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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Nov 20. 2023

퇴사의 꿈을 꾸었다


점심시간 잠시 집엘 들렸다. 아침에 깜박하고 두고 온 텀블러를 챙기기 위해서였다. 직장은 집에서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라 아주 가끔 들리곤 한다. 또 잊어버리지 않게 현관문 앞에 텀블러를 놔두었다. 급하게 돌아가기 전 잠시 숨을 돌리기로 한다. 한낮의 햇살을 한껏 머금은 거실 테이블에 앉았다. 따스하고 느슨한 햇살이 뒤에서 비춰주는데 지금 이대로 시간이 멈추었으면 했다. 순간 장을 그만두고 싶다는 마음이 불현듯 찾아왔다. 이때뿐이겠냐만은.



월요일부터 이 시간에 집에 있기란 상상도 할 수 없다. 당장 내일부터 출근을 하지 않는 퇴사의 꿈을 잠시 꾸었다. 꿈만 같다. 집에 있었다저기 바닥에 널브러져 있는 양말도 갤 것이며 아침에 먹고 치우지 못한 그릇들도 당장 설거지할 것만 같았다.

이 금쪽같은 시간을 집 정리만하다 보내고 싶진 않았다. 적극적으로 아무것도 손대기 싫었다. 20분 뒤 점심을 먹으러 가기 전 잠시나마 블루투스 보드에 손을 대어 본다. 숨 막히게 고요한 현재가 직장으로 돌아가기 싫을 만큼 달콤했다. 정신 차려라. 지금은 럴 때가 아니다.






오늘 아침 유독 기상하기가 더욱 힘들었다.(제는 안 그랬냐만은) 겨울이라 그럴 거야. 월요일이라 그럴 거야. 이불속을 파고들 온갖 핑곗거리를 찾았다. 알람은 10분 뒤로 다시 재설정하고 울리면 또다시 마지막 5분까지도 연장한다. 이럴 때마다 매번 혼자만의 내적갈등이 일어난다. 렇다고 출근할 곳이 없다한들 기상시간이 자유로울 것 같지도 않다. 막상 출근하면 그 증상은 언제 그랬냐는 듯이 완화된다. 아침기상이 늘 고비다. 리고 내 시간을 더 많이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자연스레 퇴사의 문을 두드린다.


 

사직서 함부로 내지 마라.


회사 생활 힘들었다. 그런데, 나와서 보니까 다들 그 정도는 견디고 있더라. 더럽고 치사한 일도 격고, 억울하고 분한 일도 당하고, 그러면서도 안정적으로 돈 벌어야 한다며 가슴 꾹꾹 눌러가며 살아내고 있는 사람들.

자신의 일을 하면서 돈과 시간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면 더 바랄 게 없을 거다. 하지만, 세상에 쉽게 얻을 수 있는 것도 하나도 없다는 사실도 함께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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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히 준비하고 계획해야 한다. 세상은 만만치 않다. 다른 사람의 인생에 자신의 삶을 끼워 맞추지 말고, 개성과 강점을 찾아 지혜롭게 설계해야 넘어져도 덜 아프다. 사회는 말랑하지 않다. 사직서 함부로 던지지 말았으면 좋겠다.


<일상과 문장 사이>_이은대



마침 사직서에 대한 글을 보게 되었다. 네, 암요 그래야지요. 잘 참아보겠습니다.


직장만 믿고 늘 그 자리에 눌러앉는 것도 문제지만 준비 없이 내지르는 직장 밖은 더 위험하다. 매일 같이 글을 써야 하는 이유도 더 빠른 퇴직을 위한 나만의 큰 그림일지도 모르겠다.



이곳을 빠져나가기 위해 더 악착같이 써라



나의 메모장에 적힌 문구다. 어디서 보고 적은 지 출처는 알 수 없다. 그날을(?) 위해 지금 해야 할 일은 악착같이 쓰는 일 밖에 없다. 만 힘든 거 아니다. 다들 같은 생각일 거다. 당장 이렇다 할 계획은 없으니 아직까지는 한 달에 한번 돌아오는 일시적 금융치료로 마음을 다 잡아본다.








아... 그러거나 말거나 지금은 진짜 진심으로 일어나기 싫다. 월요일 점심은 주로 해장국이니 일어나야 하는데... 당장 먹고살아야 하는 문제로 세상 무거운 엉덩이를 일으켜 세운다. 오늘따라 우리 집으로 들어오는 다정한 햇살이 얄밉게 느껴지는 오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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