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후 곧장 집으로 향했다. 현관문을 열자마자 고소한 계란말이 냄새와 달큰한 돼지양념불고기 향이 코끝을 찔렀다. 남편은 주방에서 분주히 움직이고 있었다. 손부터 씻고 나와 식탁 위에 놓인 고기 하나를 집어 먹었다. 보글보글 끓고 있는 돼지고기김치찌개에 빨간 어묵 볶음, 오징어 진미채까지. 내가 좋아하는 반찬이 가득한 걸 보니 남편이 작정하고 장을 봐 온 모양이다.
상차림은 푸짐한데 집안은 고요했다. 아이들이 아직 오지 않았다. 둘째는 학원에서 곧 올 꺼고 큰딸은?이라고 생각하는 순간 남편과 눈이 마주쳤다.
"아 맞다. 오늘부터 야자(야간자율학습)하는 날이네. 어째."
큰딸이 좋아하는 계란말이가 평소보다 더 두툼하고 노릇하다. 보면 바로 좋아할 텐데. 이제 평일 저녁, 큰딸과 마주 앉아 밥을 먹는 일상은 당분간 사라졌다는 사실이 그제야 실감 난다. 마음이 짠하고 허전하다.
이제 시작인데 벌써 안쓰럽다. 처음 고등학교 교복 입었을 때도 뭉클했는데 오늘은 더 피부로 와닿았다. 지난주 석식 신청서에 직접 확인을 하고 알고 있었는데도, 막상 저녁 시간에 아이가 들어오지 않으니 기분이 묘했다.
남편이랑 둘이 덩그러니 거실 식탁에 앉았다. 아이들이 10분 만에 후딱 먹고 방에 들어갈지라도 다 같이 얼굴 보고 마주 앉아 일상을 공유하는 시간이 소중했다. 당연한 네 가족 저녁 식사 시간이 당연하지 않게 되었다. 야자 첫날. 딸의 빈자리가 이렇게 컸던가.
그나마 둘째라도 옆에 말동무가 되어주어 감사했다.
오늘 먹지 못한 달걀말이와 불고기는 내일 아침에 따뜻하게 데워줘야겠다. 학교 적응하랴. 공부량 늘어나. 3교시 지나면 배가 고프단다. 아침이라도 든든히 챙겨줘야겠다. 우리 딸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