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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Mar 31. 2024

벚꽃구경 두 번 했다간


일 년에 단 한 번이다. 친구와 연인 가족과 함께 놓쳐서는 안 될 이벤트 같은 달이 돌아왔다. 누구나 다른 의미로 기다려지는 때이기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일요일 아침 일곱 시 반에 눈이 떠졌다. 가야 할 곳이 있다. 더 늦기 전에 움직여야 했다. 며칠 전부터 벼르던 곳이다. 시즌인 만큼 늦게 가면 사람들이 한꺼번에 몰린다. 걸어서 20분 거리다. 작년엔 이맘때쯤 오전 여덟 시에 혼자 다녀온 적이 있다. 이때만 해도 아무도 없는 새하얀 벚꽃 길을 혼자서 걸었다. 그야말로 낭만적이었다. 동화 속에 나오는 길 같았다. 그때 좋았던 기억으로 올해도 서두르기로 한다. 동행자는 남편이다. 아무렴 인스타에서 핫한 벚꽃길인 만큼 정보가 빠르다. 이른 아침 부지런히 움직여 너도나도 벚꽃구경이 한창이다.



혼자 벚꽃에 심취해 있는 것과 달리 다른 사람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꽃잎처럼 몽글거리는 따스함도 전해진다. 길을 가다 남편과 동시에 눈길이 멈추게 되는 장면이 있었다. 지나면서도 뒤돌아 보게 된다. 주말 아침 한창 잠이 고플 시기일 텐데 고등학생처럼 보이는 여학생 세 명이 교복을 입고 온갖 포즈를 취하고 있었다. 그냥 있어도 예쁠 나이다. 그 와중에 브이를 하고 두 팔을 하늘로 향해 만세를 하며 얼굴에 꽃받침도 해 보인다. 여기까지는 그냥 좋을 때다 하고 있던 중 사진을 찍어주는 누군가에게 시선이 고정되었다.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사진 기사는 바로 친구가 아닌 세명 중 누군가의 남동생인 것으로 추측된다. 아니 확신한다. 초등학생 같았다. 분명 더 자고 싶었을 텐데 자발적을 나왔을까? 누나의 등쌀에 못 이겨서? 맛난 거 사준다며 꼬들 겼겠지 하며 남매의 진한 우정? 도 발견하게 되었다. 귀여웠다. 우리 집 아이들은 같은 시간 업어가도 모르게 단잠에 빠져있다.


최소 아홉 시 전에는 나와야 사람들에게 치이지 않고 한 장이라도 더 예쁜 사진을 담을 수 있다는 것을 안다. 친구들과의 소중한 추억을 위해 잠도 줄여가며 일찍 나왔을 생각에 기특하기도 했다. 그 시절의 난 런 열정은 없었던 거 같다. 덕분에 나의 학창 시절도 돌아보게 되었다.


그중 가장 추억 돋는 장면은 단연코 아장아장 걷는 아기들이었다. 엄마 아빠는 행여나 놓칠세라 뒤를 따라다니며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 천사의 모습을 담기 바쁘다. 우리 집 천사들(?)은 이제 아침 찍은 물론이며 따라 나오는 것도 부탁해야 할 판이다. 현재와 과거가 스치듯 지나간다.  



이 날 오후 친정엄마와 전 날 울산에서 온 큰언니랑 근처에 사는 작은언니와 같은 코스로 한번 더 걸었다. 아니나 다를까 보이는 도로 양옆으로 차가 줄지어 있고 인산인해였다. 누구와 함께 걷느냐에 따라 추억여행은 또 다른 곳으로 흐르게 된다. 이 코스 외에 도로 맞은편에 있는 두류공원을 큰언니가 오랜만에 걸었다. 어느덧 대학생이 된 조카도 아기였을 때 같이 걷던 길이기에 그리움이 더 진해진다.


매해 보는 벚꽃이지만 그때마다의 추억다시 만날 수 없는 첫사랑 마냥 애틋하다. 오늘을 기억하며 벌써부터 내 년이 기다려진다. 그때는 우리 집 천사들도 함께 이 길을 걷길 바라본다. 



이번 해는 좀 심하게 걸은 날로 기억될 것 같다. 벚꽃구경 두 번 했다간 추억에 젖어 내 다리도 성치 못할 것 같다. 평소 만보 걷던 기반으로 버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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