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6 딸은 밤마다 루틴처럼 안고 뽀뽀하고 자러 들어간다. 중2 딸은 내가 먼저 안으러 가지만 매번 몸에 베여있진 않다. 침대에 누워있는 큰딸을 안고 있으면 자연스레 아기 때의 장면으로 돌아간다. 아장아장 걸었을 때와 지금의 모습이 교차된다. 언제는 한시도 떨어져 있지 않던 껌딱지였으면서 이제는 먼저 다가와 안아주는 법이 없다.
과일을 잘라주면 투정 한번 부리지 않고 오목조목한 입으로 가져가기 바빴다. 눈만 마주쳐도 까르르 넘어가고 신문지로 내 얼굴을 가리기라도 하면 세상 무너질듯한 표정을 지었다. 2.76kg로 태어날 때 빼고는 지금까지 통통함을 유지하는 첫째다. 항상 튼튼한 허벅지와 야무진 손으로 먹을 것을 놓은 적이 없었다. 어린이집을 세시에 하교하면 바로 옆놀이터로 다시 등원하여 어두워져야 집에 들어갔다. 그렇게 잠시도 가만있지 않던 아이는 중2 여름방학 동안 하루종일 시간도 많았을 텐데 저녁에 같이 걸으러 나가자고만 하면 갑자기 숙제가 많아질까.
예전과는 많이 달라졌다. 당연한 건데 그립다. 얼굴도 말투도 키도 몸무게도 변했지만 그럼에도 안고 있으면 아기 때 장면이 떠오른다. 조금 더 안고 있다간 '잘 자'라고 하는 순간 떨리는 목소리를 들킬 것만 같다. 이미 눈가가 뜨겁다. 지금 '사랑해'라고 말하는 순간 눈물샘이 고장 날 것 같다. 겨우 참고 "잘 자"라고 말하며 떨어지려는데 아이가 오히려 나를 더 끌어안는다. 빠져나갈 수가 없다. 보드랍고 말랑한 살결이 스친다.
중2치고는 그나마 수월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말도 안 듣고 방도 안 치운다. 무슨 말만 하면 "싫은데" "나중에"를 연신 외친다. 말투만 밉상이다.
밤이 되면 과거로 돌아간다. 어린 시절 마냥 천진난만했던 아이를 찾고 싶다. 15년 동안 나는 그대로인데 아이만 큰 거 같다. 내 딸이지만 가끔 밉다. 내 뱃속에서 나온 아이가 아닌 것 같다. 사춘기가 되면서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말꼬리를 물고 늘어져도 그때 그 시절 아이에게 받은 무한한 사랑으로 버티고 있다. 물론 지금도 예쁘다. 예쁜데 아이가 커갈수록 어릴 때의 모습이 그리운 건 어쩔 수 없나 보다. 돌아오지 않으니까.
우리 아이들 지금도 어리다. 초6 중2 두 딸들 오늘이 가장 어리다. 언젠가는 지금이 가장 그리운 날이 될지도 모른다. 아직까지도 자기 전 서로 격하게 안아주는 마음이 감사하다. 이마저도 어색해지는 날이 오지 않도록 자주 안아줘야겠다. 밤마다 추억여행에 빠져든다.