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전 발행중독이라는 글을 올린 뒤 후련한 기분을 시원한 맥주와 함께 만끽하고 싶었다. 나름 기대감에 들떠 있었다. 이때만큼은 실행력 갑인만큼 발 빠르게 피쳐를 사 왔다. 그 34도라는 찌든 무더위를 뚫고.
냉동실에서 더위를 식히다 못해 살얼음 살짝 낀 맥주 맛은 그 무엇을 논하랴. 아무것도 묻지 마라 세상 행복한 표정으로 들이키는 어미를 보는 순간 큰 딸이 얘길 하길.
"저걸 무슨 맛으로 먹지?"
너무 궁금해하는 것 같아 맛만 보여주었다. 자고로 술은 집안에서 배워야 한다는 걸 또 용케 알고 어떻게라는 방법은 빼고 밑도 끝도 없이 맛부터 보여준다.
오만상 인상을 찌푸리며
"근데 왜 먹어요? 이렇게 쓴 걸"
(언젠가는 너도 알게 되겠지, 굳이 쓴 걸 찾아먹는 이유를. 모르면 더 좋겠지만)
그리고 이 대화를 기록해 두겠다며 곧장 딸의 말을 받아 적는다. 그걸 본 큰아이가 또 이야기한다.
"이걸 왜 저장하는 거지?"
도통 이해할 수 없는 엄마의 행동들로만 가득 차있다.
나~~~ 중에 네가 이 글을 볼지 안 볼지는 모르겠지만 다 이해하게 될 거라며 다짜고짜 알맹이 없는 의미의 글만 혼자 써 내려가기 바쁘다.
그게 무엇이든 어미는 너와 나의 시답잖은 말 한마디조차도 남기고 싶은 마음이다. 미래를 결정하는 중요한 말 한마디가 더 중요하겠지만 그런 대화 나누려고 벼르고 앉아있기란 좀처럼 쉽지 않다. 중등이자 방학 안의휴가 중이다. 밥 먹을 땐 개도 안 건드린다는 너도 나도 다 아는 걸 모른채하고 싶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알지만 불쑥 튀어나온다. 그래서일까 식사 도중엔 더 더욱이나 공부에 관한 대화를 시도조차 할 수없다. 단단한 벽에 화살을 쏘며 튕겨 나오는 격이다.
중요하지 않은 학년은 없다. 특히나 초등시기엔 인생 전체를 결정할 만큼 중요한 시기라고 한다. 배로 짧아진 중등시기는 더 중요하다. 고등이야 말해서 무엇하랴.(사실 지금 나의 시기가 가장 중요한 것 같다.) 하루하루가 아쉬운 시점이라는 걸 그때는 모른다. 나도 이제야 겨우 알아차렸으니.
나의 중등시절을 돌이켜보자면 지금보다 더 허송세월을 보낸 것 같다. 그저 친구 만나 보드게임에 만화방을 쏘다니며 공부에 공자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만큼의 시간을 보냈다. (적고 나니 더 부끄.. 럽) 그러면서 우리 아이들에겐 무엇을 더 바라는 건지.
도대체 언제 어디서 무슨 이야기부터 꺼내야 할지 모르겠다. 지금에라도 당장 대화는 할 수 있다.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려버릴지언정 이야기를 해야 할지 요즘 너와 나의 대화에는 좀처럼 건져 올릴 알맹이조차 보이지 않는다.요즘 자녀교육서를 멀리해서 그럴까.서로의 공감대가 점점 멀어져서 그런 걸까.잔소리 없이 내버려 두면 자기주도학습은 그냥 되는 줄로만 알았던 게 문제일까.
지금 너와 나의 대화에 깊게 파고드는 대화는 없을지언정 서로 언성 높여 등 돌리지 않기만 해도 잘하고 있다고 믿고 싶다. 그렇다고 사이가 안 좋은 건 아니다. 꼭 때를 기다리는 것이 아닌 언제든지 하고 싶은 이야기가 있을 때 귀 기울여줄 수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 그러려면 평소 의미 없는 대화마저도 중요한 연결고리가 된다. 얼굴은모르지만 노래만 나오면 뉴진스와 뉴세라핌이 아니냐며 아는 척 우겨본다. 그저 그런 일상의 평범한 대화가 그리울 때가 올 것이다.
여름은 덥다. 가만히 있어도 불쾌지수가 올라가는 날이다. 이럴 땐 서로 건드리지 않는 것이 최적이다. 에어컨에 의지해 쾌적한 실내환경을 만든 그 순간 너와 내가 숨 돌릴 수 있는 지금을 공략해 본다. 짧은 방학만큼이나 급하지 않은 체하지 않게 잘 보낼 수 있도록 해야겠다.이걸 왜 저장하는 거지?라는 물음조차도 놓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