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연재
직장 다닌 지 9년 만에 처음으로 길게 쉬었다. 목요일부터 목요일까지 추석연휴를 보냈다. 금토일은 부산여행으로 매일 만보이상을 걸었다. 추석당일도 공원을 걷고 화수목은 달리기를 하며 연휴 동안 쌓은 칼로리를 태웠다. 직장대신 공원으로 출근했다.
쉬는 날이 길수록 운동을 빼먹지 않으려고 했다. 시댁 가면 며느리로 친정에는 딸 역할로 양가 집을 오간다. 며느리로 딸로 하는 역할이라곤 거의 먹는 일이라 뜨끔하기도 하다. 내년부터는 좀 적게 먹으리라는 다짐 같은 건 꿈도 못 꾸겠다. 그냥 더 움직이는 수밖에 없는 건지. 나도 말하면서 어이가 없다.
명절이라는 이유로 음식이 여기저기 끊이지 않는다. 차례 지낸 나물과 전을 집에 들고 오면 일주일 내도록 먹어야 한다. 한 번 먹고 두 번 꺼내면 아이들 싫어한다. 바로 친정에 들고 갔다. 친정에도 음식이 없는 게 아니다. 여럿이 둘러앉아 같이 먹으면 계속 들어간다. 달리기 할 때 5킬로미터, 6킬로미터까지 뛰어야지라고 정하는 것처럼 먹는 것도 조절되었으면 좋겠다.
연휴 동안 비가 오면서 날도 흐렸다. 더우면 덥다고 움직이지 않고 추우면 춥다고 꼼짝하기 싫어진다. 비를 맞으며 달리는 순간을 만끽하는 사람들도 많더라. 그런 글을 볼 때마다 내가 맞고 뛰는 것처럼 시원한 기분이 든다. 꼭 비를 맞으며 달리라는 건 아니다. 걷고 달리는데 날씨 탓만 한다면 운동할 수 있는 계절은 얼마 되지 않는다. 선선한 가을바람이 이어지는 10월이다. 바람막이를 걸치고 나갔다가도 1킬로미터도 되기 전에 허리춤에 묶게 된다. 달리면서 얼굴에 스치는 바람이 얇은 실크천이 한 올 한 올 얼굴을 감싸는 것 같다.
시간이 많을수록 등 따시고 배부르면 잠이 온다. 그 시간 눌러앉지만은 않았다. 그동안 꾸준히 걸어온 루틴으로 긴긴 연휴 버틸 수 있었다. 가족과는 함께 걷고 혼자만의 시간이 주어질 때는 뛰었다. 먹기만 하고 움직이지 않는 건 내 몸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배부르게 놔두고 싶지 않다. 내 몸은 내가 지켜야 한다.
혹여나 직장을 그만두더라도 이번 연휴처럼 먹고 눌러앉지만은 않도록 해야겠다. 직장을 나가고 분명히 치웠는데 돌아서면 티 안 나는 집안일을 이어나간다. 이럴 때일수록 내 몸과 마음을 지키는 일에 투자한다. 걷는 엄마는 몸도 정신도 흔들리지 않기 위해 애쓴다.
엄마가 할 일은 직장이든 공원이든 어디든 가야 할 곳이 있어야 한다.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어 감사하다. 찾아주지 않으면 내가 찾아 나선다. 몸을 움직일 수 있는 어느 곳이라도 좋다. 운동장이든 공원이든 내 마음이 움직이는 장소로 간다. 움직이다 보면 좋아하고 의미 있는 일을 찾게 될 거라 믿는다. 걷고 달릴 수 있는 체력을 만들 수 있어 감사하다. 걷고 뛰어서 글도 쓴다. 모두 내가 선택한 일이다.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직장대신 공원으로 출근한다. 엄마는 밖으로 나가야 한다. 마음에도 환기가 필요하다. 앞으로도 틈틈이 운동이어 가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