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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Dec 03. 2023

친정 김장에 시어머니가 오셨다


우리 집은 매년 큰 형부가 직접 키운 배추로 김장을 한다. 삼 년 전까지만 해도 가족들이(부모님, 작은언니네, 우리) 산에 바람도 쇨 겸 내려갔다가 이 년 전부터 언니네가 움직이기로 했다. 올해도 어김없이 형부 배추를 싣고 오셨다.  그 시간 남편도 큰 형님이 도착했다는 전화를 받고 가려던 차 마침 시어머님이 우리 집에 다가 친정에 간다는 얘기를 듣고 함께 가자고 하였단다. 남편은 노파심에 낄끼빠빠라는 말을 풀이해서 이야기하였어머니는 개의치 않으셨다. 그리고 바로 친정엄마에게 간다며 직접 전화를 하셨단다. (빠르다. 이 모든 상황이 끝난 다음 전해 들었다. 난 근무 중이었으니까. 사실 이 이야기를 전해 듣자마자 걱정보다 나이스 글감이다가 먼저 떠올랐다) 통보 없이 오는 우리 집보다는 선 연락은 드렸으니 다행이지 않은가.



저녁 무렵 정에 도착하니 아니나 다를까 시어머니가 와계셨고 이미 저녁도 다 드셨다고 한다. 며느리 없는 며느리 친정에 시어머니가 계신다. 중요한 건 이날은 김장하는 날도 아니었다. 배추를 절여놓은 후 다음날 김장을 하기로 했다. 울산언니가 오는 날은 다 같이 모여 저녁을 먹는다. 시어머니까지 포함해 가볍게 모인 우리 가족은 13명이었다. 조카 3명이 빠진 인원이었다. 형부들과 남편은 술잔을 기울이고 우리도 이야기꽃을 피웠다. 금주를 하는 바람에 함께 잔을 부딪힐 순 없었다.



이날 조카가 운전을 하여 시어머니도 편히 집에 모셔다 드릴 수 있었다. 시어머니는 본격적인 김장을 위하여 내일도 흔쾌히(?) 오시기로 하였다.


"어머니 내일 봬요"






시어머님이 자연스레 친정까지 방문하신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친정이 이사를 한 후 집들이에도 오셨고 둘째가 두 살 무렵 처음으로 정식구들시어머 함께 제주도로 여름휴 다녀왔다. 그때 인원 16명. 그 이후로도 두 번 더 제주도를 다녀왔다. 로 계신 어머님을 같이 모실 수 있어 다행이었다.



현재 집으로 이사오기 전부터 친정엄마는 우리 집으로 출근을 했다.(일 년 넘게 함께 살기도 했다) 그때 시어머니도 우리 집으로 자주 오셨다. 그때마다 두 분은 만나서 무슨 이야기를 그렇게 하시는지 나도 모르는 친정이야기를 시어머니는 알고 계셨다. 띠동갑인 사돈은 전화를 하는 사이가 되었다. 우리가 이사를 오고 난 후부터는 시어머니도 봉더 열심히 다니시며 두 분은 자주 보지 못하였다. 그래서 이번 김장에 시어머니는 더욱이나 친정엄마를 보고 싶어 하셨나 보다.





다음날 일요일 오전. 둘째 형부차로 어머니를 모시고 다시 친정으로 갔다. 정 김장에 시어머니가 오셨다. 이제는 머 그렇게 놀랄 노자도 아니다. 김장날은 처음이지만 처음이 아닌 것 같은 자연스러움. 우리 시엄마이고 우리 친정이기에 가능한 일인 것 같다.

급할 필요도 없고 아침부터 챙겨 먹고 커피도 한잔 하며 슬슬 김장할 준비를 했다. 친정엄마와 이모, 첫째 언니, 둘째 언니, 그리고 시어머니까지 고무장갑을 장착하고 배추와의 사투가 시작되었다. 이날 필자는 김장을 하지 않았다는 반전과 함께.



남편은 수육을 준비하고 시어머니는 김장을 하였다. 머님은 평소 봉사활동을 다니시며  모르는 사람 김장도 몇천 포기하는데 사돈네 김장도 못 도와주냐며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셨다. 좋은 마음으로 도와주시다 혹여나 힘은 들지 않으실까 괜스레 신경은 쓰였지만 주말 내내 적적하게 보내시느니 같이 보내는 것도 나쁘진 않았다. 사실 싫고 좋고를 떠나 그냥 그런가 보다는 마음이 앞섰다. 어머님이 좋으면 좋은 거다.



그렇게 시어머니친정대가족 김장을 도와주시고 점심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다. 혼자 많이 드시지도 않으신다며 김치도 먹을 만큼만 담으셨다. 고생하신 어머님을 집으로 모셔다 드리며 나보다 친언니가 더 감사함을 전하였다. 왠지 내년 김장도 함께 할 것 같은 그런 느낌적인 느낌이 와닿는다.



여기 있는 통이 다가아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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