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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Mar 24. 2024

독서모임을 준비하는데 화가 난 이유


책 읽기 싫어서 밖으로 뛰쳐나왔다. 독서모임에 선정한 도서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기차 타고 가는 길 창밖풍경 구경하듯 글씨가 빠르게 지나친다.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는데 자세히 읽어도 기름과 물이 하나가 되지 않듯 흡수되지 않는다. 뭐가 문제인지. 분명 40주 연속 베스트셀러라는데 나에게까지 베스트는 아니었다. 감히? 책탓을 해보지만 나에게 문제가 있음을 안다. 평소 미술과 관련 없는 삶을 산다. 이 책을 내 것으로 만들 이해력이 풍부했다면 벌써 뭐든 써내었을 것 같다.




책을 읽다 집중이 안되니 휴대폰으로 자꾸 눈길이 간다. 역시 나의 탈출구는 브런치다. 속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내가 읽고 싶은  직접 찾아 읽는 게 좋다. 독서모임에서 선정해 주는 책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내가 고르지 않아서일까? 관심분야가 아니기에 더 와닿지 않았다. 책을 읽다가 그나마 관심이 가는 문장을 필사하고 느낀 점을 적어보았다. 어떡해서든 친해보려고 노력 중이다. 독서모임에 참여하지 않았다면 절대 내 손으로 사보지 않을 책이다. 대여해서 보고 싶었지만 예약까지 꽉 차있었기에 어쩔 수 없이 구매를 하였다.


 줌으로 하는 모임시간은 다가오고 마음은 조급해졌다. 소모임에서 보통 6명의 참여자가 돌아가며 인상 깊은 구절을 공유한다. 도저히 안되어 블로그를 통해 전체적인 내용을 대략 훑어본 후 다시 들여다보니 조금은 이해되기도 했다. 미술 작품에 대한 이해보다 뒤로 갈수록 저자도 육아를 하며 고군분투하는 장면이 누구나 아이를 기르며 겪는 일들이라 더 와닿았다.




그 책은 바로 유명하다는 <나는 메트로폴리탄 미술관의 경비원입니다>라는 책이다. 소설 같은 실화이다. 미술에 관심 있고 작가가 어떤 방법으로 고통을 치유받았는지 궁금하다면 많은 도움이 될 도서다. 어렵게 읽은 만큼 잠깐 소개해보려 한다.



암으로 투병하던 친형이 세상을 떠나는 비극을 겪는다. 이를 계기로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것 같은 지독한 무기력감에 빠진 끝에,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공간에서 가장 단순한 일을 하며 스스로를 놓아두기로 마음먹는다.
가족의 죽음으로 고통 속에 웅크리고 있던 한 남자가, 미술관에서 10년이라는 시간을 보내며 슬픔을 극복하고 다시 세상으로 나아갈 용기를 얻는 여정을 그려냈다.


269p 메트에서 일하기 시작한 후 첫 몇 달을 돌이켜보면 내가 한때 날이면 날마다 말없이 뭔가를 지켜보기만 하는 상태를 그토록 오래 유지할 수 있었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아마 그것은 커다란 슬픔이 가진 힘을 잘 보여주는 사례일 것이다. 마다 수많은 밀고 당기기를 해야 하는 요즘 같아서는 그렇게 뭔가에 집중해서 사는 삶을 상상하기가 힘들다. 이제는 더 이상 처음 미술관에서 일을 시작했을 때처럼 단순한 목표만 바라보지 않는다. 대신 살아나가야 할 삶이 있다.


누구나 큰 시련을 맞닥뜨리게 되면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순간이 다. 책의 저자가 경험했던 살아나가야 할 삶을 지금처럼 독서하글쓰며 나만의 방법으로 찾아나가야겠다. 미술작품을 오랫동안 볼 수 있는 것보다 아픔을 극복하는 방법을 발견한 것이 더 부러웠다. 미술관에 일한다고 누구나 다 예술작품에 푹 빠져들지는 않을 것이다. 저자는 10년 동안 한 곳에서 도를 닦는 마음으로 머물러있었기에 미술 작품에 대한 가이드역할을 할 수 있는 내공이 쌓이지 않았나 싶다. 미술관에 온 이유도 아픔을 치유하기 위해 온 목적이 있다. 나에게 집중할 수 있는 무언가에 10년이란 세월을 아붓는다면 패트릭 브링리작가처럼 나를 위해 또는 누군가를 위해 치유하는 글쓰기로 써지기를 기대해 본다.  




다행히 나만 어려웠던 책은 아니었나 보다. 이 책을 소개한 작가님도 술술 읽히지 않았다는 점에 위안을 받았다. 하나의 책을 함께 읽었더니 다양한 의견들을 들으며 돌아보게 되는 계기도 었다.

독서모임이 끝나면 뒤도 안 돌아보고 덮으려 했다. 브런치에 글을 올리려니 마음이 편안해지면서? 한번 더 눈이 가게 되었다. 독서모임을 준비하며 화가 났던 이유가 미술에 문외한 점도 있었지만 이틀 동안 브런치에 집중하지 못해서 일까라는 생각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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