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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Aug 01. 2023

퇴근한 남편의 말 말 말

잔소리 좀 들으면 어때


평일 목요일 휴무였다. 그래서 쉬었다.

오로지 쉼을 목적으로 한 휴무였다. 집안일(?) 잘 모르겠는데요. 설거지는 했다. 아침에 밀린 설거지를 하고 얼마나 뿌듯했는데. 손하나 델곳 없이 정리를 했다. 단 주방만. 청소기를 안 밀었을 뿐. 쓰레기를 안 버렸을 뿐. 이거뿐이겠냐만은.



 

그런 날이 있다. 적극적으로 손하나 까닥하기 싫은 날. 이런 날이 자주 들이닥치는 게 문제지만. 은연슬쩍 잘 피해 오다 이날 남편 레이더 망에 딱 걸려버렸다.



퇴근한 남편의 말 말 말

집에서 뭐 했냐는 둥 (글 올렸지요)

집구석왜 이러냐는..(그럴 수도 있지요;)

다음엔 똑바로 하라는 둥 (네..라는 대답만 남겼다. 평소엔 반말을 주고받는다) 한두 번들은  말이 아닌 듯 그렇게 자연스레 흘러 넘겼다. 머 치우면서 잔소리하니 나는 할 말이 없다. 이렇게 단단해져 간다.

잔소리는 좀 들을지언정 이런 날도 있는 거라며 꼭 이럴 때 유독 있는 그대로의 나를 잘 받아들인다. 알아서 뒷정리하는 남편의 투덜거림에 맞서지 않는다. 화만 돋울 뿐. 더 이상은 못 움직이겠다(뭐 했다고)



누가 보남편은 정말 살림살이 제대로 하는 줄.

맞다. 나보다 낫다. 음식도 나보다 잘한다. 인정할 건 해야지. 저녁 후의  설거지가 남아있었다. 궁시렁은 지만 남편이 설거지 마무리를 하고 있다. 대신 나의 귀가 간지러울 뿐. 참을 수 있다. 이 정도쯤이야. 몇 시간 남지 않은 나의 휴무를 만끽하련다.




맞벌이라면 결코 피해 갈 수 없는 집안일의 분담

그때그때 치우지 않으면 누군가는 손이 닿길 마련이다.우리 부부는 은연중 자연스레 각자 눈치코치로 맡은 일을 한다. 주로 음식은 남편 몫이다. 그래서 아주 당당히(?) 요구를 한다. 다 들어주진 않지만. 남편이 늦으면 자연스레 아이들 저녁은 내 몫이다. 퇴근 전부터 머리 쥐어뜯을 각이다. 저녁에  무엇을 먹을 것인지 고민거리 하나내려놓아도 마음의 짐을 조금 덜 수 있다. 이것만으로 충분하다. 남편이 나에게 해줄 수 있는 최선의 배려이다. 그 외에 이렇게 게으름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는 날엔 잔소리를 들어도 마땅(?)할 때가 있다. 원래 쉬는 날 귀차니즘병이 더욱 찾아오기 마련이다.




다음 남편 연차 써서 혼자 쉴 적에 안 치워놓기만 해 봐라. 언젠가는 그런 날도 있지 않을까. 잔소리 폭격 날려줄 테다. 










사진출처: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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