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의미 있는 일

by 햇님이반짝


열흘 만에 달렸다. 그동안 꼼짝도 하기 싫었다. 영하의 날씨에 도저히 뛸 엄두가 나지 않았다. 그럼에도 나라는 사람을 증명할 일을 하고 싶었다.




토요일 점심을 먹고 퇴근했다. 남편과 같이 식자재마트에 다녀온 후 커피를 들고 책상에 앉았다. 이곳에만 앉으면 시간이 왜 이렇게 잘 가는지. 아무것도 안 했다는 건, 하나에 집중하지 못다는 뜻이다. 눈은 책을 보고 있지만 머릿속은 '글 써야 하는데'로 시작한다.


운동을 못한 게 아니라 하지 않았다. 춥다는 계는 기본이고 가장 큰 이유는 인증을 하지 않으니 마음이 느슨해졌다. 운동방이 있지만 의무는 아니다. 아예 손 놓을 순 없어 스쾃과 플랭크는 근근이 이어갔다. 지금까지 움직인 이유는 글을 쓰기 위한 동력이었다.

분명 브런치 작가가 되기 전부터 만보 걷기는 일상이었다. 그런데 어느 순간 글을 쓰기 위해 걷고 뛰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인증은 나를 증명하기 위한 도구였지만 하고 나면 뿌듯했다. 인증을 하고 나면 해야 할 일을 한 것 같았다.


운동이 시들해진 이유는 인증을 하지 않아서다. 운동이 먼저 인지 인증이 먼저인지 헷갈린다. 인증을 하지 않으니 이도 저도 아닌 것 같다. 운동도 글쓰기도 미루고 있으니 진짜 내가 좋아서 한 게 맞나 의심이 든다. 다른 이유지만 현재 운동보다 릴스에 빠졌다. 글쓰기보다 릴스가 먼저가 되었다. 매일 올린 지 3주째다. 걷고 달리는 영상으로 릴스를 만들긴 했지만 운동과 연관 없는 영상이 더 많다.

정체성에 혼란이 왔다. 지금껏 인스타에는 운동 인증만 해왔는데 다른 영상을 올리려고 하니 내가 아닌 것만 같았다. 마음은 글을 쓰는 사람, 글쓰기 동기부여 작가로 알리고 싶은데 내가 당장 할 줄 아는 건 걷고 달리는 거였다. 이걸로 계속 꾸준하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누가 보든 말든이 아니다. 보니까 올린 거다. 보여 주기 위해서 인증한 거다.


지금은 SNS시대다. 나란 사람을 보여주고 증명해야 한다. 그런데 보여주지 않으면 내가 아닌가? 안 보는데서 열심히 해야 진짜 나 아닌가? 에 대한 질문을 파고들다 보니 나는 어디에 있는 속하는 사람인지 중심이 잡히지 않았다.




거실 벽에 붙어있는 세계지도를 보았다. 넓고 넓은 세계 안에 대한민국 그리고 대구에 사는 나. 점하나로는 티도 안 날 것 같은 내 존재를 마주했다. 가 뭘 하든 아무도 신경 안 쓸 것 같다. 그러니 지금 하고 싶은 게 있다면 마음껏 해보면 안 되겠니라는 마음의 소리도 들렸다. 그게 인증이든 혼자 하든 이유 불문하고 그냥 좀 해보자. 운동을 하든 글을 쓰든 릴스도 조금 더 자신 있게 해 보자고. 나에게 의미 있는 일은 지금 내가 무엇을 하면서 즐거운 가다.


움츠리고 있던 몸을 밖으로 내보냈다. 해가 지는 저녁, 붉게 물든 노을을 보고 있으니 덩달아 예열되는 기분이었다. 몸을 움직이니 마음도 조금씩 열리기 시작했다. 다시 쓰고 싶은 마음이 꿈틀댔다. 글쓰기와 운동이 괜히 연결된 게 아니다. 시작하기 전이 몸도 마음도 제일 무겁다. 한 걸음 나가고 한 문장 쓰고 나면 몸도 문장도 서서히 풀리기 시작한다.


몸을 움직이니 정신이 번뜩인다. 알고 있었지만 멈추면 사그라든다. 반복해야 한다. 글쓰기도 운동도 반복해야 가라앉는 마음을 다시 일으킬 수 있다. 글은 앉아서 고민만 할 때보다 움직일 때 조금 더 가벼워진다. 결국은 인증하기 위해 쓴 글이다. 발행이 나에겐 의미 있는 일이다. 나의 존재 가치를 증명하고 싶었다. 내가 한 행동이 가장 큰 동기부여가 된다.




저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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