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17일 오늘은 내 생일이다. 생일 뭐 별거있나.어릴 때야 멋모르고 그저 생일날만 기다렸다. 선물 받는 낙이라도 있었지한 살씩 먹을수록큰 의미는부여하지 않았다. 그냥 생일이구나가 다다.다행히 큰 물욕은 없어 받고 싶은선물도 딱히 없다(현금이 최고다. 나이 든 증거인가)
이 맘 때쯤이면생각나는 이가 있으니들기싫은 철이 아주 조금은 들었나 보다. 딸둘을 낳아보니 태어난 아이도 용을 썼지만내가 더 아팠고내가 더 고생했다. 42년 전 이 세상에 나를 있게 해 준 우리 엄마 그리고 아빠에게도감사하다.(세상 무뚝뚝한 딸인지라 말로 전달하기가 오늘의 미션이다)
작년도 재작년에도 생일당일날 친정에 가서 저녁을 먹었다. 그래서 올해도 그렇게 하리라 마음먹었다. 생일이 뭣이 중헌디. 그냥 가족끼리 밥 한 끼 먹고 남편에게도 케이크는 사지 마라며 신신당부를 했다. 대신에 현금을 내놓으라며 대놓고 통보를 때렸다. 낭만은 잠시 현금은 영원하리라는 영혼 빠진 생각이 잠시 스쳤다.
요즘 내 머릿속은 온통 무얼 적을까로 꽉꽉 채워져 있어 날짜 가는 것도 금방이다. 어제저녁큰방에서 혼자 글을 끄적이고 있는데 남편이 내일 엄마가 며느리 먹고 싶은 거 있으면 다 해주러 온다고 한다. 동의를 구하는 건지 확답을 받는 건지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며 알겠다고 했다. 말하지 않고 그냥 오셔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만큼 개의치 않는다. 그러고 한 시간 뒤 불현듯 생각났다. 아맞다. 나 내일 생일이지?! 엄마집 가기로 했는데?! 이미 시어머니는 오시기로 했고 다시 번복할 수 없었다. (우리 엄마를 불러야겠다. 오실라나주말에 보면 되긴 하지만..)
그 어떤 날보다 오늘을 기다렸다. 생일을 기다린 게 아니다. 브런치에 입성하게 해 주신 슬기로운 초등생활 이은경작가님의 줌강의가 있는 날이다. 근 1년 만이라 또다시 그때의 설렘이 되살아난다. 그리고 브런치를 시작하기 전부터 함께한 얘들아 1기 작가님들과도 공식적인(?) 첫대면이기도하다. 초반 수업을 들을 때만 해도 오로지 작가합격에만 몰두하여 그땐 누가 누군지도 알 수 없었다. 오늘에야 여유 있게 한 분 한 분 눈도장 찍을 수있는 날이 되었다.(곧 만나요♡)생일날 이런 우연이, 필연이 된만남이라 더욱 의미가 있다.
태어난 날을 기념하는 날. 생일. 매일 눈을 뜰 때마다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를 시작한다면 이런 날도 굳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아도 되겠다. 매일을 다시 태어난다는 마음으로 살고 싶다. 이 글을 마무리하며 적당한 사진을 고르는데 왠지 모르게 뭉클해졌다. 한 편의 글을 쓰는 동안 스스로에게 주는 생일이벤트가 되었다. 내가 이 세상에 존재하는 이유는 분명히 있을 거라며 브런치라는이곳에서 그 의미를 함께 찾으려 한다. 매일에 작은 이벤트를 열 수 있는 건 나뿐이다. 별거 없던 생일 날도 나만 느낄 수 있는 의미를 부여하니 특별한 날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