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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Jan 04. 2024

20도여서 행복합니다

집안에서 숨을 쉬는데 입김이 나지 않는다.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첫째가 6개월이 되었을 때 나와 열 살 차이인 둘째 언니가 사는 주택 2층으로 이사를 했다. 다음 해 11월에 둘째가 태어났다. 우리 아이들은 처음부터 외풍이 심한 곳에서 자랐다. 2층엔 원래 언니가 살았고 1층엔 언니의 시부모님이 살았는데 두 분 다 돌아가시고 나서는 인테리어를 했고 언니는 1층, 2층엔 우리가 들어오게 되었다. 이때만 해도 남편의 퇴근도 늦을 때라 오로지 독박육아의 시절이었다. 누군가에게 의지하고 싶었다. 언니도 일을 하러 갔지만 가까이 있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놓였다. 그곳에서 만 7년을 살게 될지도 모른 체 언니집에 들어가지 않는다면 오지도 않은 우울증이 올 거라며 협박(?)을 했다. 그래서 우울증 대신 여름엔 더위를 겨울엔 추위를 얻었다. 사람이 더 그리웠던 때여서 다른 건 생각할 겨를 조차 없었다.



창문에 2중 새시와 단열재를 넣었지만 오래된 주택의 외풍만은 막을 수 없었다. 아이들의 손과 발은 얼음장이었지만 늘 해맑게 뛰어다니기 바빴다. 매번 수면양말을 신겨놓으면 어느새 미끄럽다고 벗어던지기 일쑤였다. 한창 뛰어놀아야 할 아이들에게 뛰지 마라 소리 한번 내지른 적 없이 키웠다. 소리에 민감하지 않은 언니와 형부덕에 층간소음이란 것도 모르고 살았다. 단지 좀 많이 추웠을 뿐. 그래도 좋았다. 원래 아이들은 시원하게 키워야 한다고 했다. 그 시원함을 넘어 난방텐트와 욕실 온풍기, 현관 바람막이 없이는 겨울을 나기 힘들었다. 난방텐트는 아이들의 잠자리에 한층 더 아늑함과 캠핑역할까지 톡톡히 해주었다. 펴기만 하면 안에서 뒹굴고 난리도 아니었다. 춥지만 행복했다. 지금 우리 집 기온을 보면 그때가 더욱 생각이 난다. 그렇게 추웠던 곳에서도 살았는데 하면서 또 그리워한다. 억이 많은 곳이다.



그렇게 일층과 이층을 분주하게 다니다가 7년 뒤 꼭대기 층으로 분가를 하게 되었다. 주택생활을 청산한 뒤 아파트에서 겨울을 보내며 입김이 나지 않는 것만으로 감사했지만 배로 넓어진 거실로 인해 난방을 마구 틀 수는 없었다. 이때도 수면양말과 겉옷은 필수였다. 그리고 4년 뒤 지금의 아담한 보금자리로 옮기게 되었다.






현재 우리 집 기온설정은 20도다. 영하로 내려간 어느 날 거실의 서늘함을 느꼈다. 입김 나오던 시절은 까맣게 잊은 채 그새 춥다고 호들갑이다. 현재 사는 집 온도에 익숙해져 버린 남편과 나는 조심스레 22도로 올려본다. 어느새 집 기온이 24도가 된 것이 아닌가. 큰아이는 얼굴이 발그스레 피어올랐고 나도 순간 덥고 답답한 공기에 적응이 되지 않았다. 얼른 20도로 다시 내렸다. 한겨울에 집 안 온도가 24도를 맞아보는 게 결혼하고 15년 만이다. 온기를 넘어 더운 열기에 아주 배가 부른 느낌이다.



작은 거실을 원망할게 아니라 조금만 온도를 올려도 금방 따뜻해지는 공간이 있어 마음이 풍족해진다. 다른 집은 이런 온도에 너무나 익숙할 것 같다. 5년 전 언니 집에서 분가를 하기 위해 집을 보러 갔다. 따뜻함을 강조하기 위해서인지 난방을 얼마나 빵빵하게 틀어놓았길래 집주인이 반팔을 입고 있었다. 솔직히 놀랬다. 현실은 내가 이사를 하고 나서는 그렇게 틀지 못했다. 그 덕에 난방비는 절약했지만 정말 따뜻한 생활은 하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이 더 특별한 이유이기도 하다. 이런 별거 아닌 순간도 감사한지 모르고 당연하게 받아들일까 봐 주택에 살던 그때를 자꾸 떠오르게 된다. 이게 뭐라고 복에 겹게 느껴진다.



위에 떨지 않는 것. 몸과 마음이 따뜻한 집 이보다 더 바랄 게 있을까. 그때 그 시절이 있기에 지금이 정말 감사한 때라는 것을 안다. 잊지 말자. 당연하다는 생각을 하는 순간 이런 소소한 기쁨도 멀리 달아나버린다는 것을. 20도여서 행복하다. 밤이 되면 22도를 유지다. 잘 때 반팔을 입는 호사스러움은 덤이다.



아침 환기후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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