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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Mar 28. 2024

운동만 하면 안 되는 이유


복통 이유를 검색하니 복부초음파 내시경 담낭 등이 줄줄이 연이어 나온다. 검색할수록 두려움만 쌓인다.




화요일 아침 일곱 시 첫째 아침을 주고 화장실을 다녀온 후 엎드려서 폰을 보았다. 배가 아리한 것이 점점 퍼지는 듯하다. 엎드려있는 게 불편했다. 활동하는 데는 지장이 없어 출근하였다. 혹시나 싶어 급한 대로 실장님에게 말한 후 한의원에 달여놓은 위장약을 마셨다. 바닥 밀대질을 하는데 알싸함이 점점 진해진다. 원장님이 오시기 전 잠시 누워보려는데 배가 아파 똑바로 눕지도 못하겠다. 배를 움켜쥐고 의자에 앉아 마이크로의 열기로 잠시 속을 달래 보려 해도 가라앉지 않는다. 오전 내도록 왔다 갔다 서있어야 하는데 난감했다. 가끔 훅 파고드는 펀치에 어쩔 도리가 없다. 바닥에 침이 떨어져 주우려는데 바로 숙여지지가 않는다. 침 빼는 속도도 더디어 온다. 잠시라도 쉴 틈을 주지 않고 배안을 공격한다.



그렇게 열한 시 지 이어진 복통이 신기할 만큼 차츰 가라앉기 시작한다. 이걸로 끝이구나 싶으면서 편하지만은 않았다. 한번 더 반복되면 오후에 병원을 가볼까 생각했다. 혹시나 싶어 점심은 먹지 않았다. 이럴 때 엎어지면 코 닿을 거리의 집 찬스를 쓴다. 편하게 쉬고자 집으로 와 잠시 눈을 붙였다. 너무 허기지면 오후근무에 지장이 될까 봐 바나나 하나를 먹었다. 그러더니 서서히 콕콕 쑤심이 다시 시동을 걸기 시작한다. 왜 이러지. 심장 뛰는 소리까지 느껴질 정도로 긴장감이 돈다. 내 의지로 달리기를 할 때 들리는 소리와는 전혀 다른 느낌이다. 내가 원하는 쿵쾅거림이 아닌 원치 않는 두근거림과 쓰라림이 동시에 몰려왔다.



온신경이 배에 쏠린다. 실장님에게 내과에 다녀오겠다고 하자 일단 침부터 맞아보라고 한다. 임시방편은 되겠지만 아픈 이유는 알 수 없다. 일단 침부터 맞아보고 계속 안 좋으면 병원을 가보기로 했다. 10분쯤 지났을까 갑자기 배에 바늘로 쿡 쑤시는 느낌이 들어 절로 인상이 찌푸려졌다. 그런 후 의아할 만큼 서서히 아픔이 사그라졌다. 원인은 알 수 없으나 일단 아프지 않아 숨이 쉬어졌다. 그 뒤로 다행히 더 진행은 되지 않았지만 언제 다시 시작될 것만 같은 불안함은 가시지 않았다.



이날 먹은 거라고는 오전에 배를 따뜻하게 해 줄 우엉차와 바나나 한 개가 다였다. 퇴근 후 집에 오니 긴장감이 풀려 배도 고픈 것 같았다. 저녁은 일찍 퇴근한 남편이 만든 스파게티다. 입맛이 도는 것 보니 좀 살만한가 보다. 기업의 도움으로 죽을 조금 먹었다. 그리곤 스파게티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맛만(?) 보았다. 잠이 쏟아진다. 문지방 닿도록 드나들던 브런치조차 눈길이 가지 않았다. 무리하지 않기로 하고 따로 걷지도 않았다. 내 몸이 성치 않으니 만사 다 귀찮아졌다. 잠을 자려고 눕는데 배가 안 아픈 것만으로도 감사하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다. 밤새 숙면을 했다. 더 이상 복통은 없었지만 지금까지 이렇게 갑자기 배가 아픈 적이 거의 십 년 만이라 놀라움이 컸던 하루였다. 복부초음파를 보려면 여덟 시간 금식이라는 지식인의 글을 보고 혹시나 싶어 아침도 먹지 않았다. 마침 한시까지 오전 진료를 한다는 내과가 근처에 있어 12시 30분까지는 오라고 하였다. 다행히 12시 이후로 조용해져서 조금 일찍 서둘렀다.




내과 원장님께 어제 있었던 일을 자세히 설명했다. 그리곤 침대에 누워 배를 통통 두드려도 보고 눌렀다가 떼보기도 하였다. 참을만했다. 그리곤 엑스레이를 찍어보자고 한다. '네? 복부초음파 아니고요?'라고 생각했다. 결과는 장마비(창자의 운동이 약하여서 창자 안에 가스가 가득 차는 증상)라고 진단을 받았다. 엑스레이사진으로 검은 부분에 가스가 차있는 것이 확연히 보였다. 일단 왜 배가 아픈지 이유라도 들어서 안도감이 든 동시에 의문이 들었다. 평소 밥을 빨리 먹거나 운동부족으로 잘 걷지 않느냐는 질문에 혼자 발끈했다. 급하게 먹는 건 아닌 것 같지만 주관적인 판단이다. 운동부족이라니 그럴 리가요. 거의 매일 만보 걷는데요. 나만 의아했다. 이보다 더 어떻게 움직이라는 말인지. 진단이 그러하니 수긍은 하지만 풀리지 않는 의문만 쌓인 채 일주일 치 약처방을 받았다.


비슷하게 먹고 똑같이 움직여도 이제는 하나씩 고장이 나는가 보다고 생각하니 서글퍼졌다. 조금 더 건강해보고자 금주도 하고 이번달 믹스커피도 안 마시고 있는 나에게 이런 일을 겪다니 누굴 원망할 수도 없다. 내 건강 내가 챙겨야 한다. 어찌 되었든 잘 넘어갔으니 잠깐의 이벤트라 생각하고 이 계기로 더 조심해야겠다는 지금뿐인 다짐을 또 하게 된다. 올해 건강검진 짝수의 해다. 잊을만하면 메시지가 날아온다. 네, 알겠어요. 할게요.



잠시 흔들릴 뻔했다. 운동하면 머 해 관리해도 아픈데라며 괜한 배신감까지 느껴졌다. 사실 먹는 부분에선 좀 찔리기도 하지만 부인하고 싶었다. 금주 핑계로 저녁을 먹고도 늦은 시간까지 과자 커피를 달고 살았다. 그게 쌓여서 이렇게 신호를 주는 건가 싶다. 몰래 먹은 걸 들킨 것만 같다. 늘 걷고 있다는 빌미로 안이하게 생각했다. 한 살씩 먹을수록 운동만 하면 안 되는 이유를 몸소 체험한다. 식습관을 돌아본다. 소식이 좋다는데 꿈만 같다. 그새 살만하니 과자가 눈에 아른거린다. 세상엔 맛난 게 왜 그리도 많은 건지. 나중에 먹고 싶어도 못 먹는 것보단 지금 안 먹어도 된다는 주도적인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기분 탓인지 속이 답답한 거 같다. 별 수 있나 또 걸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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