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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Aug 10. 2023

글쓰기보다 더 꾸준한 두 가지

움직일수록 작은 성공이 일어난다


언제부터 글쓰기가 내 주위를 맴돌았다고 요즘 제일 거슬리는 아이다. 글쓰기장에서 이래도 되는 건지. 그렇다고 또 아주 없었던 일처럼 확 엎어버릴 수도 없다.  다른 일을 하다가도 혹여나 무심해져 버릴까 냅따 제목이라도 건져 서랍에 꽁꽁 묶어둔다.(이미 제목은 차고 넘친다) 브런치스토리 앱만큼 문지방 닳도록 들락날락 거리는 곳도 없다. 쓰지 않을 뿐, 그 외는 다른 작가님 글을 읽는 게 더 재밌다. 그리고 하나라도 더 내 것으로 만들고자 읽는 것이 다가 아닌 최소한의 끄적임이 아직까지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글쓰기보다 더 꾸준한 두 가지가 있으니...

하나는 걷기(만보인증), 또 하나는 음주... 아... 드디어 나의 신상공개가 다 까발려진 것만 같다.  글을 쓰면서도 진짜 나의 이야기는 알코올사랑인데 이걸 빼고 쓰려니 붕어 없는 붕어빵느낌(?)이랄까. 쓰지 않는 시간에 걸었고 쓰지 않는 시간에 하루가 멀다 하고 마셔댔다. 나마 음주보다 더 꾸준한 게 걷기라 다행인 건지. 왜냐하면 술을 마셔도 결국은 걸었으니까. 어느덧 습관처럼 안 하면 찝찝한 걷고 나야 마음이 편할 지경이었다. 걸을까 말까 고민할 때도 있지만 일단  부르면 움직여야겠다는 생각이 먼저다. 걸으면서 끄적이고 끄적이지 않으면 음악을 들으며 걷는다. 걸을 땐 고민하지 않는다. 고민할 것도 없다. 그냥 걸으면 되니까. 배가 부르면 걷는다. 소화를 시킨다. 굳이 걷지 않고 소식(小食)을 하면 될 것을 그게 또 안된다. 먹는 즐거움. 흰밥에 김치만 먹어도 맛있는 걸 어떡해. 살찌기 딱 좋은 조건이다.


걷기 동지 남편과 같이 걸어도 좋고 혼자 걸으면 더 좋고(?);;;


글쓰기는 남는다.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남는 결과다. 남기려고 애쓴다. 걷기는 현재. 걷는 순간이 좋다. 움직이는 자체가 좋으니까. 살아있으면 움직여야 마땅하다. 음악을 들으며 걸으면 더 생동감을 느낀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지만 걷기만큼 매일 쓰진 못한다. 아직 그 수준까지 득도하기란 다. 늘 당장 걸을 순 있어도 오늘 당장 하나의 글을 발행하기란 보통 애가 쓰이는 게 아니다. 막무가내로 발행을 강행할 수는 있겠지만 그건 아니다. 글쓰기, 걷기, 금주 이 세 가지가 요즘 나의 제일 화두이다. 태풍이 불거나 아프지 않는 한 날씨가 허락되는 날의 걷기는 지체하지 않는다.



글쓰기보다 기와 음주가 나랑 더 친하다. 걷기도 음주도 나에겐 둘 다 진심이다. 글쓰기는 이제 막 새로운 친구를 사귀듯 서로 알아가는 단계이다.(아직도) 글쓰기가 언제부터 나랑 친해지려고 슬금슬금 다가오는데 사실 나는 낯을 많이 가리는 편이다. 막 친하다가도 금세 멀어지는 느낌. 며칠 보지 않으면 이내 서먹해져 버린다.



그에 비해 중독성 강한 알코올은 나랑 떼려야 뗄 수 없는 떼고 싶은데 끝까지 질척거리는 존재다.(애증의 관계) 스스로도 알코올 중독 수준을 의심해 본다. 많이 마신다고 중독이 아니라 맛있는 음식을 보면 생각이 나고 자주 마신다면 중독이 아닐까. 사실 건강하게(?) 알코올섭취를 하기 위해 더 열심히 걷는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올해 초 50일간 금주를 한 적이 있다. 그래 나도 한다면 하는 사람인데. 짧지만 금주한 경험으로 다른 즐거움을 대신하고자 새로운 친구 글쓰기와 가까워져 보려고 노력 중이다. 이미 나랑 절친이 된 알코올은 좀처럼 나에게서 벗어나지 못한다. 그 마음먹기가 참. 이 글을 적는 이유도 잠시(?) 멀어져 보고자 기록으로 남겨본다. 여름의 뜨거운 더위를 캔맥만큼 위로해 준 아이가 있었던가. 아도 한몫하지만 그 결은 결코 다르다.



맥주 캔을 딸 때 딸칵거리는 소리. 첫 소주잔을 기울일 때 그 공공 울림은 언제 들어도 하루의 묵은 체중을 쓸어내리게 해 준다. 애주가라면 그 느낌 아니까. 그때그때의 분위기와 메뉴에 따라 주 자유자재로 바꿔준다.






나의 하루는 오전과 오후로 나뉜다. 아침만 해도 그래 오늘은 식단과 금주를 하겠어. 그리고 글 한편을 발행하고 운동을 하겠어!라고 마음속으로 당차게 포부를 밝힌다.  퇴근 후 바로 한 시간 걷고 집으로 가야지! 그리고 바쁜 오전을 보내고 그 마음이 서서히 잊히며 오후 5시가 될 무렵 슬며시 허기가 다가오자 저녁 메뉴가 생각난다. 저 퇴근하는 남편과 저녁메뉴를 상담한다. 박셰프의 매뉴얼에 따라 또 마음이 갈대처럼 흔들린다. 김치찌개나 삼겹살은 늘 나의 약점건드린다. 박셰프가 저녁 파업을 선언하여 치킨이라도 시킬 참이면 오늘은 치맥이라며 겸허히 받아들인다. 이래서 될 일인가 싶다가도 열심히 일한 자 좀 먹어도 된다라며 스스로 위안을 삼는다. 그새 걷고 식단 하려는 생각은 언제 그랬냐는 듯 사라지고  일단 저녁은 든든히 먹고 걷기로 한다.




'움직일수록 작은 성공이 일어난다' 

라는 말을 되새기며 쓰지 않는 날은 있어도 걷지 않는 날은 없도록 계속 움직인다. 걷기라도 하지 않으면 내 무너져 내릴 것만 같이 어느새 이미 내 삶 깊숙한 곳까지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이 글을 쓴다고 당장 금주를 선언할 수 없을 만큼 음주와 걷기 그리고 글쓰기 어느 한 부분도 놓칠 수가 없다. 래도 맥밍아웃(?)을 하고 나니 한편으론 속이 후련하다. 그리고 내일부터 다이어트라는 진부한 변명처럼 내일부터 금주 1일이라는 아무도 모르는 나도차도 의심되는 다짐을 해보려 한다. 진짜지...?? 최소한 일주일은 버틸수 있지 않을까? ^^;










사진 출처: 햇님이반짝 사진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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