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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햇님이반짝 Apr 04. 2024

내일 아침에 맛있는 거 해줄게!


"어머니가 내일 아침에 맛있는 거 해줄게!"

 포부와  아이들은 딱히 별 기대하지 않는 눈치다. 


그날 아침메뉴에  따라 하루의 시작이 달라질 수 있다. 그걸 알면서도 시도했다. 무모한 도전이랄까. 요즘 핫하다? 는 양배추 덮밥이다. 나혼산에 규현이 만든 걸 보고 말았다. 건강에도 좋고 간단해서 따라 할 만하다 생각했다. 아침엔 무조건 금방 만들 수 있는 걸 선호한다. 양배추를 저녁에 미리 채 썰어 놓고 씻은 다음 물기를 빼놓았다.(이런 준비성이란) 시간 단축을 위해서다. 집에 참치가 없다. 스팸이라도 넣어줘야겠다. 다음날 아침 겨우 눈을 떴다.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른 후 양배추부터 넣고 마구 볶아 댄다. 양배추의 숨이 죽으면 굴소스 한 스푼을 넣어준다. 양념이 잘 베이도록 달달 볶는다. 다음이 핵심이다. 중간에 달걀 넣을 공간을 비워둔 채 계란 하나를 톡 깨뜨렸다. 익어야 되는데 맞다 뚜껑 덮어야지. 마음이 급하다. 바닥이 탈까 봐 대충 몇 초 덮은 다음 바로 뚜껑을 열었다. 덜 익었다. 뒤적뒤적 저었다. 어차피 먹으면 그만이다. 내가 아는 그럴싸한 모양은 연출되었으니 맛만 있으면 된다.


아이들은 아침을 적게 먹는다. 아침부터 많이 먹는 게 부담도 되겠지만 저녁에 비해 맛있는 메뉴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아는 걸까. 그래서 줄인 건가. 별의별 생각이 났지만 머 나도 아침은 잘 안 먹으니 그러려니 한다. 밥을 퍼고 그 위에 익힌 양배추를 소복이 올려 준다. 풍미를 더해줄 참기름도 잊지 않고 쪼르르 따라주었다. 나만 흡족한 아침밥을 만들었다. 아이들이 먹기만을 기다린다. 고생한 나는 이부자리로 기어들어갔다. 잘 먹고 있겠지? 희미하게 들려오는 목소리. 환청이길 바랐다. "밥 남겨도 되지~?" 들었지만 들리지 않는다. 첫째는 반을 남겼고 그나마 최선을 다한 둘째는 한 숟갈 남겼다. 이럴 거면 다 먹지. 그래 먹는다고 고생했다. 아, 스팸을 안 넣었구나. 괜한 탓을 해본다.




"내일 아침에 짜파게티 끓여주면 안 돼요?" 당일 저녁 큰아이가 물어본다. 아침부터 라면이라니 인상부터 돌아갔지만 절대 안 되는 건 없다. 최대한 미루고 싶을 뿐이지. 차라리 늦게 먹는 것보단 낫다. 오늘 양배추덮밥 일도 있고 해서 괜히 미안하기도 했다. 내일은 본인이 원하는 걸 주고 싶었다. 아침엔 많이 안 먹으니 동생이랑 반 나눠 먹는다고 다. 알겠다고 하자 그제야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다. 아직 해주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기뻐하는 모습에 해 준 것 마냥 덩달아 흐뭇하다. 자주 주지 않는다는 걸 알기에 더 좋았던 모양이다.



다음날 아침. 파김치와 야무지게 싸 먹는 첫째. 그렇게 중2 딸은 밝은 모습을 유지하며 등교하였다. 행복 별거 있나 매일 지지고 볶고 티격해도 아침만큼은 싸우지 않으려 한다. 짜파게티 끓여주는 거 그게 뭐라고. 인이 원하니 눈뜨자마자 어도 맛있다. 아침이니 소화도 잘 되겠지? 자주는 아니더라고 가끔 해줘야겠다. 그게 언제냐면은 전날 엄마가 새로운 메뉴를 시도했을 때? 또 양배추 덮밥 해준다 하면 기겁하려나. 다음엔 참치 꼭 넣어줄게!


무얼 만들어 준다고만 하면 방울토마토를 찾는다. '내일 아침에 맛있는 거 줄게'라고 하는 순간 기다려지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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