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휴무일 날큰아이의 개학소식에 입꼬리가 나댄다. 아직 초딩이가 있어 둘이 바통터치 하듯 한 명 나가니 한 명이 들어온다. 혼자 있고 싶던 찰나웬일로 전천당이 보고 싶다며 책을 빌려달라는 중딩이.(본인도 혼자 있고 싶었나?) 얼마만의 독서 의사를 밝힌 건지오히려 감사해야 할 판이다.알겠다며 굳이반납일도 아닌데 기어이엉덩이를 들석였다.
도서관에서 나오는 길 남편의 퇴근이 늦는다는 통보를 받았다. 갑자기 저녁이라는 큰 숙제가 들이닥쳤다. 오늘은 떡갈비라며 너를 마음속에 품고시장에들렀다. 한발 늦었다. 가게앞을 마주하니 몇 개 남을 것 같던 떡갈비마저 앞사람이 싹 쓸어 담아버렸다. 좀 일찍 나올걸. 미련 가득했지만 이내 등을 돌렸다. 떡갈비 대신에 산 훈제 닭다리가은혜 갚은 닭다리(?)가 될지도 모른 체.
집에 도착하니 시어머님이 와 계신 게 아닌가?! 두둥!!우리 집엔 온다 간다 말씀 없으신 언제 출몰할지 모를 시어머니가 오신다. 다른 집과 달리 일반적이지않은 이 점이 나는 별 대수롭지가 않다. 오히려 더 반가울 때가 있다. 오늘이 그날이다.
이 와중에 급하게 저녁 준비랄 것도 없다. 내가 준비한 건 닭다리 3개를만원 주고 사 온 게 다 다. 생각했던 저녁메뉴는 더 있었다. 달걀묻혀 애호박 굽기,햄에 계란묻혀 굽기(그냥 다 계란에 굽기다)오늘 이렇게 먹을 거였어요라고 말했다. 어머니는내가 구워줄게라고 하시며 누구보다 더 빠른 손놀림으로 일사천리준비해 주셨다.그리고 이때다 싶어
"어머니, 노각오이가 있는데 진짜 오늘내일하고 있어요. 얼른 무쳐주세요." 하하^^;
"아이고 그럴 거면 집에 두 개 더 있는데 들고올걸" 하며 아쉬워하신다. 이걸로도 충분합니다.
이외에도 어머니에게 반찬은 날것 아닌 완제품으로 해주세요라는 당당한 말을 할 수 있어 부담이 없다. 시엄니께서 내가 한 말에 혹여나 섭섭해하실까 남편이얘기하길00은친정이나 시댁이나 똑같이 대한다며 어머니를 안심(?)시켰다. 친구들 초대하기 며칠 전부터 청소는 해도 언제 오실지 모를 어머니를 대비하는 청소는 하지 못한다.할 말하는 내가 있으니 그러지 않고선 같이 살지 않는 이상 우리네 집을 놀이공원의 프리패스권처럼 들락날락하시는 시엄뉘를 편하게 대하진 못했을 것이다.
어머니는 우리 집에 오셔서 엉덩이 한번 붙일 겨를 없이 분주했다. 그 외에 오늘 갓담은겉절이 같은김치며 마른반찬의 최고봉인오징어진미채랑 어제 따온 싱싱한고추까지 바리바리 준비해 오셨다.그 덕분에 순식간에 저녁밥상이 푸짐해졌다. 얼마나 감사한지.
그리고우리먹을 저녁거리 다 만들어주시고는 집에 가서 드신다는 어머니. 이렇게 많이 준비해 주시고 왜 집에 가서 드시냐며 붙잡아둔다. 치과치료를 한지 얼마되지 않았는데 딱딱한 음식 먹기가 불편하단다. 닭다리 살을 발라내고 있던 첫째가 할머니 입에 한 조각 넣어드렸더니 이건 부드럽네 하시며 잘 드셨다. 이내 받기만 했던 마음에 뭐라도 드릴 수 있어 탁월한 메뉴선택을했다는 거에괜히 더 뿌듯하다. 앞사람이 떡갈비를 다 사간 것이 신의 한 수(?)였다. 아이들도 맛있다며 눈을 더 크게 떴다(내가 만든 것에 이렇게 큰 호응이 있었던가)
더 잘해드려야 한다.반찬을 떠나 아니 한 몫하는 건 기정사실이지만. 어머니의 그 마음 씀씀이 하나하나는 절대 따라가지 못한다. 나는 아들도 없고 며느리도 없어 그 마음을 다 헤아리지는 못한다. 사위보다 더 어려운 게 며느리이거늘(우리 엄만 3명의 사위가 더 어렵겠지?)더도 말도 덜도 말고 애써 부담가지며 잘해드리지는 못한다. 내가 해 드릴 수 있는 건 그저 말한마디 더 예쁘게 해 드리며 우리네 잘 사는 모습 보여드리는 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일 거다. 그러니 더 편하게 드나드시는 거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