을 한 번 들으시는 걸 권장합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선생님이 못하면 진행이 불가하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


아이들은 음악에 흥미를 느끼면 세탁기 벨소리까지 외워 와서 코드를 붙이자고 한다.

그럼 나는 코드를 붙여주고, 여러 개의 조성으로 바꿔서 연주하게 한다.

혹시라도 아이들이 커서 마음 둘 곳 없을 때, 글로 마음을 표현할 수 없을 때

피아노 앞에 앉아서 조금이라도 정말 티끌만큼이라도 음악으로 마음을 표현하길 바라면서 함께 하고 있다.





이전 07화 같이 춤추실래요?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