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매일 마법의 커튼을 닫는다.
어느덧 7년째 '클로이재즈'라는 피아노 클래스를 운영하고 있다. 클로이재즈는 재즈를 메인 테마로 삼아 피아노를 배울 수 있다.
'재즈'라는 유니크한 주제가 붙으니 주로 검색을 통해 새로운 사람이 유입된다. 대체로 직장인들이나 대학생들에게 고품격 취미로 인기가 많은 편이다.
취미 생활은 어느 정도 활력이 되어야 하니 재미도 있어야 하고, 어른이 되어 꾸준히 무언가를 배우기란 쉽지 않으니 지속적으로 새롭고 '힙'한 것을 제공하려 한다.
이것이 입소문을 타고 어떤 인플루언서가 오게 되었다. (본인은 인플루언서가 아니라고 손사래를 쳤지만.. 이미 인스타그램에서는 꽤 유명했다.) 그 인플루언서의 업로드와 함께 수업은 남은 자리 없이 빼곡히 찼다.
빼곡히 가득 찬 수업에서 나는 특별한 기회를 얻는다. 여러 직업들을 가까이에서 관찰할 수 있는 기회.
마치 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의 '마스타'처럼 다양한 직업군의 사람들의 삶을 지켜볼 수 있다.
청바지가 잘어울리는 가정의학과 의사, 귀염뽀짝한 네일 아트가 좋은 외과 간호사,
운동 중독에 걸린 것 같다며 주 4회 운동을 하는 대학병원 간호사,
금융감독원 직원, 피아노 학원 원장님, 유튜버, 클래식과 교수님, 프로그래머, 무역회사 대리님, 동양화 화가 등...
모두 다른 직업을 가졌고 출발 지점이 다른 이들의 공통점은 대단히 음악을 사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업을 진행하기 전 커튼을 친다. 라운지로 시선이 가지 않도록 차단하고 프라이빗함을 주기 때문이다.
어느 날 가정의학과 의사 선생님이 말했다.
"선생님이 커튼을 치면 영화가 시작되는 기분이에요. 우리 같이 음악 듣는 거 너무 로맨틱하지 않아요?"
"일상이라 익숙했나 봐요. 생각해 보니 그러네요? 제법 로맨틱한 것 같기도 해요"
"어디서 이런 음악을 고르고, 같이 듣고, 얘기하겠어요! 저 커튼이 마법 같다니까요."
나는 마법의 커튼을 닫고 매시간 다른 주인공들과 함께 음악으로 영화 한 편을 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