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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Nov 23. 2023

나만의 공간이 있었다


원래 나만의 공간이 있었다. 이사오기 전까지만 해도 무늬만 아이방이었던 둘째의 작디작은 방을 나만의 공간으로 사용다. 그땐 둘째도 저학년이었고 잠도 큰방에서 같이 잤다. 아이들의 모든 활동이 거실에서 이루어졌었다. 올봄에 이사를 한 후 거실은 예전보다 작아졌지만 아이들 방은 부족함이 없다. 각자의 침대와 책상 옷장까지 갖추었다. 이젠 숙제든 독서든(안 해서 문제지) 모든 걸 본인방에서 해결할 수 있다.(부럽다) 



문제는 내 개인 공간이 없어진 거다. 현재 거실에 있는 6인용 테이블을 나의 책상으로 사용하고 있다. 낮고 탄탄한 원목 책장도 마련했다. 당장 꺼내볼 수 있는 책들과 수첩, 메모지, 연필꽃이등 아기자기한 소품들을 애지중지 곁에 두다. 개인노트북까지 떡하니 앞에 올려져 있다. 누가 봐도 내 책상이거늘 안타깝게도 모두의 자리이기도 하다.



거실이랑 주방의 경계선이 뚜렷하지 않아 밥만 먹는 식탁을 두기엔 자리가 좁다. 식탁을 두면 통로가 막힌다. 그래서 거실창가옆 6인테이블에서 밥도 먹고 티브이도 보는 다용도공간이 되었다. 아이들은 각자의 방이 있지만 이곳에서 숙제도 하고 그림도 그린다. 내가 앉아있으면 무엇이든 들고 나와 같은 테이블에 착석한다. 그렇다고 바로바로 치우는 것도 아니다 보니 내 책상? 아니 만능책상은 늘 물건들이 놓여있다. 거기다 저녁에 앉으려고 하면 가끔 남편이 내 자리를 떡하니 차지하고 있다. 암묵적인 눈빛을 아대면 스리슬쩍 비켜나기도 한다.






평일은 웬만하면 티브이 시청을 줄이고 한가한 주말만큼은 가족들과 예능프로그램을 즐긴다. 그중 런닝맨을 필수로 보았지만 지금은 애착 있게 챙겨보진 않는다.(사실 맥주 한잔 하며 시청하는 게 낙이었다. 금주하면서 자연스레 안 보게 된 건지) 거실에서 옹기종기 모여 앉아 티브이 시청을 할 동안 내 자리는 있지만 없다. 티브이를 틀어놓고 무얼 하기엔 도저히 집중을 할 수 없다. 티브이 보다 중요한 나의 공간을 찾는다. 블루투스키보드와 휴대폰거치대, 책과 노트, 펜시용품을 주섬 주섬 챙긴 후 큰방으로 들어온다. 큰방은 임시장소다. 좌식책상 하나로 그나마 나만의 공간을 확보한다.



아무도 없는 평일 낮시간을 갈망한다. 큰방보다는 거실의 햇살이 더 포근하다. 그래서 이 자리를 더 포기할 수 없다. 거실창가에 들어오는 햇살에 기대어 앉아있는 시간이 너무나 소중하다. 그래서 평일 휴무가 더욱 기다려진다.






결국은 고 돌아 새벽기상만이 답인가. 나만의 시간과 장소는 원하면서 정작 몸이 말을 안 듣는다. 새벽 6시만 되면 누가 나를 누르고 있는 것 같다. 누가 봐도 답은 내가 가장 잘 알고 있다. 생각만 하고 움직이지 않는 한 결국은 쳇바퀴처럼 제자리일 뿐이다. 원하면서 징징거리기만 한다.



글쓰기 줌수업이 있는 날. 거실에서 실내자전거를 타고 있는 남편을 피해 다시 큰방으로 노트북을 옮긴다. 오늘도 큰방과 거실을 오가며 나만의 공간을 찾아다닌다. 이제는 좀 정착하고 싶다가도 그 간절한 마음이 닿는다면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어디서든 글쓰기를 이어나갈 수 있길 바란다.




여러분은
나만의 공간과 시간을 온전히
잘 활용하고 계신가요?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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