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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Nov 15. 2023

치킨에 맥주를 포기했다

금주 34일차


이주 전 저녁을 먹고 남편이랑 소화도 시킬 겸 동네를 거느리고 있었다. 어느 가게 옆을 지나는데 나의 눈과 마음을 유혹하는 문구가 적혀 있는 게 아닌가.


지나친 음주는 감사합니다



네?! 음주가 감사하다고요? 왠지모를 공식적으로 허락을 받는 것 같다. 음주가 감사한 그곳은 술을 파는 음식점 뿐이다. 혹한다. 현재 자체(잠시) 금주를 선언한 상황으로선 이런 문구가 참으로 곤욕스럽다. 예예 그럽 습죠. 지금 제가 들어가겠습니다라며 당장이라도 딸랑이는 출입구를 벌컥 박차고 들어가고 싶은 마음이다.



몇 발자국 가지 못하고 투명유리벽을 통해 안이 훤히 들여다 보이는 그곳에 또다시 발길이 멈칫했다. 잔만 보아도 머리 뒤끝까지 시원함이 전해진다. 냉동실에서 금방이라도 꺼낸 서리 낀 오백미리 잔에 넘칠 듯이 가득 채운 맥주. 깔 한번 곱다. 그 뒤로 집에서 치킨을 시켜도 맥주는 마시지 않았다.






수럴수 이럴 수가.

킨엔 맥주& 맥주엔 치킨

치맥페스티벌이 매년 해마다 운영되는 것만큼

일생일대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놓아버렸다. 순간 경악을 금치 못한다. 생각만 해도 허무하다.

무슨 부귀영화를 누리겠다며 그 소소한 기쁨마저 놓아버리다니. 가질 수 없다 생각하니 더 갈망하게 된다. 마음만 먹으면 지금 당장이라도 먹을 수는 지만 현재 그 마음을 먹지 않고 있다. 가질 수 없는 것이 아니라 정말 내가 무얼 원하는지 차근히 바라보는 기간을 잠시 가져보려 한다. 내가 생각한 그 어디까지 실행할 수 있나 스스로가 궁금해졌다. 내가 나를 믿지 못하는 상황에서 그 보다 더 원하는 게 있다면 이어갈 수 있을까라는 의심이 들었다.






치킨에 맥주를 포기했다. 치맥 한번 못먹었다고 아니 요즘 피맥이며 소맥이며 근처도 얼씬하지 않았다. 나라 잃은 심정이지만 그 보다 중요한 나를 구해보려 한다. 내 마음하나 다스리지 못하는데 누군가의 말 한마디에 쥐락펴락 하는 상황이 온다면 곧바로 무너져 내릴 것만 같았다.



날이면 날마다 올 수도 있는 그날이지만 스스로가 거부하고 있다. 이런 날도 오는구나. 현재 계획상은 올해까지다.(흐흐 얼마 안 남았다) 이마저도 소박한 계획이지만 주당들은 안다. 결코 소박하지 않다는 것을.

얼토당토 하지 않게 앞으로 절대 금주라고는 하지 못한다. 오늘을 참아냄으로써 2024년 1월 1일이 되는 순간까지 어떤 마음으로 유지하게 될지 모르겠다. 일단 지킬 수 있는 선까지 내질렀다.  짧고 굵은 계획만큼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



과거사진..괜히 올렸나보다. 고통스럽다..ㅠ0ㅠ 이마저도 훈련이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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