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예쁜 밥그릇과 국그릇을 사용한다. 꺼낼 때마다 흡족하다. 이사하기 훨씬 전에 언니가 사준 그릇들이다. 이걸 사용하고 싶었는데 못 썼다. 이미 사용하던 식기들이 있었는데 새 거를 쓰려니 아까운 마음이 들었다. 그래서 이사 오면 사용하려고 벼르고 있었다. 장롱에 고이고이 모셔둔 채.
집에있을 땐 최소 하루 두 끼는 챙겨 먹어야 하기에 어쩔 수 없이 사용했다. 깨지지도 않는다. 얼마나 튼튼한지. 안 그래도 하기 싫은 설거지는 더더욱이나 늦게 손이 갔다. 지금도 퍽이나 적극적이진 않지만.그렇게 10년 넘게 함께한 손님 같은 그릇들은 새로운 아이들이 있어 큰맘 먹고 헤어질 수 있었다. 아니 미련도 없었다. 애정은 없었지만 그냥 써야되는 줄 알고 사용했다. 구지 따로 그릇을 사지 않았었다. 이제는 신혼 때 나의 취향과는 무관하게 사은품으로 받아온 케케묵은 그릇들은 말끔히 정리를 했다.
배달 오징어 무침회 &밀키트 우거지 감자탕
요리와 상관없이 건강한 음식^^
진작에 정리할 걸 그랬다. 사실 이사후 그리 넓지 않은 주방이라 큰 결단을 내린 것도 있었다. 더 이상 들어올 공간도 없다. 언니가 준 화려한 꽃무늬 그릇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예쁘다 예쁘다 하니 더 애착이 가고 사용하고 싶어 진다. 밥이나 국을 담을 때도 엄마미소가절로 지어진다.예쁜 그릇에 먹으니 대접받는 느낌은 덤이다. 매일 사용하는 그릇에더 애지중지해지는마음이 커졌다.
화려한 그릇에 맞춰 요리실력까지 겸했다면 무엇을 더 바랄까. 보이는 것과 요리실력은 별개다. 그렇다고 요리를 잘해보겠다는의욕 따위마저도상실된 지 오랜지다.이 그릇들이 더 좋은 이유가 화려함에 나의 요리 실력을 숨기고 싶었던 건아닐까? 숨긴다고 숨겨지지도 않을뿐더러 아이들의 입맛은 누구보다 더 냉정하다. 양가어머니의 찬스와 더불어 요즘은 마음만 먹으면 엄청난 완제품들이 요똥들을 든든하게 해 준다.편리함과 영양까지도 챙겨준다.
몇 번의 클릭만 해도 넘쳐나는 물건들과 아기자기한 상품들로 머릿속은 이내 혼잡해진다. 주방만큼은 더 이상의 추가멤버 없이 현재 정해진 그릇들로만으로 당분간 함께 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내가 좋아하는 그릇에 더한 애정을 담아 나만의 손쉬운 메인 요리 하나 완성하고픈 마음이 들기도 한다. 둘째가 저학년일 땐 미역국과 카레만 만들어줘도 맛있다며 엄지 척과 함께 엄마는 요리를 제일 잘한다는 요리상을 만들어주기도 했다. 그 과분한 칭찬을 다시 한번 들어보고 싶은 욕심도 생긴다.
매일 예쁜 그릇을 보니예쁜 마음과 정성을 담아 남편과 아이들에게 건강한 음식을 해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 매일은 아닐지언정 맛은 부족하더라도(그럼 안 먹는데;) 주방에 있는 식재료와 좀 더 친해져 보도록 해야겠다. 요즘 글을 쓰며 계속 다짐을 하게 된다. 그냥 그렇게 흘러가게 내버려 두는 생각보다 한 번의 다짐이 뭐라도 시작하게 만들겠지.14년째 소꿉놀이 같은 주방생활을 하고 있지만 엄마도 노력하고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