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돌아왔다.아이, 엄마. 아빠, 직장인, 며느리,시어머니 안부도 챙겨야 하는 초복이 돌아왔다. 1년에 한 번 공식적으로(?) 든든히 챙겨 먹어야 하는 때인 만큼 이런저런 다른 음식도 많지만 당연지게 삼계탕이 가장 먼저 떠오른다. 올여름도 많이 덥다는데 더 잘 먹어야 하는 이유가 생겼다.
집에서 삼계탕을 손수 끓인다는 건 요똥인 나로선 감히 상상조차 하지 못한다.(그냥 하기 싫다는 말이다) 매년 남편은 회사에서 아이들은 급식으로 각자 알아서 잘 챙겨 먹고 있어 나로선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매년 초복이 되면 8년째 이곳에서 한결같이 녹용이 들어간 삼계탕을 먹는다. 공식적인 식당도 아닌 가정집도 아닌 이곳에서 어떻게 녹용이 들어간 삼계탕을 먹게된 건지. 여기는 직장을 구할 시기피대상 1호가 될 가능성이 높을 법도한 도 아니면 모 일수 있는 그곳. 가족이 함께 운영하는 한의원이다.다행히 인복은 있어 감사함을 느끼며 지금까지 무탈하게 다니고 있는 중이다.
2020년도의 삼계탕
녹용(러시아산 원종)이 들어간 황제 삼계탕은 오늘 실장님이 즉흥적으로 지은 제목이 되었다. 이름까지 지어지니 더욱 경건한 점심시간이 되었다.
"잘 먹겠습니다!!"
오늘따라 더 우렁찬 건 기분 탓일 것이다.
실한 닭다리하나 들고베어 물었을 뿐인데 스르르 발리는 살들, 고기 한점 맛본 후 젓가락은 오로지 발골만을 위한 움직임으로 분주해졌다.두툼한 살점하나에 소금을 살짝 찍어도 먹고 발라놓은 살들을 숟가락에 가득 담아 올린다. 적당히 빨갛게 물든 매콤살콤한 김치 하나 찢어 숟가락 탑층에 기세를 더해 그대로 입 속 직행열차로 들어간다. 김치가 살짝 지루해질 쯤이면 새콤달콤 아삭한 오이무침도 함께 입 속 흥을 일깨운다.
배 꺼질세라 닭고기가 사라지기 전 허전한 국물에 얼른 밥알들을 투입시킨다. 숟가락으로 휘적 뒤적 행방불명된 살코기 한 점마저 낱낱이 찾아낸다. 대추 인삼 마늘 녹용까지 제대로 우러난 국물 한 방울조차 남길 수 없었다. 한 번두 번계속해서 떠먹어도느끼하지 않은 이유조차 궁금하지 않은 채 국물을 퍼먹고 있던그때 녹용이 들어가서 느끼함을 잡아준다는 실장님의 말씀(?)같은 직원). 정녕 지금껏 다녔지만 고가인 만큼 녹용 들어간 한약조차 먹어보지 못한 채 그 뜻을 이해할 수는 없으나 무언가 홀린 듯 부인할 수 없는 끄덕임으로 수긍할수밖에 없었다.
"잘 먹었습니다!!"
늘 든든한 한 끼에 짧은 한마디로 다 담을 수 있을까.
어디 가서 먹을 수 있을까. 녹용이 들어간 삼계탕을. 이날을 위해 그만두지 않고 굳건히 다녔던가. 후회 없이 잘 먹었다.한 끼 식사에마음만은 아주 잠시였지만 대접받는 느낌에 황제가 된듯한 환상에 빠지게 만들었다. 삼계탕이 내 발목을 잡을 것인지.과연 내년에도 먹을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