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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Jan 05. 2024

라면 국물을 버렸다


목요일쉬는 날. 둘째는 다음 주부터 방학이고 첫째는 방학 중 수업신청한 게 있어 학교에 갔다. 이때다 싶어 빛의 속도로 라면을 끓인다. 아점으로 간단하게 먹는 만고 편한 날이다. 원래 라면을 좋아한다. 간편하고 배부르고 가장 중요한 맛있으니까. 안성탕면을 먹을까 신라면을 먹을까 고민했다. 지난주에 안성탕면을 먹어서 이번에는 신라면을 끓이기로 했다. 예전에는 신라면을 자주 사다 놓았는데 둘째도 매운걸 잘 못 먹어서 어느 순간 손이 가지 않았다. 이것도 첫째가 김밥이랑 같이 먹으려고 사다 놓은 신라면이었다.






역시나 매콤하다. 먹다 보니 자꾸 콧물이 나온다. 라면을 다 먹을 때까지 휴지와 절친이 되었다. 밥도 안 말아먹었다. 배가 안 부르다. 다이어트하는 것도 아닌데 나도 모르게 라면국물을 그대로 싱크대에 버렸다. 이렇게 까지 매운걸 못 먹었나 싶은 생각에 급 기분이 묘해졌다. 아차 사진이라도 찍어둘걸 글 적어야 되는데라며 불현듯 스쳤다. 이런 생각하는 내 모습은 좀 흡족하네. 그저 라면하나 끓여 먹었을 뿐인데 별생각이 든다.



이 정도 매운 수준이 이제 내 몸에서 안 받는구나. 국물 먹어봐야 좋을 거 하나도 없는데 잘 버렸다 싶으면서도 내심 서글프다. 매운 국물을 못 받아들이는 나 자신이 안 돼 보이기까지 한다. 원래 매운걸 못 먹거나 싫어했다면 이런 생각조차 들지 않았을 거다. 분명 좋아했는데  내 의지와 상관없이 못 먹게 된다는 생각이 괜스레 어깨가 쳐진다. 생각할수록 정말 좋아했는지 조차 의문이 든다. 기억력마저 가물해진다. 글을 쓰지 않았다면 이마저도 별 대수롭지 않게 여겼을 거다. 어련히 매웠으니 안 먹은 거겠지 하며 넘겼을 일이다. 그러고 보니 난 신라면보다 열라면을 더 좋아했다. 이건 확실한데 근래 먹지 않은 걸 보면 이제 매운음식을 몸이 알아서 거리를 두는것 같다.






라면을 먹었는데도 배가 안 불러서 허전한 건지 매운걸 못 받아들이는 내 몸 때문에 속상해진 건지 좀 헷갈린다. 원래 라면은 밥을 말아먹어 배가 남산만 해지고 남은 국물까지 들이켜야 숟가락을 놓았다.  아무렴 어떨까, 배가 안 부르면 커피와 간식을 먹으면 되고 매운걸 못 받아들인다면 덜 자극적으로 먹게 되어 다행이다 여기면 된다. 대수롭지 않은 건 굳이 심각하게 받아들여 나를 괴롭히지 말자. 오늘은 글을 써야 하니 조금 더 파고들었을 뿐 별거 아니니 그냥 넘긴다. 별거가 별거 아닌 걸로 생각할 때 가장 마음이 편해진다. 맛있었음 됐다.


역시 라면은 보면 볼수록 또 먹고 싶어진다.








사진출처: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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